청년 주거 정책의 사각지대와 진입장벽을 짚다

청년 주거를 둘러싼 논의가 열띠다. 최근 몇 년간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주거공간이 다수 공급됐고, 대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은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 청년의 삶에 필요한 생활공간으로서의 주거환경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의 지원책은 어떤 지점에서 청년에게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지·옥·고’라 불리던 청년 주거실태의 현주소

 

최저주거기준* 미달률은 청년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서 발간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특성가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청년가구 가운데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비율이 7.5%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가구의 미충족 비율이 4.6%인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 비적정주거시설에 사는 청년가구 비율이 10.4%였다. 수도권 청년 10명 중 1명꼴로 부엌, 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 중 한 개가 없거나 최저주거면적과 침실 개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집에 거주하고 있던 셈이다. 사회혁신기업 ‘더함’ 부동산사업개발실 이윤형 팀장은 “많은 청년이 안전과 위생이 담보되지 않은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의 소득 대비 주거비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 2020년 기준 보증금 있는 월셋집에 거주하는 청년가구는 평균 보증금 약 1천700만 원, 월세 35.5만 원을 지불했다. 일반가구에 비해 보증금은 적고, 월세액은 높다. 특히 심각한 것은 1인 가구다. 1월 발표된 국토연구원의 「1인 가구 연령대별 주거취약성 보완 방안」에 따르면 20대 청년 가구의 73.2%, 30대의 33.1%가 1인 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10명 중 3명은 월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에 쓰는 ‘주거비 과부담 가구’다.

이러한 청년 주거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며 2010년대 중반부터 청년을 위한 주거지원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지난 2015년 입주를 시작한 ‘행복주택’ 사업과 더불어, ‘역세권 2030’, 2015년 서울시 조례 지정으로 시작된 사회주택** 사업 등이 그 예이다. 올해 역시 총 5만 4천 가구의 청년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처럼 그간 주거 정책은 양적인 측면에서 절대적인 주택 부족을 완화하는 데 집중했다. 근래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며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마련하기 위한 금융 지원 또한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청년 주거 정책이 여전히 많은 청년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청년에게 닿지 못하는 주거 정책

 

현재의 청년 주거 정책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게 집중돼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청년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주택인 ‘행복주택’은 소득 활동 기간이 5년 이내인 사람 혹은 퇴직 후 1년 이내의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 현재 LH 주택공사에서 진행하는 ‘청년전세임대’ 사업에서는 취업준비생을 ‘교육과정을 졸업한 지 2년 이내의 사람’으로 한정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은 상환 능력에 기반을 둔 자금 대출이 요구하는 경제적 능력을 증빙하기도 어렵다. 이로 인해 금융 지원에서도 소외되기 쉽다. 취업준비생이 상대적으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청년 주거권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지수(가명) 활동가는 “자격요건을 보면 청년의 범위가 경제활동 인구로 잘 작동하고 있는 이들로 한정돼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시세 대비 임대료라는 주거비 산정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입장에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령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의 민간 공급 유형 임대료는 시세 대비 80~90%에 달한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는 저금리일지라도 국가로부터 대출을 통해 건축 비용을 지원받는다”며 “건설 원가를 감당하려면 입주자의 소득이 아닌 시세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측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소득으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청년들은 주거 공급 정책의 수혜자가 되기 어렵다. 지수 활동가는 “시세의 85%는 발품을 팔면 구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라며 “소득은 제자리임에도 집값과 함께 임대료가 인상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수요자의 니즈에 미치지 못해 공급된 주택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입지 ▲건축품질 ▲주거비 부담 가능성 ▲장기 거주성 ▲수요자 포괄성이 제시된다. 이 가운데 수요자의 니즈가 충족되지 못하면 주택공급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지난 4월 감사원이 발표한 SH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SH가 지난 2002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공급한 매입임대주택의 공실률은 15.3%였다. 매입임대주택이 청년을 포함한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선이 필요한 수치다. 임 교수는 “현재 SH 사회적 주택*** 가운데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있는 건물이 많다”며 “특히 기존의 빈집을 활용해 만든 임대주택은 환경적으로 입주자를 충분히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청년이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 소외를 자주 겪는 점도 주거 정책과 청년을 멀어지게 한다. 실제 지난 5월 대전시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한 청년이 올린 국민청원으로 청년층을 노리는 부동산 사기가 지적된 바 있다. 이렇듯 전세 사기가 2030세대 가운데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은 청년층이 부동산 거래에 취약한 존재임을 드러낸다. 한국청년거버넌스 한채훈 이사는 “직접 집을 구해본 경험이 부재한 청년들에게는 주거 정책이 어렵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팀장은 “공공주택 모델 자체가 정책대상 계층이 잘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정권마다 이름과 체계가 바뀌어왔다”며 “용어부터 채널까지 수요대상층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모(27)씨는 “자신에게 맞는 대출 상품이나 지원 정책을 찾아보기가 굉장히 까다롭다”며 “적합한 상품이 있더라도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청년이 주거 수요자로서 주목되며 최근 몇 년간 여러 정책이 등장했다. 그러나 양적으로 공급이 증가하더라도 거주자인 청년이 접근할 수 없다면 제대로 활용될 수 없다. 주택 공급 차원의 정책을 넘어 사각지대를 다루는 세심한 접근, 주거 수요에 대한 고민, 그리고 청년이 이해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최저주거기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 수준.
**사회주택: 사회적경제주체가 공급하고 운영하는 임대주택.
***사회적 주택: LH나 SH가 매입임대주택을 사회적 경제주체와 협업을 통해 저소득 청년층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 사회주택에 포함된다.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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