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의 질 높이기 위한 촘촘한 주거 정책 시행돼야

정부는 올해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행복주택,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포함한 총 5만 4천 가구의 청년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급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청년 주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청년 주거 정책 방향은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The Y』가 주거 정책의 문제와 청년들이 원하는 진정한 주거를 짚어봤다.

 

청년 주거, 
공급 이면의 문제들

 

청년 주거 사업의 허점들은 기존 정책이 주택 공급량 증가에만 초점을 맞춰 그 외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음을 드러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지난 2016년부터 서울시가 선보인 사업으로 민간이 소유한 부지에 민간이 직접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체에 ▲용적률 완화 ▲주차장 규제 완화 ▲층수 제한 완화 등의 혜택을 줌으로써 청년주택의 절대적 공급량을 늘려 왔다. 그러나 역세권 청년주택은 청년 임대 의무 기간이 8년이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서울시에 8년만 주택을 맡긴 후 사업자는 민간임대분의 분양을 임의로 진행할 수 있다. 주택이 투자 수단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임대 의무 기간이 끝난 후 이를 매각해버리거나 수익을 위한 또 다른 공간으로 바꿀 우려가 상당하다. 사업자의 혜택은 영구적이지만 공공성의 유효기한은 8년에 불과한 것이다. 주택의 공급량은 일시적으로 증가할 뿐이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시장에 계속 재고가 쌓여야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현행 정책으로는 실제 재고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역세권 청년주택의 일률적이지 않은 운영방식도 문제다. 공공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각기 다른 민간사업체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초구 역세권 청년주택은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관리비 예치금을 청년 임차인이 부담하게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청년주택의 명확한 운영 기준이 정해져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이에 반해 일반 주택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비 예치금은 주택 소유자가 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마찬가지로 공공 사업자는 세입자로부터 예치금을 받을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청년 주택은 공공 물량과 민간 물량이 섞여 있어 입법적 공백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운영을 소홀히 하더라도 페널티를 따로 부여받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과 더불어 정책 시행에서 나타나는 공백을 채우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 주거 정책에서 주거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지난 2011년 개정된 「주택법」의 행정규칙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의 최저주거면적은 14m2다. 청년 주택의 대다수도 이 면적에 맞게 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저주거면적은 말 그대로 ‘최저’ 기준일 뿐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유지하기에 적정한 기준은 아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가명) 활동가는 “최저주거기준에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을 해치는 요소도 반영돼야 한다”며 “고시원, 셰어하우스 등 주택 형태에 따라 최저주거기준이 적용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대 주거환경학과 이현정 교수는 “최저주거면적은 10년 전 만들어진 기준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적정주거면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청년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거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라 전했다. 

 

공간의 제공을 넘어
공간의 채움을 생각해야

 

공급 중심 주거 정책의 배경에는 청년을 ‘임시적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청년흙밥보고서』를 쓴 『시사IN』 변진경 기자는 “청년은 과도기에 놓여 있기에 잠깐의 주거 빈곤을 참고 넘겨도 되는 존재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민달팽이유니온’ 또한 지난 6월 논평에서 주택 공급정책이 청년 1인 가구를 불완전하고 한시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같은 인식은 공급 위주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하기 전 잠깐 지낼 청년 주거 공간이 완벽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5년 이상 원룸에 거주하는 25~29세 청년 비율은 2010년 4%에서 2015년 9.2%로 증가했다. 이처럼 청년의 주거 빈곤 상태는 장기화하고 있으며, 이제 청년 주거는 새로운 주거로 이동하기 위한 임시 거처가 아니다. 따라서 주거의 질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변 기자는 “더 나은 주거 공간을 요구할 당위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가 임시적 공간인지와 상관없이 주거의 질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이 주택시장에서 경제력을 행사할 수 없는 지위이기에, 기존의 청년 주거 정책은 절대적인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 교수는 “비용 측면에서 청년 주거 문제는 청년의 소득이 빨리 늘지 않고, 집값이 생각보다 빨리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수요자의 요구, 주거의 질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수 활동가는 “청년들은 삶의 궤적 안에서 가장 적합한 주거공간을 선택한다”며 “정책을 설계할 때 청년들의 수요를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부동산학회 회장인 경인여대 세무회계과 서진형 교수도 “각 나라의 경제 수준은 주택 수준과 비슷한 경향이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와 국민소득은 선진국 수준”이라며 “이제는 주거환경이 양호한 주택의 수요를 고려해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청년 공유주택 ‘안암생활’의 사례는 주거 정책에 청년의 욕구와 이들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유경제 확장에 따른 청년 1인 가구의 크리에이티브 Co-Housing 공간 특성 연구」(아래 연구)에 의하면 증가하는 청년 1인 가구들은 자신의 생활을 SNS 등으로 주변인과 공유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청년은 ‘따로 또 같이’라는 가치관을 갖기에, 연구는 청년에게 개인공간과 공동공간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암생활’은 이 같은 청년의 욕구를 반영해 주택을 설계했다. 입주자가 주택을 개인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벽지, 조명, 가구 등을 배치했다. 주방과 세탁실 등 입주자들 간의 공유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청년의 니즈를 파악한 ‘안암생활’은 초기의 우려와는 다르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거주자 정상호씨는 지난 2020년 12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고시원이나 하숙집은 공허해서 힘들었지만 ‘안암생활’에서는 그런 점이 완벽하게 해결됐다”고 말했다.

 

청년이 원하는 진정한 주거란

 

그렇다면 청년은 어떤 주거를 원하고 필요로 할까. 청년 주거 정책에서 고려해야 하는 ‘주거의 질’이 과연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청년들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이에 『청년흙밥보고서』의 저자와 청년 주거 문제를 이야기하는 시민단체를 만나 물었다.

 

#『청년흙밥보고서』 저자 변진경 기자

: 청년은 다른 주거 취약계층과는 다르다. 청년의 원룸은 신축자재로 지어졌을 뿐만 아니라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도 갖춰져 있지만, 사람이 살 만한 공간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단순히 각각의 물건만을 고려했을 뿐, 전체적인 환경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탁 기능, 취사 기능, 냉난방 환경 등 주거에 필수적인 조건들의 구색만을 갖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적절한 주거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면, 세탁을 할 수 있다면 빨래를 말릴 공간도 필요하다.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식자재를 손질하고 저장할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청년에게는 단순한 가구 하나가 아닌 전체적인 환경이 필요하다. 

 

#청년주거권 보장을 위한 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 활동가

: 현재 청년 주거 정책은 기존의 틀에 갇혀 청년의 범위를 설정한다. 청년의 이미지를 건장하고, 경제활동 인구로서 잘 작동되고 있는 개인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이는 주거 공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령 휠체어 사용을 고려하지 않은 행복주택도 존재한다. 또한 현 정책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같이 대상으로 한다. 이는 잘못된 묶음이라 생각한다. 주거 형태도, 주거 불안도 다르기에 구분된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 주거 불안 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사람들의 일상이 다양하기에 복합적이고 다양한 문제가 나온다. 동네 치안이 좋지 않거나, 옆집 사람이 외출할 때마다 말을 건다거나, 임대인이 횡포를 부린다거나 하는 문제 등이다. 분쟁이나 불안을 다루는 창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야 한다.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청년 주거 정책은 비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청년은 지어진 주택을 외면하고, 종래에 해결되지 못한 청년 주거와 기타 청년 문제들까지 사회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 당장 공급을 늘리기 위한 단순한 접근보다는 주거의 질을 포함한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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