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대학판을 그리는 사람들-①] 상생하는 대학, 확장되는 대학을 논하다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은 지도 어느덧 한 해 반이 지났다. 캠퍼스에서 면대면으로 이뤄지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대학들은 자구책을 모색해야만 했다. 이번 학기 『The Y』는 멈춰 선 캠퍼스, 변화하는 대학을 다룬다. 일명 ‘코시국, 대학판을 그리는 사람들’이다. 강의실을 잃어버린 대학들은 어떻게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로이 만들어가는 중일까. 온라인 교육의 확장 가능성과 오프라인 현장교육의 필요성을 짚어봤다.

 

 

공유대학, 대학 간 울타리를 허물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이 부상했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화상으로 이뤄지는 수업이 새로운 일상이 된 것이다. 이는 ‘공유대학’ 사업이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공유대학은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수업 및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 모델이다. 부산형 공유대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20년 10월, 동의대학교를 비롯한 부산시 6개 대학이 모여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시작으로 부산형 공유대학이 본격적인 설계에 돌입했다.

그간 많은 지역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인프라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했다. 부산의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의대학교에서 LINC+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동의대 게임공학과 이임건 교수는 “부산의 국립·사립대학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협력보다는 경쟁에 초점을 맞춰온 것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학령인구 급감과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대학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대학가에서는 경쟁보다는 흩어져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때마침 코로나19 위기 이후 확산한 온라인 수업은 협력을 현실화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지역 대학들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던 공유대학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부산에서는 공유대학 플랫폼 지원 체제와 공동 교육과정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어지며 사업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마침내 지난 2021학년도 1학기부터 ‘AI기반 창업마케팅’ 교과목이 꾸려져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9주간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하며, 수업은 참여대학이 주제별로 분담해 제공한다. 온라인 수업 이후에는 부산광역시에서 운영하는 ‘부산 유라시아 플랫폼’에 모여 6주간 오프라인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이 교수는 “현재의 창업 교과목을 토대로 수업을 점차 확대해 AI 융합학과를 공동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갑작스레 닥친 위기가 대학 간 협력을 향한 공감대를 자극했고, 공유대학이 실현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부산형 공유대학 사업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오랜 숙의도 반영됐다. 논의의 골자는 대학교육이 교수가 가진 전공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실제 문제 해결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고민이었다. 이에 부산형 공유대학은 지역사회의 의제와 기업의 개발 주제를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이 교수는 “공유대학은 각 대학이 가진 콘텐츠, 인력,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장과 가까운 교육을 실천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며 “협력을 통해 융합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한 긍정적 사례가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부산형 공유대학과 같은 자생적인 공유대학 모델뿐 아니라 국가 주도의 공유대학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20년 9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 일환에서 「디지털 신기술 인재 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이 시작됐으며, 전국 46개의 대학이 참여해 디지털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자생적인 공유대학 모델과 국가 주도의 전략적인 공유대학 모델이 상생한다면 대학교육의 또 다른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로 가시화된 공유대학의 가능성은 대학 간의 울타리를 허물고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그리는 중이다.

 

대학, 현장교육을 그리워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대학교육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대면 교육이 이어지면 현장교육에 제약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대학교육이 캠퍼스 공간에서 이뤄지는 오프라인 교육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장교육이 불가능해지면서 실습 및 인성교육이 원활하게 수행되지 못했다. 광주교대 교육학과 박남기 교수는 “학생들이 교육실습을 나가는 초등학교가 문을 닫아서 학생이 실습을 하고 싶어도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습은 수업, 원격 실습, 혹은 원격 수업 참관으로 대체됐다.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한동대는 공동체 리더십 훈련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동체 리더십 훈련은 팀 단위로 진행되며, 오프라인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방청록 교수는 “원래 같은 팀에 소속된 학생들은 가까운 기숙사 방에 배정돼 교류하며, 지도교수와 정기적으로 만났다”며 “그러나 비대면의 한계로 인성교육의 효과가 온전히 발휘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습 및 인성교육 외에도 비대면 교육으로 인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박 교수는 “대학은 결국 전문 직업을 준비하고 학문적 후속세대를 기르는 곳”이라며 “현장성에 기반을 둔 수업이 많기에 면대면으로 학우들과 함께 공부하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방 교수 또한 “학생들이 교수의 공간에 언제든 들어와서 상담하고,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만나기 쉽지 않게 됐다”며 구성원 사이 유대가 약해진 비대면 교육에 우려를 표했다.

 

교육 방식의 조화가 만들어낼
캠퍼스 공간의 새로운 의미

 

이처럼 대학교육에는 온라인 교육의 발전 가능성과 현장교육의 중요성이 공존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두 교수는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효과적인 온라인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교수가 지능 증폭(Intelligence Amplification, IA)*을 활용한 에듀테크를 장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평범한 사람이 아이언맨 옷을 입으면 초능력을 발휘하듯이, 교수가 에듀테크를 잘 장착한다면 시공간을 초월해 대면 수업에서 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온라인을 활용한 수업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대두됐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술적 환경이 빠르게 구축됐다”고 전했다. 방 교수는 “수업을 설계할 때 언제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선택하고, 언제 좋은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며 온라인과 현장교육의 적절한 조화를 강조했다.

물리적인 캠퍼스가 존재하지 않아 주목받은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에서 코로나19 이후 대학교육의 방향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스말로그(smalog)’ 방식으로 운영된다. 스말로그란 ‘스마트’와 ‘아날로그’가 합쳐진 개념이다. 이때 대학은 사이버 공간으로 수업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현장 속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현장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학습만을 위해 마련된 사이버 공간에서 IA를 활용한 대학 수업을 듣고, 남은 시간에 현실 세계에서 대학이 연결해준 멘토를 직접 만나야 한다”며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 패러다임으로 스말로그를 제시했다. 한동대에서는 미네르바 스쿨 교수법을 공유하는 교수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방 교수는 “워크숍을 통해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학생들이 강의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파악하고 이들의 발언 시간을 보장하는 기술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미네르바 스쿨의 교수는 수업 계획안을 얇은 책 한 권 분량으로 준비할 만큼 수업 내용을 세세하게 설계한다는 점도 공유됐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교육이 조화된다면 캠퍼스 공간의 의미도 변할 것이다. 박 교수는 “온라인 교육으로 많은 강의실이 남게 될 것”이라며 “이 공간을 학생들이 창업 혹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캠퍼스는 사람들과의 관계, 공동체, 인성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대학은 궁극적으로 학생에게 최적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방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은 연구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에, 학부생에 대한 교육이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다”며 “여러 변화와 함께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같이 진지하게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박 교수도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것을 행복하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돕는 방식을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The Y』가 만난 대학교수들은 공유대학을 통해 상생의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변화에 발맞춰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대학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여러 고민이 모여 대학교육을 발전시킬 변곡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능 증폭: 정보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인간의 지능을 증대시키는 기술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사진제공  박남기, 방청록, 이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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