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폐지가 아닌 강화와 보완으로

나영민(보건행정·18)
나영민(보건행정·18)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셧다운제가 폐지됐다. 이를 대신해 부모와 청소년 사이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임시간 선택제가 도입됐다. 일정 시각이 되면 접속이 불가능했던 셧다운 제도와 달리 청소년과 부모의 선제적 합의를 통해 이용시간을 정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방식은 대안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자율성이라는 명목으로 마지막 사회적 안전망을 부순 것이다.

우선 게임시간 선택제에 앞서 게임중독의 원인을 알아봐야 한다. 지난 2003년 발행된 청소년학연구101호에 수록된 여러 논문에 따르면 청소년 게임중독의 원인으로는 크게 개인적 요인 사회적 요인 게임 자체의 특성 등에 있다. 개인적 요인으로는 개인의 충동성 공격성 낮은 자존감 해결 등의 이유가 있다. 사회적 특성으로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감과 긴장감의 해소이고, 게임 자체의 특성으로는 욕구 충족으로서의 도구, 쉬운 접근성 등이 있다.

이 중 게임 자체의 특성은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회적 원인과 개인적 요인은 충분히 국가 차원에서 해결 가능하다. 특히 사회적 요인의 경우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의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학업권 보장을 위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개인의 심적 요인은 몹시 다양하여 일일이 해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미 복잡한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린 게임중독의 해결을 위해선 중독의 원인 그 자체인 게임의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에 자율성을 부여하게 된다면 규제의 목적이 퇴색된다. 자율성을 부여하는 순간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규제에 예외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결손 가정과 같이 청소년을 충분히 관리 가능하기 어려운 가정은 아이의 게임시간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청소년이 허위로 동의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평성과 효율성 모두 고려하면 현행의 셧다운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식일 것이다.

행복권과 자유권 침해라는 것 또한 옳지 않은 견해다. 사실 셧다운 제도는 심야시간대의 절대적 수면권을 보장해주는 헌법적 인권보호제도다. 실제 게임업계 등에서 셧다운 제도가 위헌이라고 제기한 헌법소원 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합헌 결정을 내렸고 아동·청소년의 인권 보호가 기업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게임시간 선택제를 도입하면 이러한 인권보호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입법 취지에 적합한 방안은 게임시간 선택제가 아닌 셧다운 제도다.

무엇보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부모들의 전반적 정서로만 보아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 시간 선택제에 따르면 부모가 허락하면 청소년이 심야에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되는데 자식이 심야시간에 게임을 하도록 순순히 허락하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 이처럼 전반적 정서만 보아도 셧다운 제도의 유지가 필요하다.

또한 셧다운 제도가 실효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도입 당시 비판적 여론이 거센 탓에 셧다운 제도는 극히 제한적인 방법으로 도입되었는데, 실제 셧다운 제도는 적용 대상이 만 16세 미만이었다. 그러나 문체부와 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밤 10시에서 아침 6시 사이 게임을 이용한다고 답한 만 9~14세의 게임 이용율이 셧다운 제도를 도입 이후 총 85.3% 감소한 효과를 보여줬다.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해외 게임으로 빠진다는 지적 또한 있었지만, 이 또한 제도가 제한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나타난 문제점이다. 따라서 현재는 게임시간 선택제로의 변경이 아닌 셧다운 제도의 적용 대상 강화 및 철저한 보완을 거쳐 적용하는 것이 옳은 방안이다.

물론 게임시장은 성장하는 추세이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비대면 콘텐츠가 점점 떠오르며 게임에 대한 규제가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점점 병들고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애매한 규제로 건강권과 경제 모두를 놓치는 방안보단 확실하게 한쪽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셧다운 제도가 아직은 유지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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