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로맨스 성장 코미디 『반쪽의 이야기』

하이틴 열풍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우리 모두 인형 같은 외모의 여주인공과 완벽한 남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반쪽의 이야기는 당신이 그동안 접해왔던 하이틴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진부한 설정을 탈피한 하이틴 영화를 만나보고 싶다면 영화 반쪽의 이야기를 틀어보자.

 

 

반쪽은 어디에?

 

사람들은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다.

완벽한 사랑을 찾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찾았다 해도 지속할 수 있을까?

인생은 비이성적이고 무의미하다는 카뮈의 이론을 더욱 증명할 뿐.

그게 바로 ‘A+’짜리 사랑 철학이다.

 

반쪽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사랑을 인용한 엘리의 대사로 시작한다. 주인공 엘리 추는 사랑을 믿지 않는 중국계 미국인 고등학생이다. 엘리는 서양인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이름 때문에 칙칙폭폭 추추라고 놀림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영어가 서툴러 실직자가 된 아버지 대신 대리 숙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씩씩한 모범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 미식축구부 선수 폴이 미모의 동급생 에스터에게 첫눈에 반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이라고는 손대본 적도 없을 것 같은 폴과 달리 에스터는 문학과 철학을 사랑하는 학생이다.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여자처럼 행동할 것을 강요받고 집안이 정해준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처지다. 폴은 에스터에게 다가가기 위해 엘리에게 연애편지 대필을 부탁한다. 때마침 전기요금 50불을 내야했던 엘리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이어 주기 위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

모범생 엘리, 미식축구부 선수 폴, 그리고 에스터. 뻔한 듯한 삼각관계는 뻔하지 않은 전개로 흘러간다. 연애편지 대필을 시작하게 된 엘리는 에스터의 문학, 철학, 미술 취향을 완벽하게 연구해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이를 알 리 없는 에스터는 폴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연애편지가 가짜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엘리와 폴은 더욱 가까워진다.

연애편지가 쌓여 갈수록 세 사람 간의 관계는 미묘하게 변한다. 폴은 엘리와 가까워질수록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반면 엘리는 에스터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며 그녀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간다. 사랑을 믿지 않았던 엘리는 드디어 자신의 반쪽을 찾은 것 같은 감정을 느낀다. 얽히고 꼬인 셋의 관계는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폴은 에스터를 향한 엘리의 마음을 눈치 채게 되고, 에스터는 연애편지가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고 폴을 떠난다.

 

하이틴 로맨스,
함 대신 (fun)’함을 택하다

 

엘리, , 에스터 중 그 누구의 사랑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반쪽의 이야기는 색다른 여운을 남긴다. 기존의 하이틴 영화들은 전형적인 클리셰를 갖고 있다. 예컨대 완벽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과 교내 최고의 인기남이자 미식축구부 선수인 남자 주인공.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이어 주거나 훼방을 놓는 주변인들.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하이틴 영화 등장인물들의 조합이다. 그러나 반쪽의 이야기는 진부한 하이틴 영화의 패턴에 변화구를 던진다. 금발의 백인 여자 주인공이 아닌 동양인 여자 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써 클리셰를 비튼다.

이러한 새로운 설정에는 감독 엘리스 우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엘리스 우 감독은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이자 커밍아웃을 한 레즈비언이다. 그는 주인공 엘리에게 아시아계 퀴어 여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했다. 동시에 공허함을 느끼는 백인 여학생, 아시아인을 사랑하는 백인 남학생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하이틴 로맨스의 주제를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에서 인종과 성적 지향성의 문제로 확장시켰다. 이는 여성, LGBTQ*의 이야기 등 소수자의 서사가 주목 받게 됨에 따라 영화계도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 반쪽의 이야기는 하이틴 로맨스의 공식을 깬 편견 없는 사랑과 우정을 보여준다. 어쩌면 반쪽의 이야기는 변화하는 시대에 응답하려는 하이틴 로맨스의 새로운 도전일지도 모른다. 기존의 하이틴 로맨스가 그려온 완벽한 사랑은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성장해가며 스스로 정의해나가는 사랑. 엘리스 우 감독은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해지는 사랑의 형태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 반쪽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원하던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반쪽을 찾고 사랑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결말은 새드엔딩이 아니다. 반쪽의 이야기는 사랑의 결실로 끝맺는 기존의 하이틴 로맨스 영화와 달리 활짝 열린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완벽한 반쪽을 찾아다니는 대신 반쪽이지만 완벽한 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LGBTQ: 성소수자 중 여성 동성애자, 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성소수자 전반을 합하여 부르는 단어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자료사진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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