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네이버 블로그의 성공적 부활

#오늘일기 #블챌

2021.05.13

드디어 뻔후한테 보은을 받았다ㅎㅎ 신촌에 있는 곱창집을 갔는데 내 인생 맛집이 됐다!!!! 과제에 치여 살던 요즘 소소한 행복이었다 :)

 

#오늘일기 #블챌 해시태그가 MZ세대를 강타했다. 1세대 SNS라 불리던 네이버 블로그는 세 줄 요약을 찾던 MZ세대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블로그의 성공적 부활과 그 이유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블챌 참여하셨나요?

 

블로그는 그동안 MZ세대의 관심 밖이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 블로그 월간 순이용자는 230만 명 수준에서 큰 변화 없이 지속돼왔다. MZ세대가 블로그를 꺼려온 이유는 다양하다. 최수현(21)씨는 블로그는 가볍게 내 일상을 전달하기엔 무거운 수단이라 생각했다며 그동안 블로그를 이용하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안모(20)씨는 블로그 게시물을 끝까지 읽어봐도 상업적인 홍보만 가득해 유용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블로그는 개인 SNS라기보다 광고성 콘텐츠를 위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블로그는 정형화된 긴 글 위주의 부담스러운 플랫폼이자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이뤄지기 힘든 광고 천국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지난 5월에 진행된 오늘 일기 챌린지’(아래 챌린지) 이후 네이버 블로그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챌린지는 2주 동안 매일 블로그에 일기를 남기면 16천 원가량의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였다. 이벤트 효과는 굉장했다. 네이버의 발표에 따르면 5월을 기점으로 네이버 블로그 순이용자가 283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직전 달 순이용자수 238만 명에 비해 약 1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챌린지 참여자 중 MZ세대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블로그가 10대와 20대의 새로운 소셜미디어로 재조명받으며 이들의 콘텐츠 생산 비중이 40%를 넘어섰고,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블로그는 M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로 급부상했다. 그들에게 블로그는 일상을 위한 공간이다. 짧고 가벼운 정보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랜선 일기장의 형태로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 안씨는 블로그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일기장이라고 생각한다인맥과 소통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김지혜(23)씨 또한 블로그를 개인적 경험을 기록하는 일기장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MZ세대는 긴 글을 밀도 있게 공유하고 싶다

 

블로그가 MZ세대에게 다시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주요한 특징은 블로그가 긴 호흡으로 작성할 수 있는 기록형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블로그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주제로 풍부한 콘텐츠 궁전을 꾸밀 수 있다자신을 보여주고 인정받기 좋아하는 MZ세대의 특성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MZ세대에게 블로그는 새로운 표현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블로그를 매개로 자신의 일상을 세세히 기록하고, 타인의 일상도 천천히 읽어 나간다. 오승아(21)씨는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게시해도 팔로워들이 글의 내용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처음부터 긴 호흡일 것이라 예상되는 블로그의 글은 이웃들이 꼼꼼하게 읽기 때문에 자신을 더욱 자세히 보여줄 수 있다고 전했다. 김희진(21)씨는 블로그에 짧게는 2, 길면 한 달을 주기로 게시물을 올린다"그 사이의 일상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레 게시글의 길이가 길어지지만, 주위에서는 나의 글을 꾸준히 기다려준다고 말했다.

나아가 공유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특징도 블로그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짧은 시간에 주목도를 높여야 하는 단편적인 콘텐츠로는 충분한 양의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 이에 청년들은 장문 위주의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고 접한다. 김지혜씨는 대외활동 합격 불합격 사례와 취미생활 등을 블로그에 업로드하고 자주 검색해 본다정보성 콘텐츠는 블로그와 같은 긴 호흡의 플랫폼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블로그의 폐쇄성도 느슨한 연대감을 원하는 MZ세대의 특징과 부합한다. 느슨한 연대감이란 일방적 소통을 기반으로 개인의 시간을 확보해 부담감을 줄이는 관계 방식이다. 청년층은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타인과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로그에 주목한다. 오씨는 블로그는 게시물 공개 범위를 이웃, 서로이웃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며 다른 SNS를 사용함에도 블로그를 꾸준히 이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는 블로그는 타 SNS와 달리 연락처 연동 기능이 없어 가까운 지인이 아니라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점이 편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MZ세대는 블로그를 통해 관계의 부담은 줄이고 밀도는 높인다.

 

MZ세대는 더이상 세 줄 요약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당신의 하루와 감정을 진솔하게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글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