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사의 노동 문제를 짚다

유통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위기와 무인화로 인해 유통업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 중이다. 이에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그러나 기업의 속도에 맞춘 유통업 구조 개편은 노동자가 설 자리를 위협한다.

 

몸집 줄이던 대형마트
내실 다지기로 전환

 

코로나19는 유통업 구조 재편을 가속했다. 비대면 기반 소비패턴이 확산하면서 온라인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아래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베이코리아, 쿠팡, 쓱닷컴(SSG.COM), 롯데ON 등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 13곳의 매출은 전년 대비 18.6% 증가했다.

이에 반해 오프라인 매출 악화로 일부 업체는 폐점하기도 했다.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을 포함한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 13곳의 매출은 3.6% 감소했다. 2020년에만 롯데마트 12곳이 문을 닫고 홈플러스 매장 4곳이 매각됐으며, 롯데쇼핑은 5년에 걸쳐 전체 점포의 30%에 해당하는 200여 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폐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 생존을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대형마트 3(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각각 쓱닷컴, 홈플러스 온라인, 롯데ON 등 온라인 몰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폐점 대신 신선 제품 부문 강화 PP센터*로의 전환 등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살리는 길을 택했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지난 2020년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을 2021년 들어 백지화했으며, ‘리뉴얼로 방향을 선회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아래 마트노조) 정민정 위원장은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가공 제품은 온라인에서, 신선 제품은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대형마트 3사도 이를 활용해 오프라인 내 신선 제품 부문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를 온라인 배송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정 위원장은 대형마트 3사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PP센터로 전환해 물류센터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리뉴얼 전략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이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15.6% 증가한 22330억 원을 기록했으며, 리뉴얼을 단행한 이마트 춘천점 매출은 5월 기준 68.4% 신장했다. 정 위원장은 오프라인 위기 속 이마트 매출 상승은 굉장히 역설적이라며 리뉴얼 전략이 성공을 거둔 덕이라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유통업계
제자리인 노동권

 

그러나 노동자들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유통 구조가 개편되며 노동자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공존하는 대형마트 3사 노동자의 경우 상황이 복잡하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부는 무인화 바람으로 이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5년 홈플러스에 최초로 도입된 셀프 계산대는 마트와 편의점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이마트는 전체 138개 점포 가운데 115개 점포에서 셀프 계산대를 운영 중이며,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각각 전체 점포의 절반이 넘는 88, 58개 점포에서 셀프 계산대를 운영 중이다. 정 위원장은 일반 계산대의 경우 매 계산대에 계산원이 한 명씩 배치되지만 셀프 계산대는 계산원 두 명이 모든 계산대를 관리한다셀프 계산대 도입 이후 계산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노동 수요는 증가했지만, 기존 오프라인 노동자가 설 자리는 여전히 없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통로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이마트 노동자가 온라인 유통업으로 가기 위해선 이마트를 퇴사한 후 쓱닷컴 산하 파견회사에 취직하는 방법밖에 없다노조 측은 원하는 사람이 온라인 영역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요구하는 중이라 말했다.

더욱이 기업은 새롭게 발생한 온라인 노동 수요를 파견노동자, 특수노동직과 같은 질 나쁜 일자리로 충당한다. 마트노조에 의하면 온라인 배송 전용 물류센터 네오002003270명 이상의 노동자가 근무 중이지만, 이 중 직영 노동자는 70여 명에 불과하다. 800여 명의 피킹·패킹(Picking·Packing) 노동자와 1200여 명의 배송 기사는 각각 파견노동, 특수고용자다.

문제는 이들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노동권을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피킹·패킹 노동자는 파견업체에 간접 고용되지만, 실질적인 근무는 원청 업체에서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소장이 지난 2014년 발표한 간접고용의 실태와 개선 방안에 따르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의 어려움 임금 및 노동 조건에서의 차별 위험의 외주화 등의 문제에 직면한다.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하는 배송 기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일한다. 업체의 현장 지시를 따르며 실제로 고용된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과로사 등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업체는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 고려대 경영대학 김동원 교수는 배송 기사는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다자영업자 성격이 짙은 노동자일수록 법적 사각지대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11일 홈플러스 강서점 배송 기사 최은호(48)씨가 출근을 준비하던 중 쓰러져 25일 숨졌지만, 홈플러스 측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의 유통업 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유통 업계 노동자들이 설 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에 ▲단기적인 지원책 확대 ▲재교육·재취업 ▲제도 정립 등을 통해 고통받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마트 3사의 유통업 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유통 업계 노동자들이 설 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에 ▲단기적인 지원책 확대 ▲재교육·재취업 ▲제도 정립 등을 통해 고통받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을 보호하는
노동권의 보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지원책 확대 재교육·재취업 제도 정립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박강우 교수는 정부가 실업급여를 확대해도 이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존재한다해고된 노동자들은 곧바로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단기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상황이 심각할 경우 해당 업종을 고용재난**으로 인정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교육을 통한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박 교수는 경력이 비어있는 만큼 재취업 기회가 점점 멀어진다고 설명했다. 마트노조 역시 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을 때 노동자가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재교육이 필요하다온라인 시장으로 취업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 옛 기술에 기반한 일자리는 줄어드는 한편 새 기술에 기반을 둔 일자리가 생긴다이에 맞춰 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온라인 유통업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사회는 변하는데 법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노동 시간 제한과 같은 규제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최씨 역시 사망 직전까지 하루 평균 13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는 고객 서비스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체계를 갖춰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환은 시대의 흐름일 수 있으나, 공정에 관한 논의는 노동자를 향해야 한다. ‘공정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의 전환 속에서 유통서비스업 노동자들은 수많은 위기와 마주한다. 떠나는 이들은 실직을, 남은 이들은 지속적인 고용불안으로 높은 노동 강도를 감내하고 있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사회로 향하기 위한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PP센터: Picking & Packing. 소비자가 주문한 대로 제품을 가져와 포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와 차이가 있다.

**고용재난: 고용안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여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피해 상황

 
글 여근호 기자
khyeo1123@yonsei.ac.kr
원대한 기자
wondaehan1@yonsei.ac.kr
사진 허유신 기자
yushin062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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