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자산이 900조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민연금공단이 연금 관리를 잘하는 것처럼 오인하기 쉬우나 실상은 크게 다르다. 지금까지는 연금을 낼 사람이 받을 사람보다 많아서 적립액이 쌓여 왔지만 변해 가는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라 하면 먹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먹을 권리, 즉 노후에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위해 지난 1988년에 시작된 제도가 바로 국민연금이다. 처음에는 10인 이상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나 199941일에 도시자영업자에 대한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됨으로써 전 국민 연금시대가 시작됐다. 생애 평균임금의 60% 수준으로 급여율이 설계되어 있으며, 초기에는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었으나 수명증가에 따라 수령 연령이 차차 늦어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제도가 시작된 지난 1988년에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70세였으나 현재는 81세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 연금을 받는 기간이 늘어나지만 신생아 인구가 줄고 있으니 장차 연금을 부담할 이들은 줄어들게 된다. 아직은 자산이 늘어나고 있으나 오는 2041년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고, 2053년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자와 재정고갈에 대한 예상 연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는 것도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연금이 고갈돼 재정위기에 처한 그리스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국민연금 재정문제는 후대에 큰 짐이 될 것이다. 이미 여러 명의 장관들이 연금개혁의 임무를 띠고 자리에 올랐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개혁을 지지부진하게 했고, 재정문제는 계속 진행 중이다. 5년마다 한 번씩 제도를 수정하기로 되어 있으므로 그때마다 여러 주장이 제기되곤 하지만 본질적인 개혁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결론이 나곤 했다.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고령층은 빠르게 늘고 있다. 경제활동 중에는 연금수령액이 감소하므로 국민연금 재정에는 도움이 된다. 노동인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정년연장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구직난과 청년실업이 가중되는 상태에서 정년연장은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연금제도 개선과 함께 청년과 장년의 경제활동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루고 있는 동안 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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