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23‘2025년 일반계고 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마이스터고(2020)와 특성화고(2022)에 이어 일반계고도 2023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고교학점제는 수업량의 기준인 단위학점으로 전환하여 학생들이 이수한 과목의 누적 학점에 따라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이번 발표에는 교원 수급, 대입제도, 지역 격차 해소 등 제도의 안착을 위한 연차적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맞춤형 교육, 미래 역량 개발, 개개인의 다양성 지원 등과 같은 취지를 가진 미래지향적 교육체제로 구상됐다. 학생이 메이커실, 온라인수업, 자율활동실, 도서관 등 다양한 형태의 교실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진로에 따라 과목들을 선택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시행을 위한 준비가 됐는지에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한목소리로 교육 여건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강행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실제로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선결 조건들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거나 엇박자를 내고 있다. 충분한 교원을 확보해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야 하는데 오히려 신규 교원 채용을 줄이고 있다. 수능 위주의 정시 모집 비중을 늘리는 것도 이 제도와 상충한다. 이번 교육부 발표에서는 미래형 대입제도를 오는 2024년까지 마련해 2028년부터 적용하겠다고 했다.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특목고 폐지를 전제로 시행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관련 기사 186511자사고 폐지, 성급한 밀어붙이기는 교육 현장의 혼란만 가중한다’> 고교학점제가 우수한 교육 여건을 가진 지역의 학생에게 유리한데 이를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조기에 진로를 구체화할 우려도 있다. 고교학점제가 먼저 도입된 마이스터고의 경우 진로 및 직업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해 진로 조기 결정과 세분화를 심화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교육이 위험한 실험이 돼서는 안 된다. 미래지향적 교육체제를 만들려는 고교학점제 정책 방향이 맞더라도 성급한 밀어붙이기는 곤란하다. 교육부의 애초 취지대로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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