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무법지대’…“식용견도 고통 느낀다”

지난 711일 초복, 대구 칠성 개시장을 찾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개시장이다. 생선가게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니 개소주’ ‘보신탕간판이 이어졌다. 개고기를 증기로 찌는 과정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대부분의 가게는 셔터를 내렸고 3곳만 문을 열었다. 점심시간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이 가게로 줄지어 들어갔다. 근처 가게로 보신탕을 배달하는 라이더도 보였다.

 

▶▶ 대구 칠성 개시장 골목에 ‘보신탕’ ‘염소탕’ ‘개소주’ 간판이 모여 있다. 도살장 2곳이 폐쇄된 이후 건강원 10곳과 보신탕 업소 4곳이 남은 상태다.
▶▶ 대구 칠성 개시장 골목에 ‘보신탕’ ‘염소탕’ ‘개소주’ 간판이 모여 있다. 도살장 2곳이 폐쇄된 이후 건강원 10곳과 보신탕 업소 4곳이 남은 상태다.

 

보신탕과 개의 죽음,
복날의 두 얼굴

 

칠성시장에서 40년간 보신탕 업소를 운영해 온 이종태씨는 평소 50명 정도 손님이 온다면 오늘은 100명 정도 왔다가게를 시작할 때 보신탕 업소가 7곳 있었는데 지금은 4곳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식당 인허가를 받았음에도 동물단체에서 영업을 막고 있다개 식용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만큼 정부와 동물단체가 내버려 두면 5년 안에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 덧붙였다.

생고기를 사러 온 손님은 주인과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핏빛의 갈비뼈가 절단기와 맞물려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두세 토막으로 잘린 고기는 검은 비닐봉지에 담겼다. 찬거리가 든 봉지들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시장을 찾은 김충현이은혜씨는 개고기를 개인의 취향으로 봐야 한다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신탕 가게 입장을 기다리는 김덕우씨는 개시장에 대해 “1~2곳 남은 걸 왜 없애려는지 모르겠다없앤다고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같은 시각 동대구역에는 시위가 한창이었다. ‘칠성 개시장 전면 폐쇄를 요구하는 동물단체들이 서울, 광주, 제주 등 전국에서 모였다. 이들은 릴레이 1인 발언으로 권영진 대구시장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아래 카라) 활동가들은 오는 2025년까지 개시장 부분 폐쇄가 아닌 전면 폐쇄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여한 대구동물보호연대 오위숙 대표는 칠성시장에 개시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개시장의 실태를 알리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보신탕을 보신이라 부를 수 없다땅을 밟기 전까지 음식물 처리 기계로 학대받다 동족들 앞에서 죽어가는 게 무슨 보신이냐며 일갈했다. 지난 613일 동물단체와 시구청 대표 간 논의로 칠성 개시장에 전시된 뜬장*이 철거됐지만, 건강원과 보신탕 업소가 영업을 지속하는 이상 개 도살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는 비판이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반려견식용견다르다지만
식용으로 유입되는 반려견

 

개의 종류를 목적에 따라 구분할 수 있을까. 칠성 개시장 폐쇄를 둘러싼 갈등은 여기서 시작한다. 대한육견협회(아래 육견협회) 주영봉 사무총장은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사무총장은 식용견은 여러 견종이 섞여 털이 짧고 노란 황구에 가깝다농가에서 전문적으로 사육되는 식용 목적의 개는 동물등록제**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기에 반려 및 특수 목적의 개와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림법안소위 위원장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 20203월 개인 방송에서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하는 데 동의한다고 말해 육견협회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현행법은 식용견을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아래 농림부) 관계자는 개는 축산법가축에 포함되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아래 위생관리법)가축에는 포함되지 않는 동물이라 설명했다. 현행법상 개를 사육하는 농장은 허용되지만, 식용을 목적으로 도살처리가공유통판매하는 과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식용견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기에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이 위생관리법에 반하는 방식으로 개를 도살하거나 위생관리기준을 위반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개가 축산법상 가축에 포함되는 이상 식용견은 합법과 불법 사이의 회색지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식용 목적으로 농가에서 사육되는 품종이 고기로 취급된다는 육견협회의 주장과 달리, 개시장은 반려견의 무덤이라 불린다. 카라 김현지 정책실장은 개 식용 산업이 현행 제도들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라 주장했다. 김 실장은 동물등록제에 등록된 반려동물이 개농장으로 흘러 들어가도 농장주를 제재하거나 개들을 구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법 시행령3조에서는 등록대상동물의 범위를 주택준주택에서 기르는 개이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라고 규정한다. 김 실장은 개농장이라는 이유로 법에서 제외된다면 개 식용 산업은 더욱 음지화할 것이라 비판했다.

개 식용 산업에서 반려견과 식용견은 구분의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동물해방물결(아래 동해물)은 지난 2018년 개 도살장이 전면 폐쇄된 것으로 알려진 성남 모란시장으로 여전히 살아있는 개들이 실려 온다는 사실을 202010월부터 추적한 바 있다. 동해물이 발표한 ‘2021 식용 개 도살 및 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살장 인근의 불법 경매장에서는 진도, 로트와일러, 테리어, 포인터, 말라뮤트 등 다양한 생김새의 견종이 발견됐다. 동해물 이지연 대표는 업계에선 큰 황색 개만 식용으로 취급한다고 했으나, 채증 결과 목줄 있는 반려견들이 끊임없이 개 식용 산업으로 유입되는 현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 전국 동물단체 및 활동가들로 구성된 ‘동물을 위한 전진’은 지난 7월 11일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칠성 개시장 폐쇄’를 촉구하는 연대 집회를 열었다.
▶▶ 전국 동물단체 및 활동가들로 구성된 ‘동물을 위한 전진’은 지난 7월 11일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칠성 개시장 폐쇄’를 촉구하는 연대 집회를 열었다.

 

개시장 폐쇄해야
개 식용 유통망 사라진다

 

개시장을 폐쇄하라는 주장을 이해하려면 개 식용 산업을 들여다봐야 한다. 개시장은 개 식용 유통망의 일부인 동시에, 개고기를 판매하는 종착지다. 카라는 이를 죽음의 유통망이라 일컬었다. 김 실장은 전국에서 유일한 칠성 개시장이 폐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지의 도살장, 경매장으로 이어지는 개 식용 유통망을 어떻게 잡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개를 집단적으로 번식사육하는 개농장이 있고, 그러한 개들과 반려견들을 식용으로 경매도살판매하는 구조적인 산업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 지적했다.

동물단체들은 개 식용 산업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낙관론에 선을 긋는다. 김 실장은 사양 산업 추세에도 시설 투자를 통해 개농장의 규모를 늘리는 이들이 있다개농장이 부익부 빈익빈으로 재편된다고 지적했다. 카라는 지난 2015년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소규모 축산 농가들이 도태되는 대신 소수의 대형화·기업화된 농장의 공장식 축산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카라가 공동으로 배포한 세계 유일 식용 개농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개농장 중 1천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공장식 기업형 개농장이 2.7%로 조사됐다. 500마리 이상 사육두수를 신고한 대형 개농장은 전체 개농장의 14.7%에 이르며, 여기서 사육되는 개는 총 사육두수의 40.5%에 달했다.

행정기관은 이러한 개 식용 유통망에 대한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개가 위생관리법상 가축이 아니기에 허가를 받지 않고 개인 농장에서 도살되는 경우가 많다각각의 법으로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실장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 개 식용 유통망 단속을 요청하면 거기서 거래되는 개들은 반려동물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단속을 하지 않으려는 구태의연한 행정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법도 불법도 아닌 개 식용 문제는 이 산업의 종착지인 건강원과 보신탕 업소에서 반복된다. 이들은 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에 관할 구의 인허가를 받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현재 칠성 개시장에는 건강원 10곳과 보신탕 업소 4곳이 남아 있다. 대구시 농산유통과 관계자는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폐업을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장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임미연 동물복지위원장은 “14개 업소 중 10곳이 폐업에 동의한다고 서명했는데, 현행법이 없으니 조례를 제정해 보상안을 명시할 계획이라며 이제 남은 건 개시장 폐쇄를 위한 대구시장의 결단이라 주장했다.

칠성 개시장 폐쇄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이렇듯 대구시의 이행 의지를 요구하는 차원에 더해, 개 식용 유통망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만난다. 동물단체들은 공공연히 개를 전시하고 도살하는 시설이 사라져도 개소주, 개고기를 파는 건강원과 보신탕 업소가 남아 있는 이상 개 식용 산업 자체가 사라지진 않는다고 지적한다. 개시장이 개 식용 유통망의 종착지라면, 개시장 폐쇄는 개 식용 종식의 출발지나 다름없다.

 

동물권 공감하는 사회
개도 고통을 느낀다

 

일각에서는 개 식용 유통망을 정상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 사무총장은 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해야 한다육견협회에서 인정하는 품종만 식용으로 등록해 관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소, 돼지, 닭처럼 개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재영 작가는 저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서 이러한 주장이 모든 동물의 하향 평준화된 평등을 전제한다고 지적한다. 식용으로 사육되는 개의 고통을 인식하는 이들은 개를 개인의 기호가 아닌,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이 대표는 개를 위생관리법에 포함하자는 주장에 대해 개의 품종을 용도에 따라 다르게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최일택 정책팀장은 집단 사육하는 가축 동물을 관리할 때도 이미 질병상해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동물들을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고통받는 동물을 늘리자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도 개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622일 열린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제도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동물권 향상이 매우 더디다이제는 동물보호법이 아닌 동물복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불필요한 고통으로부터 동물을 보호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 의원은 75일 정의당 SNS동물복지법은 동물을 물건이 아닌 존엄한 생명으로 대하고, 동물권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된 법안이라며 식용견이나 반려견 모두 우리가 존중해야 할 생명이라 덧붙였다.

동물권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이 대표는 옛날엔 동물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을 통칭했는데, 이는 인간과 동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각력 있는 존재라며 동물권은 모든 동물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라 설명했다. 여기서 동물은 인간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동물보호가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에 초점을 맞춘다면, 동물권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동물을 전제한다.

사법부의 판단도 전향적이다. 지난 202049일 대법원은 전기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넣어 도살하는 행위가 동물보호법81항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개를 도살하는 보편적인 방식인 전기도살법의 잔혹성을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 대표는 판결 이후 동물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를 도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개를 죽이는 것을 넘어, 개를 죽이고 먹는 행위 자체를 돌아보게 하는 사법부의 판결은 동물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환기한다.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인식과 함께 개시장 폐쇄는 동물권 담론의 시급한 의제가 된다. 이 대표는 개는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지각력 있는 존재이기에 먹거나 죽이면 안 된다이러한 존재에 더 이상 고통을 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칠성 개시장 폐쇄를 둘러싼 문제의 해법은 개 식용 산업이 돌아가는 유통망을 깊숙이 파고들어야 보인다. 반려견과 식용견이라는 인식의 차이가 쌓아 올린 개 식용 유통망이 개의 권리와 만났다. 동물권이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가 된 지금, 당연하게 먹어왔던 동물을 존재로 마주하려는 변화가 시작됐다.

 

*뜬장: 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개의 장

**동물등록제: 반려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를 위하여 반려인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전국 시··구청에 등록하도록 동물보호법을 통해 의무화한 제도

 
글·사진 복건우 기자 
geonu_2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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