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자폐 장애인 교수, 윤은호 교수를 만나다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묻히곤 한다.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윤은호 초빙교수는 그간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자페성 장애인 교수인 윤교수를 만나 장애인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대한민국 최초 자폐 장애인 교수 윤은호씨. 어둡기만한 장애인 교육 현실에 핀조명을 달기 위한 그의 노력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 최초 자폐 장애인 교수 윤은호씨. 어둡기만한 장애인 교육 현실에 핀조명을 달기 위한 그의 노력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Q. ‘교수 윤은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윤은호다. 교수를 지망했다기보다는 연구자가 되고 싶어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됐다. 현재는 연구자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중에 연구자로서 논문을 쓰기 위해선 강사로 일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경험을 쌓고자 교단에 섰다. 교수로서는 함께 논문작업을 할 수 있는 연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자폐성 장애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싶다.

 

Q. 장애인 고등교육의 한계를 느꼈던 경험이 있는가.

A. 가장 당혹스러웠던 경험은 수능을 보고 지난 2005년 서울대 장애인 전형에 지원했으나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자폐성 장애인을 교육했던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7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인 교육제도가 신체장애인을 중심으로 형성돼있어 정신발달장애인에 속하는 자폐장애학생의 경우 고등교육에서 소외되곤 한다.

 

Q. 교수가 된 후 느끼는 고등교육의 한계는 무엇인가.

A. 사회는 자폐 장애 학생을 비롯한 다수의 장애인들이 학부과정까지만 학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실책이 크다. 장애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도 교육부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 특히 한국연구재단의 구조적 미흡함이 가장 큰 한계다.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줘야 그들이 연구 성적을 내고 지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데 정당한 배려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 교수를 지망하는 장애학생은 비장애인 학생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장애 학생에게 주어지는 베네핏이 전혀 없는 것이다.

 

Q. 장애인 교육 보급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A. 교육을 받고 싶은데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자페성 장애인은 등록 기준이 까다로워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까지는 비장애인과 경쟁하며 살아오다가 40대가 넘어서야 장애를 인정 받은 분들도 있다. 또한 부모가 자식의 장애를 인정하기 싫어 일부러 장애 등록을 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애인들의 교육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을 확보해 장애 교육을 활성화하고 장애인들도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Q. 캠퍼스 내 보도블록 설치와 온라인 강의 자막 지원 등 장애학생들도 한 명의 학생으로서 필요한 것들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들이 쉽사리 모이거나 수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학생들의 목소리가 영향력을 갖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A. 장애학생들이 대학에서 어떻게 생활할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대학에 제대로 진학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 학생 비율이 굉장히 적다. 중등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장애학생들이 일반 교육이 아닌 특수교육을 받도록 유도한다. 자폐 장애인들은 초등학교까지는 통합 교육을 받고 중학교부터는 특수 학급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매년 교실에 자폐성 장애인은 50명 남짓만 남는다. 비참한 현실이다. 장애학생들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다른 교육을 받다 보니 대학에 진학할 만큼 충분한 지식을 쌓지 못하는 것 같다.

 

Q. 중등교육에 비해 고등교육에서는 장애학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같은 장애인이라도 장애의 종류에 따라 겪는 고충의 형태는 다양하다. 우리 사회에 에이블리즘*’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정상화주의, 일반인처럼 행동하고 살아갈 수 없다면 사회에서 아예 배제하려는 태도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평생교육은 장애 당사자들이 고차원적인 노동을 하도록 돕기보다 저임금 노동을 하게끔 유도한다. 사회 제도가 발달 장애인을 일반 학교에서 소외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가 너무나 쉽게 용인하는 것이 장애인들의 교육에 걸림돌이 된다.

 

Q. 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

A. 특수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일반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안 교육이 장애인 교육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쉽사리 대안학교에 경제적인 지원과 인가시설 승인을 해주지 않아 오히려 장애인 교육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미등록 장애인은 특히나 교육과 관련한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 따라서 장애학생들이 성적과 관계없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Q.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가.

A. 그렇다. 출발선을 같게 해야 장애인들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장애인 취업률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이전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는 20대 청년 전반의 성장에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도 제도가 허락해주지 않으니 문제가 많다.

지난 2019년에 발표된 장애학생 진로직업 활성화 방안에서는 장애학생을 기본적으로 특수교육을 받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장애 학생들의 교육과 취업을 아예 분리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장애학생들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동등한 출발선에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제도와 조치가 필요한가.

A. ‘정당한 배려를 통해 장애인들을 비장애인들과 같은 출발선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이 많아져야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최근 주목할만한 것은 지난 3월 정부에서 발표한 장애인 고용 활성화 방안이다. 공기업에서 장애인을 정원 외로 채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존에는 정원제 때문에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나 언제든 장애인을 추가로 선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3년 간의 한시적 제도지만 이것이 장애인 고용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장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듯 장애인이 커리어를 쌓고 일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제야 시작됐다는 점은 아쉽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고무적이다.

 

에이블리즘: 장애인 혐오와 비장애인 중심주의를 지칭하는 말로, 비장애인 중심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의미한다.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팀 새로고침 공식 유튜브>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