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을 짚어 보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20대 남성이 대대적으로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민주당의 패배 원인이 페미니즘이라는 의견과 젠더 이슈가 '이남자 쇼크'의 본질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서로 좁혀지지 않는 양극단의 논쟁은 현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을까. 『The Y』가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이대남(20대 남자)', '이대녀(20대 여자)' 설전을 파헤쳤다.

 

이남자 쇼크,
이어지는 정치권 공방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뒀다. 선거 결과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20대의 투표율이다. 20대의 표심은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지지율은 44%, 오 후보 지지율은 40.9%로 박 후보가 앞섰다. 그러나 20대 남성의 투표 양상은 달랐다. 20대 남성의 72.5%가 오 후보를 선택했으며 박 후보 지지율은 22.2%에 그쳤다. 오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보인 것이다.

20대 남성의 표심이 공개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이남자(20대 남자) 쇼크'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대 남자가 국민의힘 완승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과다한 페미니즘 정책이 이남자 쇼크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지난 4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선거 리뷰 모임에서 한 남성 의원은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20대 남성의 지지를 잃은 건 당내에서 페미니즘이 넘친 탓'이라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군가산점제 부활, 모병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등장하며 '페미니즘 과다'로 패배했다는 해석에 일부 의원들이 동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외부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의원의 SNS글이 화제를 모았다. 이 전 의원은 지난 4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2030세대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 참패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뒤이어 이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정책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발이 이남자 쇼크로 이어졌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 내의 분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 전 의원의 주장이 질 나쁜 포퓰리즘이라 반박했다. 뒤이어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이대남의 표심을 안티페미니즘의 표출로 해석하고 있다'며 이 의원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도 자신의 SNS에 '민주당이 여성 정책에만 집중했기에 패배했다는 분석은 게으르고 손쉬운 분석'이라며 지적했다. 20대 남성 표심의 이면에는 젠더 이슈를 넘어선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치권에서는 이남자 쇼크에 대한 상반된 분석을 바탕으로 한 논쟁이 과열되고 있다. 과연 20대 남성의 표심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페미니즘 vs 공정
20대 남성의 '진짜' 표심은?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이남자 쇼크' 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부인하기는 어렵다. 20대 남성 내에 안티페미니즘적인 시각이 일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시사IN』이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9.8%가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한다'는 문장에 동의했다. 문재인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에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20대 남성의 비율도 54.2%였다. 그렇기에 20대 남성의 안티페미니즘적 시각이 민주당에 대한 반발로 이어져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젠더 이슈가 이대남 쇼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젠더 이슈에 따른 20대 남성의 부정 평가 변화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갤럽에서 발표한 20대 남녀의 문재인 정부 직무수행 부정 평가 추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민간 고위직 여성을 확대하기 위해 연기금을 활용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20대 남성의 부정 평가는 45%로 변화가 없었다.

반면 20대 남성들은 공정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관한 공정 이슈'에 20대 남성의 부정 평가는 12%에서 22%로 급등했다. 또한 2020년 '인천국제공항 공정 이슈’ 당시 20대 남성의 부정 평가는 51%에서 57%로 증가했다. 이렇듯 20대 남성은 전반적으로 젠더 이슈보다 공정 이슈에 민감하다. 즉, 20대 남성들이 젠더 이슈를 넘어서 공정 이슈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뉴스톱 김준일 대표는 "단순히 젠더 요인만을 과잉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또한 한림대 사회학과 신경아 교수는 "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페미니즘에서 찾는 것은 좌절과 분노의 경험을 원한의 정치로 이용하는 것"이라 말했다. 한 집단이 경험하는 좌절과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희생양 집단을 만들어 응집하도록 만든다는 의미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역시 지난 4월 16일 논평에서 "선거의 결과를 젠더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청년의 삶을 어렵게 하는 구조의 문제를 덮으려는 그릇된 프레임"이라 비판했다. 젠더 요인만을 주요 패배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정치권은 청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 20대의 선택에는 다른 세대에 비해 젠더 이슈가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젠더 이슈만으로는 20대의 표심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표면화된 젠더 이슈를 넘어서 '공정'에 대한 20대의 갈망을 이해해야 한다.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사진 김다영 기자
dy38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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