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다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이 이제는 진부할 정도다. 굳이 대학언론을 보지 않아도 다양한 정보 전달 방식이 독자를 사로잡고, 학교에 대한 정보가 곳곳에 범람한다. 학내 이슈는 학생 각자의 다양한 관심사와 삶에 이따금 밀려나기도 한다. 해묵은 위기 담론 속에서 여전히 대학언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대학신문」, 「서강학보」, 「대학알리」 기자들과 대학언론이 어떻게 변화에 발맞추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언론의 위기’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역사 속 대학언론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던 시절 대학언론은 대안적 언론으로 기능했다. 대학은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고 대학의 의제를 다루는 대학언론의 역할은 막대했다. 학내 의제에 대한 관심도 컸다. 2000년대 초반 본지 기자로 활동했던 위정호 동인은 “당시 고려대에 스타벅스가 생기는 것에 찬반 논쟁이 붙었다”며 “캠퍼스 공간에 대한 이념적 요소, 정치적 목소리가 강했다”고 전했다.

대학언론의 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위 동인은 “신문 플랫폼 자체에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포맷인 웹진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학생들을 계도하려는 기존의 논조를 버리고 강의 평가와 같은 콘텐츠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독자들을 대거 유입하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처음 제기된 대학언론의 위기는 이제 모든 대학언론이 앓고 있는 고질적 문제가 됐다. 다변화되는 미디어와 넓어지는 의제 속에서 독자들을 사로잡을 대학언론만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학언론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신문」, 변화를 통해 독자와 발맞추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대학신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서울대 공식 언론사 「대학신문」 68대 편집국장 박지민이다.

 

Q. 대학언론의 위기를 체감하는가.

A. 대학도 위기이고, 언론도 위기여서 대학언론도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뉴스를 접하기 쉬운 환경이다. 서울대는 이미 각 언론사 기자들이 기자실에 상주하면서 취재한다. 그래서 우리 학교 소식을 기성 언론을 통해 접하는 순간도 있다. 나아가 학내 커뮤니티를 포함해 정보가 공유되는 창구가 많아 대학언론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최근 미디어 흐름을 보면 대학언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회의감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Q.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가.

A. 독자 기반을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독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대학언론의 정체성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의 대학언론은 독자와 유리돼있다. 대학언론의 숭고한 가치, 사회적 역할, 공론장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먼저 ‘읽히는 신문’이 돼야 한다.

 

Q. 지난 2020학년도 2학기 「대학신문」에 뉴미디어부 신설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다.

A. 활자가 아닌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전에는 뉴미디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었고 팀 형식으로 운영됐다. 주로 인터뷰나 취재 비하인드, 강의 평가 읽기 등 가벼운 콘텐츠를 다뤘다. 활자 기사가 메인이고, 영상이 보조해주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지난 2020학년도 2학기에 뉴미디어 담당팀을 부서로 승격했다. 뉴미디어 부서를 만들려면 기존 부서를 없애야 했기에 학술부와 사회부를 합쳐 뉴미디어부를 창설하게 됐다.

 

Q. 오늘날 대학언론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할까.

A. 「대학신문」이 가지는 역사성과 신뢰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내 이슈를 가장 정확하게 다뤄야 한다. 또한 학교 밖 의제들에 대해 기성 언론과 차별성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성 언론으로부터 조명받지 못하는 사건들을 다루고자 한다. 나아가 「대학신문」 기자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담아야 한다. 학교 밖 의제들을 다룰 때 청년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해야 한다. 과거에는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담론을 형성하고 우리의 시선에 동참해달라는 논조를 드러냈다면 이제는 청년이자 학생기자로서의 새로운 시각을 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서강학보」, 공동 취재를 통해 학내언론 역할 이어가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서강학보」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서강대 공식언론사 중 하나인 「서강학보」의 편집국장 주현우, 대학부장 이지윤, 사회부장 신승희, 사회부 정기자 김혜지다.

 

Q. 지난 2020년 총장 선거를 앞두고 공동 취재팀을 꾸려 학내 권력 구조 문제를 고발했다. 협의체를 꾸려 취재를 기획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A. 당시 총장을 선출하는 이사회와 후보를 결정하는 총장추천위원회 내에서 예수회*가 갖는 과도한 영향력과 법인의 재산 비리와 관련해 취재를 진행했다. 취재량이 방대해 「서강학보」, 『서강헤럴드』, 『서강방송국』, 『서강TV』가 함께 공동 취재팀을 꾸렸다. 대자보와 SNS, 학내 커뮤니티, 교수와 교직원 인터뷰에 직접 보도 내용이 인용되는 것을 보며 파급력을 체감했다. 결과적으로 예수회 추천 후보가 총장 선거에서 당선되며 큰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에 회의감도 느꼈지만, 학내언론사 운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던 시기에 문제를 의제화할 수 있어 뿌듯했다. 이사회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서강사랑’이라는 학생단체가 출범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Q. 학보사가 ‘학내언론 기구’로서 갖는 역할은 무엇인가.

A. 학보사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따라서 다양한 학내 사안들 가운데 의제를 설정하는 기능이 중요하다. 학보 외에도 학내 사안들이 전달되는 창구는 많다. 학내 커뮤니티를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미 실시간으로 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보는 그에 비해 격주로 발간되는 신문이기에 시의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지면을 통해 특정 사안을 기사화하는 것은 해당 사안이 여러 학내 이슈들 가운데 특별히 중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이처럼 학내 사안을 정제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올바른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여론을 선도하는 것이 학보다. 공식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로서 주요 이슈를 학내 구성원에게 알리는 지면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Q. 오늘날 대학언론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할까.

A. 커뮤니티 내에서 학내 이슈와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많이 제공돼 학생들의 궁금증도 해소되고 있다. 따라서 학내 이슈에 있어서는 학보만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것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독자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보도도 필요하다. 「이대학보」의 경우 무거운 주제뿐 아니라 학교의 문화와 가치를 담아내 매력적이다. 사회부의 경우 청년으로서 갖는 당사자성이 가장 중요하다. 청년들의 역동적인 삶을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것은 학보이기 때문이다.

 

「대학알리」, 대학 너머의 저널리즘을 고민하다
 

 

Q. 「대학알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대학알리」는 학교에 소속된 학보라는 한계를 넘어 자유로운 언론 보도를 실현하기 위해 창간된 비영리 독립 언론이다.

 

Q. 「대학알리」는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집권을 기반으로 대학생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 학교에 소속된 학보의 한계란 무엇일까.

A. 학보사는 부속기관이기에 구조적으로 학교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언론은 사정이 좋지 않은 현재 편집권 침해나 자기검열로 인해 좋은 콘텐츠를 발행하지도, 양질의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지도 못하고 있다. 대학생 스스로도 정치적 관점과 의제 설정 능력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되돌아봤으면 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에 갇혀 좁은 시야로 문제에 접근하지는 않는지 성찰해야 한다.

 

Q. 「대학알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왔는가. 기사 방향성과 논조에 있어 「대학알리」만의 특징이 궁금하다.

A. 우리는 대학이라는 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기존 대학언론과 기성 언론이 알리지 못하는 의제를 조명한다. 현재 방송 노동자 노동환경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청년의 우울감, 장애 관련 이슈, 비대학생 이야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도 기사에 담고 있다. 단 「대학알리」의 정관과 규정, 강령을 위배하지 않아야 하고 대학생 당사자가 발화한 콘텐츠여야만 한다.

 

Q.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기에 겪는 이점 및 고충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예산을 계획하고 집행할 수 있다. 관성에 따라 예산을 사용할 때에 비해 학보가 당면한 상황에 맞춰 새로운 경영전략을 세우기가 용이하다단, 독립적인 재정을 운영하는 만큼 불안정성이 크다. 지난 2년간은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정체성 덕분에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지원에 의지할 수 없으니 재정적 자립과 확장을 모색해야 한다.

 

Q. 대학언론 보도 중 기성 언론과 차별화된 관점을 띠어 인상 깊게 읽었던 기사가 있는가.

A. 대학언론과 기성 언론을 구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학내 이슈와 가까이 있음에도 기성 언론보다 보도가 늦는 학보를 종종 목격한다. 또한 학내언론만이 할 수 있는 학교에 대한 고발성 보도 역시 ‘특종 발견’의 형식을 따른다.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나 관점의 전환은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동아대학보」의 ‘캠퍼스 밖에도 청년은 존재한다’ 기사가 매우 인상 깊었다. 재학생이었다가 자퇴를 택한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두 정체성의 경계를 경유했던 구성원의 시선으로 논의를 전개한 점이 유의미했다.

 

Q. 오늘날 대학언론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할까.

A. 과거의 대학언론에 비해 다루는 의제가 확장되고 형식도 변화했으나 본질은 변함없다. 우리는 ‘대학’ 언론이고 대학 내 ‘언론’이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다면 잠시 하던 작업을 멈추고 성찰해야 할 때다.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고 동료들과 나누기를 권한다. 각 대학사회에서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저널리즘이 있을 것이다.

 

*예수회: 가톨릭교회의 남자 수도단체로 1547년 최초의 예수회대학이 세워진 이래,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진출하여 226개의 종합대학과 단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글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자료사진 서강학보 대학신문 대학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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