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보다

지난 1월 19일 국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후 일부 의료인들이 이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백신 접종 의무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공중보건 위기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 중 무엇이 우선일까요. 『TheY』가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K-방역,
개인보다 공동체의 안전이 우선?

 

공중보건 위기에서 동선 등의 개인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에도 확진자의 동선 공개에 대해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달리 메르스 사태 때 방역 당국은 병원명과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된다면 병원이 환자의 치료를 거부하는 등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당시 한국은 메르스 확진자 수 세계 2위라는 오명을 입었으며, 정부는 동선 비공개 조치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서 공중보건을 위해 상세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죠. 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함께 역학조사를 통해 알아낸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해 바이러스 확산세 조기 차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4월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자가격리자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손목밴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그 이유에 대해 무단으로 외출하는 자가격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손목밴드는 자가격리자의 스마트폰과 연동되며, 손목밴드가 스마트폰으로부터 10m 이상 떨어지면 모니터링단에 경보가 전송됩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손목밴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맞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방역 당국은 지난 2월 국내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이에 정부는 의료진을 시작으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경찰 지휘부와 접종을 기피하는 경찰관들 사이에 갈등 기류가 나타났습니다.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백신 접종 대상자는 접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급을 앞둔 이들의 경우 사실상 접종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경찰청은 4월 19일까지 개인별 접종 희망 여부와는 관계없이 ‘백신 조’를 짜라고 공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방역의 성과만을 강조할 뿐, 방역에서 비롯된 개인의 권리 침해에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정부 인사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중 “국민들께서 경제적 피해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적극 협조해 주신 덕분에 K-방역이 지금까지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방역 대책 속
개인의 권리는 어디에?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K-방역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K-방역의 성공은 그 이면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공중보건의 위기 속에서 공익을 우선시한다는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당한 사례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감염병예방법」 제76조에 따르면 국가는 감염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개인에게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전화번호 등의 인적 사항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확진자의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요구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고려대 국제학부 서창록 교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나는 감염되었다』가 일례입니다. 서 교수는 “코로나19 확진 이후 방역당국에서 개인 사진을 하나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며 “사진이 필요한 이유를 물었더니 방역 당국은 안면인식 기술로 CCTV를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사례는 코로나19 앞에서 개인의 정보를 보호받을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도 같은 이유로 비판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는 방역 당국이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발표한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지침」에 따라 성별, 연령, 국적, 거주지 및 직장명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지만, 해당 지침이 마련되기 전까진 지자체별로 공개하는 확진자 정보의 범위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죠.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인 ‘인권운동사랑방’의 어쓰씨는 “당시 지자체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려 했다”며 “무엇을 위한 동선 공개인지 생각해보지 않은 채 그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데 몰두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확진자의 성별, 직업, 직장명 등 동선 파악과는 무관한 개인정보가 노출됐습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손목밴드 또한 자가격리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자가격리 무단이탈자가 많다는 이유로 손목밴드 도입을 추진했지만, 지난 2020년 6월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무단이탈 비율은 0.16%였습니다. 어쓰씨는 “헌법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다른 수단이 없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매우 적은 자가격리 무단이탈자를 관리하기 위해 손목밴드를 일괄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침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인권과 공익은 제로섬 게임*일까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논란은 방역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로 귀결됩니다. 사회적 재난 속에서 공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K-방역을 내세운 정부는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일정 부분 제한했습니다. 국가는 개인에게 방역수칙을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고 감시하는 존재, 개인은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된 것이죠. 이때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된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공익을 고려하는 과정은 부재했습니다.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와 낙인이 만연했으며,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차별이 가시화됐기 때문입니다. 서 교수는 “평생 인권 공부를 해왔고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로 낙인찍혔다”고 전했습니다. 어쓰씨 또한 “현재의 방역 정책은 감염자와 감염의심자를 우리 사회에서 분리하고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며 “방역 정책의 주객이 전도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처럼 기존에는 개인의 자유와 공익의 관계를 양자택일의 구도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일수록 공익을 위한 인권과 인권을 위한 공익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익을 위한 인권의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공익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쓰씨는 “방역 정책은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실시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며 “기본권 제한이 결코 불가피한 경우라면 무엇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는지, 이를 통해 누구를 위한 공익을 얻을 수 있는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결국 개인의 자유와 공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방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감염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쓰씨는 “감염된 사람, 사망한 사람 모두 코로나19라는 재난의 피해자”라며 “이들을 재난의 피해자이자 권리의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을 겪으며 방역 정책을 따르는 주체는 개개인 모두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방역을 위해서는 모두가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이자 권리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함께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재난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은 종종 충돌하곤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인권과 공동체의 안전 모두를 지키고 있을까요? 인권과 공익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양자택일 관점에서 벗어나 두 가지를 조화할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가 되는 게임을 일컫는 말

 

글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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