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자 김경훈 사진기자를 만나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과연 몇 장의 사진과 만날까. 소셜 미디어에 접속하면 누가 찍었는지도 모르는 수천 장의 무수히 많은 사진을 접할 수 있다. 이처럼 수없이 많은 사진 중에서도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사진들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는 사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한국인 사진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사진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사진기자를 직업으로 갖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A. 로이터 통신*에서 다양한 현장을 취재하는 사진기자 김경훈이다. 현재는 도쿄 지국에서 근무 중이다. 고등학교 때 취미로 사진 동아리를 했는데, 당시 전쟁 사진작가인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사진을 접하게 됐다. 그 이후로 사진기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진에도 패션 사진, 순수예술 사진 등 종류가 많다. 그러나 나는 생생한 보도사진이 전달하는 강렬한 이야기에 끌려 보도 사진기자를 꿈꿨다. 사진의 서사적인 면을 매력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Q. 사진기자는 사진으로 현장을 전달한다. ‘사진’이라는 언어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만국 공통어라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에는 사진기자뿐만 아니라 취재 에디터 등 다양한 기자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언어 장벽이 가장 낮은 분야가 사진이다. 사진기자는 취재기자와 달리 시각 요소를 통해 사건과 현장을 포착하기에 따로 통역이 필요하지 않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언어로 세상을 표현한다는 게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Q. 온두라스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이민자들을 촬영한 ‘캐러밴** 모녀’의 사진이 지난 2019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 과정이 궁금하다.

A.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반이민 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러밴 망명 신청을 거부하고, 국경 지대의 연방군에게 폭력 사태에 대비한 무력 개입 권한 부여도 검토하고 있었다. 이 같은 세계적인 이슈를 취재할 경우 로이터 통신의 사진기자들은 새롭게 팀을 구성해 취재에 나선다. 그때도 국적, 성장배경, 종교 등이 모두 다른 기자들이 모여 이민자들과 약 3천km를 이동하며 취재를 진행했다. 국경 지역에서 평화시위가 이뤄지던 중 돌발 사태가 발생했고 수천 명이 국경 장벽 앞에 모이게 됐다. 이에 미군은 최루탄을 발사했고, 이를 피하려 모녀가 도망치는 찰나의 순간을 촬영하게 된 것이다.

 

Q. ‘캐러밴 모녀’ 사진이 연출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이처럼 사진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디지털 사진,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가 생겨난 이후 150년 사진 역사에 엄청난 변곡점이 생겼다. 과거에는 ‘사진은 진실만을 말한다’는 명제가 통했다. 진실을 전달하는 사진만 소비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압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진을 소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조작할 수도 있다. 사진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사진의 공유도 쉬워졌다. 왜곡되거나 조작된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진을 둘러싼 오해와 비판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진도 언어이기에 감상자는 그 의도를 질문하고, 사진을 연출했다는 오해도 품게 된다. 사진기자들은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많은 필터링을 거치고, 사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캡션과 같은 안전장치를 둔다.

 

Q. 어떤 마음가짐으로 취재에 임하는지 궁금하다. 

A. 기자는 언제나 중립적이어야 한다. 현장을 취재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진기자는 연출하는 직업이 아니기에 눈 앞에 펼쳐지는 인간의 드라마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 실수 없이 담고자 한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언어를 잘 구사하는 달변가가 돼야 한다. 내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주목하기 위해서는 사진이 미학적인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사실과 미학의 영역 모두에 균형 맞춘 사진을 찍고자 노력한다.

 

Q. 사진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사진기자라는 직업의 본질이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사진기자들은 ‘촬영한다’가 아니라 ‘취재한다’고 말한다. 사진기자뿐만 아니라 모든 비주얼 저널리스트에게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전체 작업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은 사진기자를 현장에서 사진만 찍는 존재라고 생각하나, 대부분의 사진기자는 취재 전에 많이 연구한다. 기사의 내용을 고려해 사진을 미리 구상하고 현장을 취재한 뒤, 자신이 찍은 수많은 사진 중 가장 강렬하고 사실을 실제에 충실하게 전달하는 사진을 고른다. 마지막으로 사진에 맞는 캡션을 써야 일이 끝난다. 

이제는 원숭이도 사진을 찍는 시대가 왔다. 기술적으로 초점과 노출이 맞는 사진을 찍는 것을 직업이라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이처럼 트렌디한 미디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주얼 저널리스트들이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모든 사람이 사진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된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A. 사진 수요와 공급의 주요한 채널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저널리즘 매체가 사진의 주요 공급자였다면, 지금은 모두가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촬영하고, 글과 함께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사진기자가 현장을 촬영하고, 캡션을 달아 전 세계로 발행하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사진 소비의 폭이 매우 좁았던 과거에 비해 내가 찍은 사진을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가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진을 생산하거나 소비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Q.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도 있다. 사진의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사진의 힘은 강력하다. 다만 사진 그 자체만으로는 힘이 부족하다. 사진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르는 병따개와 같다. ‘캐러밴 모녀’ 사진 이전에도 동료들은 약 1년 가까이 관련 취재를 해왔었다. 동료들이 촬영한 사진 중 더 강렬한 사진들도 많았다. 그러나 ‘중남미 캐러밴 모녀’ 사진이 찍힌 시기에 대중들이 내 사진을 원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대중들이 중남미 이주민 관련 사회 문제를 알고 싶어 할 때 내 사진이 공개됐기에 사진에 힘이 실린 것이다. 그들이 내 사진으로 인해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아니다. 유명한 이한열의 사진도 그렇다.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한열을 촬영한 기자는 이전에 더 슬프고 격렬한 데모 사진들을 많이 찍었다. 그러나 이한열의 사진이 우리나라를 바꿨다고 말하는 이유는 민주화에 대한 사회의 열망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그 사진이 병뚜껑을 여는 병따개와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진의 힘은 사회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누구나 사진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서로의 사진을 공유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소비해왔던 수없이 많은 사진은 지구 어딘가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나쳐왔던 수많은 사진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로이터(Reuters) 통신: 영국의 뉴스 및 정보제공기업

**캐러밴(Caravan): 범죄 및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미국으로 진입하려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의 이주민 행렬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사진제공 로이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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