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이자 근로학생인 방예원 RA를 만나다

연세대는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Residential College(아래 RC)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RC프로그램에는 참여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는 RA*가 존재한다. RA는 ▲하우스 프로그램 개발·기획·운영 ▲RC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멘토로서 공동체 생활 지도 및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The Y』는 솜니움 하우스 대표 RA를 맡고 있는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방예원씨를 만나 근로장학생으로 분류되는 RA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노동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Q. RA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동아리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학 비대위)에서 활동했다. 당시 학생사회가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등 마땅히 목소리를 내야 할 이슈들에 침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RA는 이러한 대표 단체들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RC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학년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주도적으로 논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RA를 하게 됐다.

 

Q. RA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A. RA의 기본적인 역할은 분반 학생들을 돌봐주는 것이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상담부터 모임까지 분반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첫 번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분반 모임은 최소 30분에서 최대 1시간 정도씩 총 10주, 10회 이상을 진행하고 있다. 모임의 구체적 내용과 주제는 분반마다 다르다. RC문화예술․체육활동 과목에서 출석 조교를 맡거나 창의 도전,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업무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하우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역할이 있다. 마스터 교수님과 RC프로그램 참여 학생들 간의 징검다리 역할도 한다.

 

Q. RA의 장단점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A. 원하는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다. 참가 학생들에게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편 과다한 행정 업무가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학생들에게 상품을 주려고 할 때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만큼 행정 업무가 힘들다. 행정 업무 때문에 학생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다는 점도 아쉽다. <관련기사 1873호 5면 ‘빛바랜 RC 취지, 다시 빛내야 해’>

 

Q. RA 업무의 노동 강도는 어떠한가.

A. 높은 RA 장학금만 보고 맡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들이 많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업무량이 많아졌다. 일례로 택배로 프로그램 상품을 배송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마치 택배기사가 된 것처럼 과도한 택배 포장 업무를 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활동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Q. 학업과 RA 활동을 병행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는가.

A. 학업과 병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매번 행사가 절차에 맞게 잘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든다.

 

Q. 지난 RA 활동을 통해 배운 점은 무엇인가.

A. 연세 정신 중 섬김의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RA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하우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RC 예산을 사용할 때에도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 기업의 물품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실제로 진행했을 때, 많은 학생이 우리가 나누고자 했던 사회문제에 관심을 보여줘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솜니움 하우스에서 진행한 ‘지구를 지켜주솜’ 프로그램 이후에도 실생활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RC들을 볼 수 있어 뿌듯했다.

 

Q. 코로나19로 RA 활동에 어려운 점은 없는가.

A. 학생들과의 소통이 불편하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줌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데에도 일방적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대면 학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참여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점이 어렵다. RA 간 소통 또한 어렵다. 솜니움 하우스 RA 11명 중 6명이 원주에 거주하는데도 함께 만나기 어려웠다. 

 

Q. 비대면 학기에 RC 제도가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가.

A. RC 제도를 담당하는 교직원 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대면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런어스(Learnus) 활용을 넓히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중간고사 이후 RA 대상으로 런어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공지사항 전달 이외의 기능은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일반 학생들이 런어스 채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RC 센터와 RA 간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지만 아직 시행되지 못해 아쉽다. RC문화예술, 체육활동의 경우 비대면 상황에 불가능한 종목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들로 바뀐다면 좋을 것 같다.

 

Q. 비대면 상황이 막막할 RC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나 역시 일반 학생일 때는 RA에게 선뜻 먼저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고, RA에게 먼저 다가갔으면 좋겠다. RA와의 관계는 일회적인 만남을 넘어서 인연이 될 수 있다. 답답한 점이 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RA에게 연락해 함께 나누면 좋겠다. 학생들이 비대면 학기라는 캄캄한 터널을 지날 때, RA들이 앞을 밝혀주는 빛이 되겠다.

 

RA는 학생들이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을 해야 하는 지금, RA들의 고충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을 향한 RA들의 도움의 손길이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 그들의 고충을 덜어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RA(Residential Advisor): RC프로그램에서 RC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선배들

 

글 강한솔 김지훤 배소혜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방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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