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매지리를 지켜온 자영업자 이경희 점주를 만나다

환한 거리, 활발한 이야기 소리, 여기저기서 들리는 잔들의 부딪침. ‘대학가’라는 단어는 열정이 가득한 청춘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이젠 대학가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학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면서 대학가도 함께 조용해진 것이다. 연세대 미래캠퍼스가 위치한 흥업면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적이던 학생들은 보이지 않고 상인들의 한숨과 걱정만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대학가에서 상인들이 제 자리를 지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상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TheY』는 매지리 인근에서 18년간 치킨 프랜차이즈 ‘또래오래’를 운영해 온 점주 이경희씨를 만났다.
 

점심시간의 매지리 대학가의 모습.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조용한 거리가 눈에 띈다.
점심시간의 매지리 대학가의 모습.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조용한 거리가 눈에 띈다.

 

Q.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상권의 고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대학의 비대면 학기로 인한 여파를 크게 실감하는가.

A. 수입 부분에서 가장 많이 느끼고 있다. 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될 때는 홀  운영과 배달을 병행했다. 그러나 흥업면 내 대학들이 비대면으로 강의를 진행하며 홀을 찾는 손님이 없어 홀 운영을 중단했다. 결국 홀에서 얻는 수입은 끊겼고 배달도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1/3가량 줄었다. 대학가는 학생들이 전부인데 학생들이 학교에 없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Q. 대학가 상권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

A. 코로나19로 손님이 없는 틈을 타 대학가 상권이 정리됐다. 술집의 비율이 높았던 이전과 달리 배달 프랜차이즈 업종과 카페의 비율이 늘었다.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람도 있다. 거리와 상가가 전반적으로 깔끔해졌다고 생각한다.

 

Q. 배달 판매만 가능한 상황에서 가게가 내세우는 홍보 전략이 있나.

A. 고객들에게 가게를 가능한 한 많이 노출하고자 한다. 일례로 배달 앱마다 여러 지역에 ‘핀’을 꽂고 있다. 핀을 꽂은 지역이 증가할수록 고객이 해당 지역에서 치킨 카테고리를 선택했을 때, 화면 상단에 가게가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Q. 최근 애플리케이션(아래 앱)을 통한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한편, 리뷰 테러나 비상식적인 요구사항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고충을 경험한 적이 있나.

A. 얼마 전 아무 이유 없이 별점 1점과 함께 ‘그냥 맛이 없다’는 리뷰를 작성한 고객이 있었다. 모든 사람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나 타당한 이유도 없이 낮은 별점을 주는 행위는 가게에 치명적이다. ‘배달의 민족’을 비롯한 대부분의 배달 앱은 가게가 4.5 이상의 높은 평균 별점을 유지해왔더라도 한 번이라도 별점 1점을 받으면 4.5 미만으로 떨어뜨린다. 평균 별점이 떨어지면 해당 카테고리의 가게 상호의 노출 순위도 떨어진다. 수많은 동종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최대한 카테고리의 상위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한데, 별점이 낮아질수록 점점 불리한 선상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Q. 배달문화가 확산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배달 앱 사용이 증가하면서 고객과 업주 모두가 조금 더 편해진 것은 맞다. 주문 실수나 전화 응대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앱에 매장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수료가 생각보다 높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같은 양의 주문이 전화로 들어올 때보다 앱으로 들어올 때의 마진이 훨씬 적으니, 업주에겐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주문을 많이 받으려면 수수료가 높더라도 배달 앱 사용이 불가피하다. 대안으로 원주시에서 수수료가 없는 배달 앱을 개발했으나 고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해당 앱의 수수료가 없다는 메리트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Q. 코로나19와 관련된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이 가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A. 국가에서 코로나19 이전 대비 매출이 하락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회성 지원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Q.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에게는 어떤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가.

A. 세금 감면 혜택이 있었으면 한다. 지난 2020년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된 세금 납부액은 체감상 결코 적지 않다. 작년 매출이 코로나19로 줄어 세금 납부액도 감소했지만, 동시에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지면서 매출도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올해 소득으로 세금을 내려니 부담이 큰 게 현실이다. 국가에선 세금 납부 일자를 연기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나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소액이더라도 세금을 감면하는 방향으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현재 상황을 힘겹게 견디고 있을 대학가 및 일반 자영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대학이 정상적인 학기를 재개하고 일상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힘들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잘 버텨냈으면 좋겠다. 버티는 사람에겐 결국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믿는다.

 

상인들은 코로나19로 무너져가는 대학가를 지키고 있다. ‘지킨다’가 지닌 보호와 유지라는 두 가지 의미 중에서 그들은 자신의 자리를 유지함으로써 대학가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정상 등교가 재개되고 비로소 대학가가 안정을 찾는 그 날까지, 상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 시간을 잘 버텨내길 바란다.

 

글 안영채 수습기자,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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