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대로의 모습으로 MZ세대의 웃음코드를 사로잡다

철이 없었죠, 비대면 데이트에 발을 들인다는 게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코미디언 김해준씨가 연기하는 소개팅 상대남 최준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부담스러우면서도 생생한 연기에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렇듯 일상 속 모습들을 그대로 재현한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는 어떻게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일상 속 코미디, 코미디 속 일상

 

유튜브 채널 빵송국은 지난 4월 한 달간 구독자 수가 10만 명가량 증가했다. 유튜브 채널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은 최근 10개월간 구독자 수가 약 20만 명 늘어났다. ‘준며들다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피식대학역시 올해 상반기에 구독자 수가 급증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 채널들의 공통점은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 제작소라는 점이다.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은 본래 미술 용어로, 특정 현상에 대한 극단적인 사실 묘사를 일컫는다. 최근에는 코미디 장르의 새로운 정체성을 설명하는 용어로 정착했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에 출연하는 코미디언들은 한국 지리 인강 수업, 소개팅 상황, 아이돌 그룹의 활동 모습을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연기한다. ‘빵송국에서 선보인 가상의 보이그룹 매드몬스터는 최근 인기에 힘입어 실제 음원을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에 이르렀다.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는 자극적 요소 없이 현실적인 서사 그 자체를 통해 웃음을 전한다. 예컨대 피식대학한사랑 산악회시리즈는 산악회에 소속된 중년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콘텐츠다. 영상에 등장하는 분장이나 소품, 대사들은 출연진들이 등산하러 다니는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한 시청자는 내가 산이 왜 좋은 줄 아나? 말이 없어. 내가 화가 났든 여기서 소리를 지르든 뭐를 하든 그냥 다 품어주니까라는 대사를 짚으며 아버지께서 등산을 가실 때마다 매번 하시는 말씀과 똑같다고 감탄했다. ‘피식대학빵송국을 즐겨 보는 송은영(22)씨는 실제 경험한 적 있는 장면을 볼 때 형성되는 공감대가 콘텐츠를 즐겨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렇듯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는 일상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웃음을 선사한다.

 

 

 

하이퍼리얼리즘,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인기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와 맥락을 함께한다. 광고 기획자 이성길씨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코미디 트렌드가 형성되는 것은 대중의 플랫폼 이동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TV 프로그램이 코미디 콘텐츠를 공급하는 주 경로였으나 현재는 사람들이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설명이다. 그중에서도 10대와 20대 이용자들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지난 2월 애플리케이션(아래 어플) 분석 업체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유튜브 어플의 한 달 평균 이용 시간은 10대가 46시간 52, 20대가 41시간 31분 순으로 타 세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플랫폼은 기존의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비해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 환경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이씨는 유튜브는 열린 무대라고 부연했다. 방송국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진의 아이디어가 무대에 구현되기까지 여러 차례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에 비해 유튜브는 편집과 촬영이 자유로워 출연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웃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용이하다. 실제로 유모(24)씨는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소재의 선택 범위가 넓고 형식의 구성이 자유로운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무대에서 촬영하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물리적 공간의 제한이 없어 일상적인 공간에서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다. 예컨대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한국지리 문쌤시리즈는 실제 인터넷 강의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촬영한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실제 인터넷 강의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피식대학‘B대면데이트시리즈에서는 비대면 소개팅을 넘어 카카오톡 대화까지 영상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진정성을 확보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는 포장에 지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MZ세대는 온라인상에서 거짓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유튜브에도 본인을 장애인이라고 속이며 자작극을 벌이거나 배달원이 음식을 중간에 먹은 것처럼 꾸미는 등 거짓으로 연출된 장면들이 종종 등장했다. 이씨는 현재 MZ세대는 감정에 솔직한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포장에 피로감을 느낀 MZ세대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한 콘텐츠에 매력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제작자와 시청자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 콘텐츠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세대는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다. 이들은 제작자만큼이나 콘셉트에 충실한 댓글을 통해 높은 해학적 감수성을 자랑한다. ‘빠더너스의 코미디언 문상훈씨는 영상과 댓글이 각각 주는 웃음이 시너지를 발휘해 해학적 효과가 확장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한국지리 문쌤시리즈에서 공부 동기부여 영상을 기획해 학생들과의 소통 이벤트를 진행했다. 실패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 하단에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자신만의 잘 지는 방법을 적은 댓글들이 가득하다. 송씨는 댓글을 보는 재미가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 콘텐츠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전에 없던 신선한 웃음을 선물하고 있다. 얼굴을 맞대고 모여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일상이 요원해진 요즘, 반가운 웃음을 선사하는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 콘텐츠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사진제공 빠더너스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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