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원 실용무용과 신정우 교수를 만나다

 

화려한 조명 아래 실용무용 댄서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눈을 사로잡는 안무와 퍼포먼스는 대중의 관심을 대번에 끌어당긴다. ‘실용무용’은 무용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전통무용, 순수무용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선보이는 자유로운 움직임이다. 한편 실용무용을 본격적으로 배워보려는 이들, 실용무용계로의 진출을 꾀하는 이들이 늘며 전문 교육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대학 또한 실용무용학과를 설립하며 그 흐름에 동참했다. 대학에 뿌리내린 실용무용은 어떤 모습일까. 『The Y』가 현직 댄서이자, 교수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신정우씨를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상명대 평생교육원 실용무용과 교수로 재직 중인 신정우다. ‘모니카’라는 예명으로 댄서 활동 중이며, OFD라는 댄스 학원도 운영하고 있다.

 

Q. 무용이 아닌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댄서의 길을 걷게 됐나.

A. 패션을 전공하기 전부터 춤추는 것을 즐겼다. 고등학생 때부터 춤이 취미였다. 그때까지는 춤을 좋은 취미라고만 생각했고 무용을 전공 삼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공인 패션디자인 분야로 취직했는데, 하는 일이 내가 기대했던 실무와는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찾게 됐고, 자연스럽게 댄스 분야로 전향했다.

 

Q. 실용무용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

A.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용무용은 접근성이 높다. 최신 트렌드와 직결되기도 해 그저 즐길 수 있다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순수무용은 클래식한 편이라 적응하는데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한 반면, 실용무용은 이처럼 난해한 부분이 적기 때문에 대중들과 더 활발히 소통할 수 있다.

 

Q. 댄서로 활동을 하면서도 대학과 학원을 통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A. 어떤 분야에 진출하든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의도적으로 후학 양성을 시작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후학 양성에 힘쓰게 됐다. 춤에 대한 열정의 연장선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함께할 좋은 동료들, 열심히 하는 후배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후학 양성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강해졌다.

 

Q. 댄서로서 혹은 교수로서 추구하는 가치관이 무엇인가.

A. 교수자로서는 개인보다 댄스신(Dance Scene)을 우선시한다. 개인의 편리보다는 후배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O happy day(OFD)’ 공연을 진행한 것도 댄스신과 후배들을 위한 선택이었다.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었지만, 댄스신의 발전을 위해 무관중 공연이라는 비용적인 리스크를 감수했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공연이 없어 춤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는 댄서들을 위함이었다. 비대면 공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Q. 평생교육원 실용무용과 교수직을 맡고 있다. 평생교육원 수업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A. ‘누구나 배울 수 있다’를 신조로 평등한 교육을 지향한다. 그렇기에 입시 제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부분의 지원자를 합격시키려 한다.

평생교육원에는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재학 중이다. 따라서 이를 고려해 시간표를 짠다. 정규 시간표 내 수업 자체는 일반적인 대학 수업과 유사하나 ‘방과 후 수업’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례로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정규 수업 시간표면, 4시 반 이후는 학원 수업처럼 비학점 수업을 운영한다. 해당 수업에서는 댄서들이 강사로서 활동한다. 이를 통해 보다 실용적인 수업이 가능하다.

 

Q. 앞으로 실용무용이 학문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A.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실용무용은 학문적 정립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하지 않는 게 더 어울린다. 학술적 내용이 쌓일수록 실용무용의 틀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학문적 시도를 통해 실용무용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는 있으나 학문적 정립이 필수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문적으로 정의되지 않기를 바란다. 학문이기에 앞서서 문화로 남았으면 좋겠다.

 

Q. 실용무용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더 넓게 능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춤만 추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를 바란다. 한 예로 음악을 들 수 있다. 댄서들은 춤을 많이 추는 만큼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듣는다. 학술적인 음악의 방법론은 잘 모르지만, 감각적으로는 음악 전공자들만큼 조예가 깊다. 또한, 춤은 연기와도 연관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 때도 댄서들이 몸 연기 지도를 위해 초빙되기도 한다. 이처럼 어떤 것을 하든 같이 쓰일 수 있는 것이 무용이다. 댄서들이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댄서들의 능력이 여기저기서 쓰이는 모습을 기대한다.

 

대학 교육에서 실용무용은 교육이 꼭 학술적이어야 하는지에 물음을 던진다. 무언가를 가르치고, 깨닫고, 그 안에서 사유하며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교육임을 시사한다. 아직 대학에서의 실용무용은 기반이 약한 상태다. 그러나 자기 앞에 놓인 길을 소신 있게 걸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대학 교육, 나아가 사회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을 기대한다.

 

나예진 박경민 방성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신정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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