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동물 보호 대학 연합동아리 ‘이리온’을 만나다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과 안락사를 앞둔 유기 동물은 다른 것일까. 유기 동물 보호 대학 연합동아리 이리온은 개인의 작은 실천으로 이 간극을 좁히려 한다. 이들이 실천하는 봉사활동, 보호소 알리기, 채식 체험 곳곳에 생명의 소중함이 녹아 있다. 이리온이 말하는 대학사회의 동물권을 The Y에서 전한다.

 

Q. 이리온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이리온은 기쁠 이(), 퍼질 리(), 따뜻할 온()을 합쳐 만든 단어다. ‘동물을 사랑하는 기쁜 마음을 널리 퍼뜨리는 따뜻한 청춘이라는 의미다. 동물 보호에 뜻이 있는 대학생이 모여 유기 동물 보호와 동물권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한다. 잔혹한 동물 유기 행위에 반대하고 유기 동물 보호에 힘써 동물권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려 한다. 이는 동물 보호에 대한 대학생들의 열망을 실현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Q. 안락사 없는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봉사활동과 사설 보호소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안락사 없는 사설 보호소 천사들의 보금자리산수의 천사들에서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두 보호소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갈 곳 잃은 동물들을 돌보고 그들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곳이다. 그러나 사설 보호소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입양되지 못한 동물들이 보호소에 잔류하면 식비, 병원비, 약값 등 유지 비용이 증가하지만,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들을 보살필 인력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동물이 안락사 없는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보호소 봉사가 필요하다. 비록 봉사가 당장 큰 영향력을 보이기 어려운 작은 보탬일지라도, 봉사를 꾸준히 하다 보면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Q. 보호소 알리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A. 보호소 알리기는 안락사 없는 사설 보호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유기 동물 보호소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다. 활동 과정에서 보호소의 실제 주소가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했다. 주소가 알려질 경우 또 다른 동물 유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지네 마을철거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지네 마을은 안락사 없는 유기견 보호소로 220여 마리의 유기견을 수용하고 있다. 올해 초 불법 건축물 단속을 이유로 지자체에서 철거 명령이 내려졌었다. 다행히 많은 분이 청원에 동의해 주셔서 철거명령 시행 중지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유기 동물 보호소, 특히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동물 보호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목소리를 내 힘을 보태야 한다.

 

▶▶정기 봉사는 주말 이틀동안 월 3회 진행된다.
▶▶정기 봉사는 주말 이틀동안 월 3회 진행된다.

 

Q. 동물권 보호의 일환으로 채식 체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A. 채식 체험 프로젝트는 비건 식당을 소개하는 채슐랭 가이드와 채식 일기 작성으로 이뤄져 있다. 평소 우리가 채식 식단의 일부라고 여기는 음식 중 상당수는 채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김치는 젓갈 등이 함유돼 있어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은 섭취할 수 없는 음식이다. 채식 프로젝트를 통해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

 

Q. 채식 실천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

A. 채식은 건강 증진의 일환이면서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실천이다. 비윤리적 도축과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한 도축 방법이 확산된다. 사람들의 소비 성향이 달라지고 동물복지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비윤리적 생산 방식도 변화할 것이다.

 

Q.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과 관련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A. 동물을 사고파는 펫 숍, 길고양이 학대 사건, 휴가철마다 증가하는 유기 동물 등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 당장 우리의 식탁에도 반성이 필요하다. 비윤리적 도축 시스템, 성장 촉진 목적으로 동물에게 투여되는 항생제,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되는 닭과 달걀 등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해롭다.

우선 동물권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인식이 확산해야 한다. 이런 인식이 보편화될수록 과거에 당연했던 것이 더는 당연해지지 않는다. 이를 통해 동물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유기 동물에 무관심하거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인간에 대한 트라우마가 큰 유기 동물과 함께 지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나 역시 그 친구들을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유기 동물은 인간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다. 이들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음에도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먼저 나서서 그들을 위로해 줘야 한다는 연대적 책임을 느낀다.

 

▶▶곧 16기 활동이 끝난다. 이리온은 오늘도 동물이 보호받는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
▶▶곧 16기 활동이 끝난다. 이리온은 오늘도 동물이 보호받는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

 

이리온의 시선은 낮고 어두운 곳을 향한다. 이들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외된 동물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리온의 작은 기적은 대학가와 동물을 잇는 작은 행동에서 나온다. 이들이 꿈꾸는 따뜻한 세상에서 동물들은 안전한 날갯짓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우유나 요구르트 따위의 유제품과 달걀과 같은 동물의 알을 먹는 것까지 허용하는 채식주의자

 

 

글 복건우 여근호 원대한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이리온>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