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학문을 지키는 대학 내 단체를 만나다

응용 학문이 주목받는 지금, 순수학문의 매력에 빠진 학생들이 있다. 이번 The YY,대학 판을 지키는 사람들에서는 순수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모인 단체의 대표들을 만났다. 고려대 철학마을의 신상윤씨, 연세대 ‘SCC’의 이정한씨, 그리고 연세대 화우회의 한은빈씨다.

고려대 중앙동아리 철학마을
고려대 중앙동아리 철학마을

 

인간을 탐색하고 철학을 사랑하자’, 고려대 중앙동아리 철학마을

 

Q. 철학마을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A. 철학마을은 순수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다. 주된 활동으로 세미나와 철학의 밤이 있다. 세미나는 학기 초 정한 책이나 주제로 학기 내내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철학의 밤에서는 선배님들을 초대해 동아리에서 다뤘던 주제나 새로운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이번 학기에는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에 대한 토론을 진행 중이다.

 

Q. 현재 인문학이 소외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사람들이 인문학에 배신감을 느껴 외면하는 것 같다. 인간의 역사는 혐오, 차별, 전쟁 등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세계 인권이 크게 향상됐다.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모여 세계인권선언을 만들었고, 이후 미국의 반전운동*, 프랑스의 68운동**,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 등을 통해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실현했다. 그러나 오히려 경제는 나빠지고 삶은 퍽퍽해졌다.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위해 싸웠는데 변한 것이 없자 인문학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인문학을 믿지 못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Q. 응용학문이 주목받는 사회에서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 연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A. 사람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며 다양한 가치, 신념, 도덕을 공유한다. 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인문학 연구의 의미다. 인문학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다시 한번 돌아보도록 한다. ‘인권개념 역시 과거 인권이 부재했던 사회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인문학은 존재를 고민하는 학문이다. ‘를 넘어 타인까지 생각하도록 한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인문학을 통해 인간을 연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Q. 철학마을 활동 후 개인적인 변화가 있나.

A. 인문학에 대한 비관을 일말의 희망으로 바꿀 수 있었다. 나는 인문학을 좋아해 사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인문학이 쓸모없는 학문이라는 말을 들으며 인문학이 정말 없어질까?’, ‘사람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없는 걸까?’라는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철학마을에서 활동하며 인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음을 느꼈다. 인문학이 소외당하는 상황은 절망적이지만 인문학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희망을 찾게 됐다.

 

Q. 앞으로의 동아리 활동 계획과 방향이 궁금하다.

A. 순수철학의 지속적 탐구를 목표로 기존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세미나와 토론은 우리 동아리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세미나와 철학의 밤 활동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학내 유일의 순수 철학 동아리로서 자부심을 갖고 운영해 나가고자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부탁한다.

A. 현대사회에서는 인문학 공부뿐 아니라 어떤 공부를 하든 어려움을 겪고 방황하기 마련이다. 파우스트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라는 문장이 있다. 방황하는 것이 두렵고 힘들더라도 자신만의 지향을 믿으며 힘든 시기를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연세대 물리학회 SCC
연세대 물리학회 SCC

 

물리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연세대 물리학회 SCC

 

Q. ‘SCC’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A. SCC(Study and Conference for Creative research)는 물리학과 학생들이 전공 분야를 쉽게 접하고, 타 학과 학생들이 물리학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주요 활동으로 세미나와 프로젝트가 있고, 튜터링이나 스터디도 진행한다. 세미나는 특정 주제를 공부하고 발표하거나 매 학기 교수님이나 대학원생 선배를 초청해 그분들의 연구활동을 듣는 식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는 팀을 이뤄 한 학기 이상 한 주제에 관해 깊게 공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학기에는 일반상대성이론 프로젝트와 파이썬을 이용한 물리 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Q. 현재 자연과학이 소외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자연과학이 공학에 비해 덜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 기업과 정부가 공학 분야 연구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내는 공학 분야에 자금을 대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도 자연과학에만 집중 투자할 수는 없다. 자연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이니 자연과학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 또 수험생들은 자연과학 분야의 진로의 폭이 좁다고 느껴 자연과학 계열 진학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물리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물리학자들의 과제다.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 투자를 많이 받아낸다면 뛰어난 학생들이 자연과학 분야로 진출할 것이다. 이는 훌륭한 연구 성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자연과학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생겨날 것이다.

 

Q. 응용학문이 주목받는 사회에서 물리학을 포함한 이학 연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A. 기초과학 연구는 인간이 가진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자연현상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찾는 학문인 만큼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호기심에 직접적인 답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초과학 연구 결과가 산업이나 실생활에서 응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트렌지스터가 개발된 이후 모든 전자기기에 적용돼 현대인의 삶을 뒤바꿔놓았다. 또한 입자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만들어진 입자가속기는 생명공학이나 의학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가 당장은 쓸모없어 보여도 실제로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Q. SCC 활동 후 개인적인 변화가 있나.

A. 저학년 때 전공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는 데 SCC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 물리학과 저학년 교육과정에는 기초적인 과목들이 많아 실제 연구에 적용되는 방식을 알기 어려워 공부에 흥미가 떨어진다. 당시 SCC에서 활동하며 배우는 내용과 실제 연구 사례를 연결 지어 보며 물리학에 대한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SCC에서 활동하며 고체물리 분야에 관심이 생겨 진로를 이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

 

Q. 앞으로의 학회 활동 계획과 방향이 궁금하다.

A. 학회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리학의 대중화. 물리학 전공자가 다양한 연구 분야를 접하고, 비전공자들이 물리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나아가 물리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물리학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친근한 학문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더불어 세미나 교수님이나 대학원생 선배들을 더 자주 모셔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진로를 선택한 선배들을 만날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연세대 중앙동아리 화우회
연세대 중앙동아리 화우회

 

변화를 통해 순수미술을 즐기자!’, 연세대 중앙동아리 화우회

 

Q. 화우회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A. 화우회는 연세대 내 유일한 순수미술동아리다. 화우회는 미술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곳이다. 순수미술뿐 아니라 태블릿으로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공예품을 만드는 활동도 한다.

 

Q. 현재 순수미술이 소외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순수미술의 개념을 전통적인 수단을 활용한 미술 활동으로 정의하면 순수미술은 소외되기보다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획되는 전시회를 보면 전통적인 예술작품 전시가 아닌 사진 찍기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회가 많다. 전통 예술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마음은 있다. 하지만 이런 전시회도 미술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의 하나라 생각한다. 미술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것이 처음 등장할 때는 사람들에게 외면받다가도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는 경우가 많다. 순수미술 또한 그 영역이 확장되며 다채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다.

 

Q. 응용학문이 주목받는 사회에서 순수미술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A. 순수미술은 가치지향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순수미술이 가지는 의미나 역할을 찾을 필요는 없다. 다만 순수미술의 다양성 확장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사진 찍기를 목적으로 한 전시회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시청각적 요소가 융합된 전시회도 등장했다. 이렇게 다양해진 순수미술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Q. 화우회 활동 후 개인적인 변화가 있나.

A.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어 전시회에 자주 다니곤 했지만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그런데 러시아에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갔을 때 감동을 받고 작품을 창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화우회 활동은 나의 창작 욕구를 실현해줬다. 화우회 활동을 통해 오일을 배합하는 법, 붓을 용도에 따라 달리 쓰는 법 등을 기초부터 배울 수 있었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직접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Q. 앞으로의 동아리 활동 계획과 방향이 궁금하다.

A. 다양한 비대면 활동이나 소규모 활동을 계획 중이다. 그동안 화우회는 미전이라는 전시회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대관이 힘들어져 이번에는 온라인 전시회를 개최할 생각이다. 상황에 맞게 계획을 잘 세워 소소하게나마 동아리원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미국의 반전운동: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 반대해 나타난 미국 내 평화 운동. 베트남 전쟁 후반기부터 크게 발전했다.

**68운동: 베트남 전쟁 참전에 항의한 것을 계기로 1968년 시작돼 프랑스 전역에 확산된 반체제·반문화 운동.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사회질서에 저항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글 이승연 수습기자,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철학마을, SCC, 화우회>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