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종교화의 시대, 대학 내 종교인을 만나다

동국대, 연세대, 서강대를 포함해 많은 대학들이 종교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에서 종교가 지니는 영향력은 유명무실하다. 많은 학생들이 해당 종교에 무관심하며 나아가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탈종교화와 다양성이 확대되는 현대사회에서 대학 내 종교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The Y불교, 개신교, 천주교와 관련된 대학 내 종교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동국대 정각원장 묘주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묘주 스님
연세대 이대성 교목실장
연세대 이대성 교목실장
서강대 교목처 교목 사제 김민회 신부
서강대 교목처 교목 사제 김민회 신부

 

Q. 자기소개 부탁한다. 종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불: 동국대 정각원장 묘주 스님이다. 절에 처음 갔을 때 마음이 편안했고, 암자에서 들려오는 염불 소리도 좋아 학창시절 틈틈이 천수경을 외웠다. 이후 조계사 불교학생회를 다니며 입산 출가를 결심했고 고3 겨울방학 때 입산 출가 했다.

: 연세대 이대성 교목실장이다. 대학교회 담임목사도 맡고 있다. 채플을 진행하고 이외에도 대학원 일반과목과 연합신학대학원, 교육대학원 강의를 통해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기독교인이 됐다.

: 서강대 교목처에서 교목 사제로 일하고 있는 김민회 신부이다.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성당에 갔던 것이 가톨릭과의 첫 만남이었다.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꾸준히 가톨릭 신앙을 지켜오면서 하느님의 음성에 따라 사제의 길을 걷게 됐다.

 

Q. 각 종교의 교리와 건학이념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 동국대의 건학이념은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것에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를 신뢰하고 공경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교훈은 지혜, 자비, 정진이다. 정각원은 건학이념 구현을 통한 동국대의 발전을 위해 수행한다. 수행을 통해 불교가 발전하고 세상이 편안해지는 것을 추구한다.

: 개신교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우리 민족의 고통과 아픔에 함께하고자 한다. 사랑과 평화의 정신으로 겨레를 섬기는 것이 목표다. 연세대의 건학이념은 기독교적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캠퍼스 곳곳에 새겨져 있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이 연세 건학정신의 기반이다.

: 예수님께서 행하신 가르침 중 무엇을 대표로 설정하는지에 따라 수도회의 성격이 결정된다. 서강대의 설립 배경이 된 예수회는 영신 수련을 중시한다. 영신 수련이란 예수님의 사랑과 구원, 용서를 체험하는 것이다. 이 체험을 비신자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서강대가 설립될 수 있었으며 교육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Q. 대학에서 행하는 종교행사는 일반 종교행사와 어떻게 다른가.

: 동국대는 필수과목으로 불교와 인간’, ‘자아와 명상이 있다. 수요일 학생 법회는 불자 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진행된다. 불교 필수과목은 비불교인에게 불교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다종교사회에서 타종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 상생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채플은 교회에서 일요일마다 드리는 예배와 다르다. 온전한 예배는 그 종교를 믿는 신자들이 모여서 드리는 것이다. 비기독교인이 대다수인 채플은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목적도 교회 예배와 다르다. 학교의 기독교적 창립 정신과 관련된 다양한 교훈과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 우선 학내 미사는 주로 학교의 발전과 학내 구성원의 평화를 위해 집전한다. 또한 교내 성당은 외부 성당보다 비신자가 많이 드나든다. 외부 성당의 경우, 세례받지 않은 비신자는 성체를 모실 수 없어 성당에 오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교내 성당은 조용해서, 의지할 곳이 필요해서, 심지어 스테인글라스가 이뻐서 들어오는 비신자 학생들이 많다.

 

Q.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상황에서 교내 종교 수업 및 모임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 매주 수요일 학생 법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생일 축하 기도나 고인 추모 기도 등을 인터넷으로 신청받아 온라인 법회에서 기도 축원을 한다. 봉축 연등공양 같은 모임의 경우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하고 있다.

: 채플을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교목실에서는 주제 설정, 강사 선정, 영상 고품질 유지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장기적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코로나19 전에는 매일 미사를 드렸다. 현재는 수요일과 일요일에만 온라인으로 미사를 드린다. 기도 모임인 레지오도 소규모로 진행하며 참여 인원이 많은 경우 화상회의를 통해 모인다. 코로나19라는 제한적 조건하에 미사와 다른 성사를 집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Q. 탈종교화된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 현대사회는 탈종교화 시대다. 과거 종교계가 수행했던 역할이 일반사회의 여러 분야로 전문화됐다. 종교 신앙이 없어도 평소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전개되지 않고 인간관계에서 힘들거나 외로울 때가 있으며 때로는 우울감이 엄습한다. 이럴 때 종교 신앙, 기도 경험이 힘을 발휘한다.

: 과학기술이 발달해 인간의 능력이 확장되면 인간이 신과 같아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진다. 이러한 시대가 온다면 인간은 욕심 많고 무책임한 신이 될 것이다. 인간은 늘 더 큰 만족과 더 많은 능력을 얻길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사회가 무조건 유토피아라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은 종교적 차원에 속하므로 종교적 관점은 여전히 중요하고 의미 있다.

: 종교를 권하거나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종교는 공동체의 가치와 삶에 대한 성찰을 제시하기에 중요하다. 종교에서 역설하는 이야기들이 비종교인에게도 필요하다. 공동체와 삶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Q. 현실 속 청년의 삶이 매우 각박하다. 종교가 청년의 삶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 “일체유심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내 마음이 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니,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불교는 현재를 역동적인 상태로 바라본다. 불행 속에 행운의 씨앗이 있고, 행운 속에 불행의 씨앗이 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희망을 품길 바란다.

: 오늘날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 종교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해줘야 한다. 그러나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모든 종교의 공통점은 눈앞의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할 때 하늘이 돕는다는 믿음에 있다. 이런 믿음 속에서 지치고 낙망한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종교가 되길 바란다.

: 코로나19로 힘들고 답답한 상황이다. 공동체를 지향하고 서로 연대하고 지지하는 일이 많이 적어진 만큼 공동체와 연대를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삶의 무게와 경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그들의 어려움에 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청년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수천 년 전부터 종교는 정치·경제·사상·예술 등 전 영역에서 인간과 깊게 관련됐다하지만 탈종교화된 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이전의 위상은 많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각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종교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으며 비종교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스며들었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주목해보자. 그렇다면 알게 모르게 우리 가슴 속에 스며든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허유신 허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묘주 스님, 이대성 교목실장, 김민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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