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안정화가 필요하다

이주원(영문/정외·18)
이주원(영문/정외·18)

최근 한국 사회에서 암호화폐만큼 화제성이 높은 주제는 없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한국의 4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에 개설된 실명 확인 계좌 수는 두 달 만에 2배 증가해 250만여 개로 추정됐다. 예탁금의 증가 속도 또한 계좌 수 증가와 함께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번 암호화폐 열풍은 단순한 일시적인 관심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의 증가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암호화폐는 많은 사람에게 낯선 개념이다. 그렇기에 암호화폐에 대한 관점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잘못된 정보와 논란거리가 많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투기’인지 ‘투자’인지 사회적인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기에 사회적인 논의가 여전히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암호화폐의 인기는 나날이 커져간다. 이 열풍의 이면에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기 피해의 증가가 있다. 암호화폐 개발 업체를 사칭해 투자금을 끌어모은 후 잠적하거나, 코인의 폭등을 약속한 후 투자금의 자유로운 거래를 부당하게 막는 등의 경제범죄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액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1조 원에 달하며, 2020년 경찰에 접수된 암호화폐 관련 범죄는 333건이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암호화폐 상장 과정에 투명성이 부재하며, 이에 대한 명백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필요한 백서 공개 등이 의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하게 되면 위험성과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암호화폐가 ‘화폐나 금융자산이 아닌 가상자산’이라고 정의해 제도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암호화폐가 자산으로서 가지는 가치는 정부가 보호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적합한 금융 수단인지에 관한 논의, 혹은 잠정적 투기 수단에 대한 윤리성 여부를 묻는 논의에서 떠나 암호화폐의 일상 속 사용과 실질적인 피해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암호화폐의 제도화 및 법적 규제를 이루고, 이베이와 페이팔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통한 일상적인 가상자산 소비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제도 내에서의 암호화폐의 지위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암호화폐의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당연히 시장 거래에서의 명확한 규칙이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 또한 마련되지 않는다.

암호화폐 제도화를 통한 투자자 보호 조치는 과잉보호나 일방적인 구제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 자체의 위험성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통제되지 않는 금융 범죄와 피해가 현재진행형으로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세나 단속과 같은 규제는 도입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한 제도화가 선행되지 않는 것은 암호화폐 가상자산 자체의 불안정한 특성이나 투기 위험성을 해소하지 못한다. 암호화폐가 한국 금융권 내에서 어떠한 역할인지 정의 내리고, 디지털 암호화폐 시장의 정부 관여 정도와 법적 안전장치 등을 제도화하는 것은 암호화폐 광풍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금융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