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부터 분리됐지만 여전히 보호받지 못해

지난 3아동복지법이 개정됐다. 계속되는 아동학대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끝에 나온 대책이다. 법 개정을 통해 학대 피해 아동은 지자체의 보호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원가정으로부터 즉각 분리되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책이 졸속으로 마련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즉각 분리 제도시행
기대와는 다른 결과?

 

아동학대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피해 아동 보호 건수는 지난 201511715건에서 2019345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정부가 해마다 대책을 마련했지만 증가 추세가 반전되지 못한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매년 아동학대와 학대로 사망 사건이 반복됐다면서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은 매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사건이 늘고, ‘양천구 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 ‘인천 11세 아이 탈출 사건과 같은 사건이 계속되자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아동복지법개정을 통해 즉각 분리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즉각 분리제도는 지금까지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을 72시간 동안만 분리했던 응급조치를 확대한 제도다. 1년 이내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 재학대 우려가 있는 아동을 7일간 원가정으로부터 즉시 분리할 수 있다. 분리된 아동은 부모가 양육 가능성을 심사받는 동안 학대피해아동쉼터(아래 쉼터)에서 보호받는다.

제도 도입 후 아동학대 예방에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별한 조치 없이는 72시간 내 가정으로 돌아가야 했던 기존과 달리, 최소 일주일 동안 사건을 처리할 시간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지난 329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즉각 분리제도가 아동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제도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의 기대와는 달리 즉각 분리제도가 졸속 처리됐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온다. 원가정으로부터 분리된 아동을 임시로 보호하는 쉼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부모의 양육 가능성 조사와 이후 아동이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인프라 구축이 미비해 재학대 위험이 있는 원가정으로 아동이 되돌려 보내질 수 있는 위험이 여전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즉각 분리제도는 필요하지만 아동을 원가정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말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결국 재학대로 이어져

 

가장 큰 문제는 원가정과 분리된 아동을 수용할 보호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분리된 아이들은 적어도 3~5일간 쉼터 등 보호시설에서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쉼터는 전국적으로 76곳에 불과하며, 아예 설치조차 되지 않은 시군구는 166곳에 이른다. 게다가 쉼터의 대다수가 5~7명의 아이들만을 수용하고 있어 이미 한 해 3천여 명 넘게 분리되는 아이들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 대표는 아이들이 3~5일 정도 머무르는 쉼터조차도 부족하다아이를 보호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분리만 해놨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것은 잠깐머무르는 쉼터뿐만이 아니다. 즉각 분리 이후 추가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할 때 아동을 보호하는 일반위탁가정역시 태부족하다. 즉각 분리제도에 따르면 아이들이 쉼터에 머무는 동안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아동과 부모의 의사, 학대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아이를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한 결정을 내린다. 이때 아이들이 원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지자체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되 아동복지법43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에 따라 가정과 유사한 환경인 일반위탁가정에 위탁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일반위탁가정의 수는 전국 750세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위탁가정 수가 너무 적고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보완할 점이 많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2세 이하의 영아나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은 위탁가정 중에서도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전문위탁가정에 맡겨져야 한다. 그러나 전문위탁가정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며 중앙 정부가 아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방이양사업이다. 이에 지원책도 불분명한데다 지자체의 관심도에 따라 활성화도 제각각인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28곳의 전문위탁가정에서 34명의 아이만이 보호받고 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는 전문가정위탁제도는 학대 피해 아동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서 그러나 현재 전문위탁가정 활성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 수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
제도 간 연결고리 필요해

 

한편 7일간의 분리기간 동안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현장 조사도 부실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조사에 임하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전문성과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제도는 지난 202010월 시행됐다. 그동안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담당하던 학대 신고 후 현장 조사를 지자체 공무원이 맡음으로써 아동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선욱 교수는 원래 국가가 책임을 지는 주체가 되고, 민간기관은 협력하는 형태가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민간기관이 주체가 됐다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제도가 시행되며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제도를 신설하며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1인당 50건의 사건을 맡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배치조차 안 된 지자체가 56곳에 이르며, 배치되더라도 1인당 60~70건의 사건을 초과로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홍창표 사무국장은 전문적인 경험이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많은 인력을 투입해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장 조사라며 수적으로 부족한데다 경력도 없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에게 일감이 집중돼 여전히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부족한 예산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아동학대 관련 예산의 90%는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 법무부의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등 불안정한 기금에 의존한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전체 아동학대 예산의 10%만이 보건복지부 자체 예산으로 편성됐으며, 이마저도 보건복지부 세출예산 889761억 원의 0.005%에 불과하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보건복지부 자체 예산에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아동 복지 및 보호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9아동복지법개정을 통해 아동권리보장원이 설립됐다. 민간에 분산돼있던 아동 관련 업무를 통합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동권리보장원이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사건 수습을 위한 단편적인 해결책들만 제시할 뿐 제도 간 연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정익중 교수는 즉각 분리 제도, 가정 위탁, 시설 내 보호 등 제도들이 체계적으로 연계돼 있어야 한다그것이 아동 복지 및 보호 체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선욱 교수는 분리뿐 아니라 분리 이후의 과정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리 후 아이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가정의 회복을 돕는 과정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겨우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향한 출발점에 서 있다. ‘아동을 위한 아동 복지 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글 정효원 기자
remiwon@yonsei.ac.kr
그림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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