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권미주 상담가와 비혼여성 공동체 ‘비컴트루’를 만나다

지난 2020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여성과 남성은 각각 57%, 37.6%결혼할 의향이 없는 편이거나 절대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20대 청년에게 결혼과 가족의 의미는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가족이 아닌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와 청년의 비혼은 어떻게 다를까. 직접 비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기성세대와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이 필수이던 시대,
비혼을 선택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혼을 선택한 사람은 사회의 비주류로 여겨졌다. 당시 결혼은 모든 사람이 생애주기에서 꼭 한번 밟아야 하는 절차로 인식됐다. 이를 거치지 않은 비혼인은 이기적이거나, 하자가 있을 거라는 편견도 만연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속에서도 비혼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40대 비혼 여성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권미주 상담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비혼을 비주류로 여겼던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비혼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A. 처음부터 결혼을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살다 보니 결혼하고 싶었던 사람과 결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 이후에는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없으니,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혼으로 살아가는 삶은 내가 선택한 순간순간의 결과들이 모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Q. 비혼인에 대한 편견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A.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은 상담가가 어떻게 기혼자를 상담할 수 있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혼자 살면 노후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말을 들은 적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의문은 결혼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다. 다수의 사람이 경험하는 것들이 있다면, 소수의 사람이 경험하는 것도 있다. 비혼에 대한 편견은 우리 사회가 혈연 중심 공동체에서 보다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로 나아갈 때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상담가로서 다양한 비혼인을 만났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A. 먼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어렵다. 젊어서부터 다양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은 괜찮다. 그러나 여러 관계를 유지해오지 못한 사람들은 중년이 되면 새로운 공동체를 찾기 어렵다. 부부 혹은 가족 중심의 모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1인 가구를 위한 정책들이 여전히 부족하다. 일례로 주거 정책의 경우, 대부분 자녀가 있는 부부 중심으로 이뤄진다. 1인 가구는 청약도 어렵고, 1인당 세금도 더 많이 내야 한다.

 

Q. 비혼을 결심하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청년이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 중 일정 부분은 책임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 외에도 우리 사회가 청년의 미래에 대한 안정감을 실어주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싶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누군가의 배우자, 혹은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큰 것 같다.

 

Q. ‘비혼가족은 각각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A. 내게 비혼은 그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일상을 살아가고, 성취를 해 나갈 때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비혼은 별도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삶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가족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단위이자 특별한 관계다. 그러나 혼인혈연으로 묶이지 않아도, 현재와 미래의 삶을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혼주의, 공동체가 되다

 

과거에는 비혼이 개인의 선택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최근 청년 사이에서 4B운동(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이 확산하면서 비혼을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에 혈연 공동체가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비혼을 선택한 개인들이 주체적으로 공동체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비혼이 사실이 되는 곳’, ‘야망이 실현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광주광역시 비혼 여성 공동체 비컴트루를 만나봤다.

 

 

Q. 비혼 여성 공동체를 조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서울과 달리 지방은 여성이 주가 되는 모임을 찾기 어렵다. 비혼 여성들이 좌절하지 않고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 목표다. 비혼인이 1인 가구로서 주거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체로 인정받는 문화를 조성하고 싶다.

 

Q. 지역 기반의 비혼주의 공동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비혼을 추구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의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정서적 고립이다. 서울에 비해 지방은 고립됐다고 느끼기 쉽다. 지방에서는 20대 중반만 돼도 결혼에 관한 질문을 듣는다. 지인들의 결혼 소식과 더불어 결혼을 당연시하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은 비혼 여성에게 고립감을 안겨준다. 두 번째는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이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일자리의 종류와 기회가 한정돼있다. 세 번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비혼을 결심하면 힘든 일이 생겨도 모두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그러나 지역 내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비혼인이 존재한다면 이와 같은 불안감이 점차 줄거라 생각한다.

 

Q. 비혼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A. 회원들이 비혼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하다. 가부장제의 세습을 끊고 싶어서, 결혼으로 인한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등의 이유다. 개개인이 비혼을 선택한 계기는 다르지만, 결혼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점은 회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Q. 비혼을 결심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청년세대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특히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결혼은 더 이상 필수사항이 아니다.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에 중점을 둔다. 또한 가정을 꾸리며 드는 경제적 비용, 감정적 소모 또한 청년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에 청년에게 결혼은 더는 필수가 아닌 선택의 영역으로 전환됐다. 사회는 이러한 청년들의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Q. ‘비혼가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가족의 형태를 한정적으로 인식한다. 결혼 제도로 맺어진 남녀 관계,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만을 가족으로 인정한다.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선택으로 인식되는 만큼 가족의 범위도 확장돼야 한다. 생활동반자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인정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비혼은 또 다른 삶의 형태다. 이상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 이들이 비혼을 선택한 이유도, 비혼으로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과거에는 비혼을 외로운 삶으로 여겼으나, 비혼을 선택해 주체적으로 공동체를 조직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만큼, 비혼 역시 하나의 선택으로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활동반자법: 혈연이나 혼인관계가 아닌 동거가족 구성원들이 기존 가족관계와 동등한 법적, 사회적 지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사진제공 비컴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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