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교수가 갖는 역할을 논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학사회에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날 대학 교원들은 지식인의 역할뿐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며 대학을 지키고 있다. 지식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교원들은 그들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The Y가 이들을 직접 만나 교원의 역할과 교수생태계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수의 세 가지 덕목
교육, 연구, 봉사

 

오늘날 교원에게는 세 가지 역할이 요구된다. 교육, 연구, 사회봉사다. 이들은 전공 분야를 연구하고, 학생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끈다.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사회 진보에 공헌하기도 한다. 연세대 교육학부 김혜숙 교수,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전상범 교수, 건양대 사회복지학과 조지용 교수를 만나 교수의 역할과 덕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세대 교육학부 김혜숙 교수
연세대 교육학부 김혜숙 교수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전상범 교수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전상범 교수
건양대 사회복지학과 조지용 교수
건양대 사회복지학과 조지용 교수

 

Q. 교수의 가장 중요한 본분은 교육이다. 학생들을 교육하고 이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학생들과의 소통은 교육의 본질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이다.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인간적인 교호작용이다. 교수자는 학생의 지적 성숙뿐 아니라 인간적인 성숙을 도와야 한다. 이것이 내가 교수자로서 지닌 태도이자, 학생과 다양한 소통을 시도하는 이유다.

: 교육은 교수의 첫 번째 사명이자 임무다. 아무리 연구가 바쁘고, 행정 업무가 급해도 우선순위는 교육이다. 때론 교육자가 가르치는 분야가 학생들에게 생소한 경우가 있다. 이때 학생들의 관점에서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매 학기 고민하며 교육 자료를 만들고 있다.

: 지식 전달만으로 교수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태도, 언어, 행동, 사고방식 등 교수의 모든 것이 학생에게 전달된다. 사소한 것도 학생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가르침과 관련된 모든 행위는 의미 있다. 또한 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변화를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그 현장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 안타깝다.

 

Q. 학문연구를 이끌어가는 교수로서의 연구철학이 궁금하다.

: 교육과 연구는 양 수레바퀴다. 대학은 최첨단의 연구를 선도하는 동시에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내 연구철학은 실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다. 교육학, 교육행정 분야가 특히 실제를 중요시한다. 기초 원리를 만들 때도 교육 실제의 개선과 연계가 되는가를 중시한다.

: 전자공학기술을 뇌신경공학에 적용하는 응용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분야를 하나로 한정해서 연구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의 흥미를 고려해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뇌신경공학에 관심이 있어 진학했지만, 전자공학에 흥미가 생겨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도 존재할 수 있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자 한다.

: 사회복지학 연구는 현장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또한 욕구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데(So, What)?’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학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현장을 살피고 현실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Q. 교수에게 사회봉사는 어떤 의미인가.

: 교육과 연구 모두 중요하지만, 사회봉사 또한 세발자전거의 세 번째 바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봉사에는 외부 봉사 외에, 교내봉사도 포함된다. 학생들과 직접 연결된 동아리 지도교수가 그 예다. 교수의 사회봉사는 학생과 연구를 넘어서서 사회 진보에 공헌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교육 사회봉사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던 경험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연구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또 연구 과정에서 이뤄지는 사회봉사도 있다. 현재 내 연구 분야는 뇌신경계 장애와 질환이다. 이는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술이라 생각해 자긍심을 느낀다.

: 학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대학이 가진 다양한 자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사회봉사조직을 두고 있다. 사회봉사센터는 학내 모든 구성원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고,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전공 교과목과 연계한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다. 이때 전공 교수가 지도교수로 참여해 봉사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다.

 

대학과 교수생태계에 불어오는 바람,
교원 역할의 본질은 어디에 있나

 

오늘날의 대학은 결코 과거와 같지 않다. 취업 도구가 됐다는 비판부터, 4차 산업혁명에 맞춰 혁신이 필요하다는 논의까지 다양하게 문제가 제기된다. 교육과 연구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지난 2015교수신문이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수 7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대학·지식인은 죽었다고 답했다. 직접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원은 변화의 바람과 뼈아픈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Q.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학이라는 공간과 교수라는 직업에 변화를 느끼는가.

: 많이 느낀다. 사회와 함께 대학도 바뀔 수밖에 없다. 다만 대학을 취업양성소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더라도 직업이 여러 번 바뀔 가능성이 높다. 대학에서 주목해야 할 교육의 본질은 창의력이나 비판적 사고력과 같은 핵심 역량을 길러내는 것이다. 교수로서의 직업적 변화도 크게 느낀다. 과거에는 몇 십 년간 같은 강의노트를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농담이 있었다. 지금은 교수 스스로 평생학습자로서 습관을 갖춰야 한다.

: 대학이 변해야 한다는 점에 크게 공감한다. 단 대학이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먼저 예측해야 한다. 특히 기업 등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기술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넓은 관점에서 기술의 흐름과 발전방향을 조망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 학생들의 변화를 실감한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학점과 시험에 매우 민감하다.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거시적인 시각으로 대학생활을 채워가기를 바란다. 지금 학생들에게 대학은 수단의 의미가 크다고 느낀다. 취업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기르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화됐다.

 

Q. ‘대학교육의 위기라는 말을 넘어 이제는 대학은 죽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러한 지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굉장히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다. 우선 사회가 생각하는 대학의 역할과 대학이 생각하는 대학의 역할에 차이가 있다. 외부의 평가 지표는 대학 내부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연구 활동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의 기저에는 교육적 성과는 수치적으로 측정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 대학을 지식 습득의 공간으로 한정한다면 위기가 맞다. 그러나 대학은 학생 스스로 여러 분야를 융합하고 개척해나가는 곳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본인의 분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격려해야 한다. 교수가 학생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할 때 대학교육의 의미도 퇴색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 교육의 목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있다. 현재의 교육으로 과연 인재가 길러질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분야마다 인재상이 다를지라도 결국은 이 시대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Q. 교수직에 대해 지식인이 아니라 직업인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지적이 존재한다. 교수로서 느끼는 고충, 혹은 교수생태계 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는가.

: 지나치게 연구 실적 중심적인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쉽지 않다. 외부 평가와 재정 지원을 고려한다면 현실적으로 연구실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교수에게는 학생들을 사회적, 지적, 인간적으로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 교수는 연구 실적에 집중하더라도 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하고, 교육당국은 대학에 정형화된 의무를 지우지 않았으면 한다.

: 교수들의 다양한 활동이 존중받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한다. 같은 연구자라도 누구는 학문적 기여도가, 누구는 실용적 기술 기여도가 높을 수 있다. 교육과 연구에 소홀하지 않는다면 정치활동도 가능하다. 현 교수평가 제도 또한 이러한 다양성을 참작했으면 한다.

: 교수 역할의 본질은 교육과 연구다. 본질이 없으면 교수라는 이름은 유명무실해지기에, 교육과 연구 활동을 보장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서울 주요대학 외의 대학들은 정부의 평가를 받아내며 살아남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평가의 핵심은 타당성인데, 교육부의 평가를 견뎌내느냐 여부로 학교의 성과를 다 헤아릴 수 없다.

 

Q. 앞으로 교수로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나 계획이 무엇인가.

: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교수직에서 은퇴한다. 그동안은 주어진 업무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 이제는 긴 호흡을 가지고 연구하거나 책을 쓰며 교육의 실제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

: 현 연구에 매진해 의료와 뇌과학 기술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시간이 흘러 학계의 인정을 받아도 평생 새롭게 배우고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

: 학생들에게 교육으로 자신의 삶이 변했다는 고백을 들으면 교수로서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거룩한 부담감을 느낀다. 책임감을 갖고 더 민감하게 행동하는 교육자이며 사회복지 연구자이고 싶다.

 

대학과 교수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교원들은 공통적으로 교육자로서의 본질적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현재의 평가지표가 반영하지 못하는 영역을 포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라는 업무가 중첩되는 가운데 고등교육기관이자 학문의 장으로서의 대학을 지키는 이들을 응원한다.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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