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 ‘메타버스’ 톺아보기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가 상장 첫날 50% 이상의 급등세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서학 개미’*들도 열심히 움직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1일 기준 로블록스는 국내투자자의 미국 주식투자 상위 종목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른들은 그래서 메타버스가 뭔데?”라고 묻는다. 그 답은 메타버스가 일상이 된 MZ세대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메타버스가 구현하는 N개의 세계

 

메타버스는 가상(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다. 언뜻 보면 가상현실(VR)’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가상현실로만 정의하는 것은 좁은 해석이다.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 김성광 사무총장은 메타버스를 의미를 하나씩 정립해가는 최신 개념이라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는 가상현실을 기술의 영역으로 정의하고 메타버스를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되는 세계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이 콘텐츠를 실감나게 구현하는 기술이라면 메타버스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형성된 새로운 세계라는 것이다. 지난 3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메타버스의 현안을 분석한 메타버스가 다시 오고 있다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물리적 실재와 가상의 공간이 실감기술을 통해 결합돼 만들어진 융합된 세계이다. 메타버스를 단순히 가상공간이 아닌 그곳에서 구현된 하나의 세계로 규정한 것이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세계가 되려면 그 안에서 활동하는 행위자가 필요하다. 김 사무총장은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의 에 종속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공간에 아바타가 생긴다는 점에서 기존의 SNS 플랫폼과 비슷하지만, 아바타가 현실의 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 사무총장은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이 되거나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이용자 유진서(14)씨는 실제의 나와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매력이라 전했다.

지난 3월 주식 시장을 강타한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다. 로블록스에서 이용자는 게임을 직접 만들고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긴다. 또 게임을 개발해 로블록스 자체 화폐인 로벅스를 얻는다. 로벅스로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고 아이템을 구매한다. 일정 수수료를 떼고 실제 화폐로 환전할 수도 있다. 로블록스라는 세계에서 이용자들이 서로의 제작물을 즐기고 소통하며 경제활동까지 하는 것이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 구현된 또 다른 사회다.

▶▶ 블랙핑크를 포함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제페토를 통해 뮤직비디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메타버스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 블랙핑크를 포함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제페토를 통해 뮤직비디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메타버스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메타버스, MZ세대의 놀이터가 되다

 

MZ세대가 메타버스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제페토 이용자는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함께 게임을 하거나 의류 콘텐츠를 만들어 사고판다. 이러한 제페토 이용자 대부분이 10대이다. 제페토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주로 10대를 중심으로 형성돼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 중인 원이멀스양보근 이사 또한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했다. 양 이사는 자기주도적 콘텐츠 생산, 활발한 디지털 교류가 가능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10대에서 30대까지를 타깃 연령층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이용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한 콘텐츠 확대와 재생산이다. 신기술에 거부감이 없어 편하게 저작도구**를 배울 수 있는 MZ세대는 메타버스에 최적화된 이용자다. 양 이사는 현장에서 MZ세대의 영향력을 많이 느낀다추후 베타서비스에도 적극 참여시킬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가 MZ세대의 집결지가 되자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20209BTS는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메타버스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최초 공개했다. 같은 달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다. 2월 의류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에서 구찌 관련 아이템과 월드 맵을 도입했다. 이처럼 MZ세대를 잠재적 고객으로 설정하는 엔터테인먼트, 의류 산업은 메타버스에 주목한다. 이러한 양상은 메타버스 열풍의 중심에 MZ세대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구찌와 협업을 통해 구찌의 정체성이 담긴 아이템과 구찌 본사가 위치한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 월드맵이 출시됐다.
▶▶구찌와 협업을 통해 구찌의 정체성이 담긴 아이템과 구찌 본사가 위치한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 월드맵이 출시됐다.

 

나는 둘이 될 수 있어
실감나게 부캐 만들기

 

메타버스가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메타버스의 감각적 세계 구현이 MZ세대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MZ세대를 실감 세대라 정의했다. MZ세대가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즐기고 소비한다는 의미다. MZ세대에게 호응을 받은 자율감각쾌락반응(ASMR) 콘텐츠, 영화관 싱어롱 상영관이 그 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주최한 ‘2019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이재흔 선임연구원은 “MZ세대를 시각과 청각만으로 만족시키기 힘들어졌다그보다 더 생생한 콘텐츠가 각광받을 것이라 발표했다. 메타버스는 실재와 같은 경험을 가능케 하는 실감기술을 통해 구현된다. 이러한 실감나는 가상세계를 매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를 저격했다는 분석이다.

MZ세대가 부캐***’에 익숙하고 이를 즐긴다는 점에서도 메타버스는 매력적이다. ‘데뷰월드와이드김수현 대표는 청년의 잠재력 발견을 돕는 퍼스널브랜딩 플랫폼 나나나를 운영하며 여러 MZ세대를 만났다. 김 대표는 “MZ세대는 자신의 숨겨진 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타인의 새로운 정체성에 관심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최근 김 대표가 만난 청년은 전공을 살려 금융 분야로 취업했지만 평소 관심사인 필라테스 콘텐츠 제작자로도 활동한다. 김 대표는 이처럼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사는 MZ세대가 늘고 있는 것을 느낀다“SNS, 메타버스를 통해 다양한 를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이 구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는 환경으로 부캐 열풍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제페토 이용자 조모(29)씨는 캐릭터를 만들고 성격을 부여하면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든다플랫폼 내 활동 제약이 없고 부캐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씨는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메타버스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멀티 페르소나를 즐기는 MZ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N개의 실감나는 세계에서 N개의 나를 만들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MZ세대를 사로잡았다. MZ세대는 새로운 자아, 새로운 사회를 상상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직접 메타버스에 참여해 상상을 구현하고 공유한다.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넓어진 그들의 세계에 한 번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상상도 실현될 수 있다.

 

 

*서학개미: 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에 빗댄 표현

**저작도구: 손쉽게 각종 응용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개발용 프로그램

***부캐: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활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

 

글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사진제공 블랙핑크 공식 인스타, 제페토 공식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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