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독립서적, 『코로나 학번 하이퍼리얼리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어렵다. 불행한 현실 속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의지를 다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이들이 있다. 지난 2020년 여름, 강원도 양양 농촌 봉사활동을 통해 연을 맺은 여섯 명의 20학번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시대 속에서 각자만의 To Do List를 세우고 실천하는 TYY(Twenty Yang Yang)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코로나 학번 하이퍼리얼리즘은 이들이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새로움에 목마른 이들은 코로나19도전의 기회로 삼았다. 연은 고등학생 때부터 관심 있었던 크라우드 펀딩*에 뛰어들었다. 그는 드림캐처 에어팟 케이스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에이즈 환자에게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는 나흘 차에 달성률 7%를 기록하며 실패로 돌아갔지만, 연은 무언가 해보려고 발버둥 쳤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정진한 이들도 있다. 이들은 반복되는 삶 속에서 변화를 실천하며 몸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영은 계획적인 생활과 운동을 습관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탁상용 달력을 구매해 매일 할 일은 검은색 볼펜으로, 실시간 화상 수업은 빨간 볼펜으로 표시했다. 또한 환경과 건강에 관심을 갖고 채식 식단과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자기 계발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이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에 대한 반추의 시간을 가진 이들도 있다.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조차 몰랐던 민경은 자아를 찾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는 가족의 소중함, 말 한마디의 강력함, ‘미니멀 라이프의 가치 등 그간의 경험을 통해 느낀 바를 기록으로 남겼다. 이를 통해 그는 무언가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꿈을 찾고 줏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세웠다.

 

학생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코로나19 속 자신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나 또한 책장을 넘기며 지난 일 년을 곱씹어봤다. 코로나19 속에서 성인의 문턱을 넘은 20학번으로서 이들의 슬픔과 고충이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경처럼 내게도 코로나19반추의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대입만을 바라보며 전력 질주했던 탓일까. 대학 입학 이후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에 좌절했다.

그런 내게 코로나19는 나 자신을 깊게 되돌아볼 시간을 줬다.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앞으로의 삶을 고민할 기회를 얻었다. 온전히 에 집중하며 마음의 공백을 채워나가게 됐다. 또한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꿈 너머 꿈을 그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도 얻었다. 이는 새로운 만남과 경험에 힘을 쏟으며 정신없는 대학교 1학년 생활을 했다면 쉽사리 하지 못했을 고민들이다.

위기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흔적을 남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재택근무를 비롯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됐다. 또 비대면 문화가 환경 파괴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며 친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인류의 활동이 줄며 미세먼지가 감소하고 수질오염이 개선되는 등 가시적인 변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시대를 그린다. 당연했던 일상이 사라지며 우울함과 답답함이 남았지만 동시에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바꾸고 새로운 미래를 그릴 기회를 얻은 것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 이들은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한다. 노력했다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지 않고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무엇이라도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로 의미 있다. ‘코로나가 그저 코로나로 기억되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각인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코로나는 무엇일까.

 

 

* 크라우드 펀딩: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로 종류에 따라 후원형, 기부형, 대출형, 증권형 등으로 나뉜다.

 

글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자료사진 이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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