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주연 활동가를 만나다

혼자 살아가고 싶어도 자꾸만 나를 가둔다. 이게 모두가 편한방법이란다. 어디 가고 싶어도 가기 힘들다. 비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조차 이용하기 힘들다. ‘장콜이라고 불리는 장애인콜택시가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지만 한번 부르면 20분은 기본, 최대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이동권, 자립생활권, 탈시설권... 우리는 계속해서 외친다. 장애인도 이 세상에서 살아갈 권리를 달라고. 나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주연이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동료 상담가이자 활동가인 장주연 활동가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포함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권리 보장을 위해 '탈시설장애인당'의 후보 등 여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동료 상담가이자 활동가인 장주연 활동가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포함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권리 보장을 위해 '탈시설장애인당'의 후보 등 여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 상담가 및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주연이다. 얼마 전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겨냥해 창당된 가짜정당 탈시설장애인당에서 장애 여성 후보로 활동하기도 했다. 모든 장애인의 문제가 내 문제라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 문제로 생각하며 동료 상담가이자 활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나와 같은 장애인이, 나아가 장애 여성이 당당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Q. 4.7 재보궐 선거 기간 탈시설장애인당후보자로 활동했다. 특히 장애 여성 인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출마했는데, 계기가 무엇인가.

A.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들어와 기자회견과 집회에 많이 참여했다. 그런데 장애인 여성 인권을 얘기하는 사람도, 장애인 여성 활동가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 여성만이 겪는 문제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장애인 정책에서 장애인 여성은 항상 뒷전이었다. 이에 나라도 장애인 여성의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해 탈시설장애인당에 뛰어들었다.

 

Q. 장애인 여성만이 겪는 어려움엔 무엇이 있나.

A.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시설에 있는 장애인 여성은 재생산권리를 존중받지 못한다. 자신의 동의 없이 불임 수술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시설 장애인 여성에게 남성 활동지원사가 배정되거나 신변처리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시설에 살아본 적 없는 내가 알 정도로 문제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데도 정책적 논의가 된 바가 없다.

 

Q. 장애인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A. 장애인 정책에 성별영향평가*를 반영해야 한다. 어떤 정책이든 특정 성별에만 맞춰지면 올바른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성별영향평가를 반영해 성별을 가리지 않는 장애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시설 내 장애 여성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고 통합적 체계를 구축해 지원해야 한다. 조사, 지원, 상담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Q. ‘탈시설장애인당후보자로 활동하면서 느낀 보람과 이뤄낸 성과는 무엇인가.

A. 많은 분이 탈시설장애인당에 관심을 두지 않고 낯설어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유세 중 어떤 시민이 아는 척을 하며 인사를 해주셨다. 이분을 보고 시민들이 우리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게 내 편견임을 깨달았다. 사소하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성과는 다른 많은 서울시장 후보자들과 정책협약을 맺은 것이다. 비록 정책협약에 불과했지만, 우리의 의제를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Q. ‘탈시설장애인당후보자 활동에서 겪은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A. 코로나19가 컸다. ‘탈시설장애인당의 후보자만 11명이었다. 방역 문제로 함께 선거 운동을 하기 어려웠다. 이외에도 우리의 활동이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공문이 날아왔다. 우리가 알리고자 하는 정책의 취지와 내용을 봐주셨으면 했는데, 형식적으로만 법을 적용한 점이 아쉬웠다.

 

Q. ‘탈시설장애인당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장애인에게 탈시설은 중요한 의제다. ‘탈시설은 무엇을 말하나.

A. ‘탈시설이란 장애인 생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통합돼 개인의 주택에서 서비스를 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시설에서 나와서 자유롭게 살 권리이다. 과거에는 장애인이 시설에 거주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삶이나 자유가 없었다. 이런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가 바로 시설 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다. 장애인은 자신의 삶을 설계할 권리가 없다 보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걸리지 않을 권리, 죽지 않을 권리도 빼앗긴 것이다.

 

Q.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가로막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A. 장애인들의 이동권, 노동권, 자립생활 권리 등 모든 것이 걸림돌이다. 예를 들어 이동권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가 아직도 서울 버스의 30%도 채 되지 않으며, 23개 역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에 장애인은 추락 사고가 잦아 살인 기계라 불리는 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자립을 위해선 집이 필요한데 나 같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살 수 있는 집이 별로 없다. 엘리베이터뿐 아니라 집 주변의 환경 역시 휠체어 접근성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정책적으로 마련되고, 실제로 실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Q. 지난 210‘4호선 이동권 투쟁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 것 같다.

A. 우리 사회는 아직도 많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문제를 타자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4호선 이동권 투쟁을 하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속어들을 들었다. 심지어 장애인이 불쌍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 분도 있었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타자화되는 단면을 보여준다. 당장 내일 학교에 가고,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보자. 생각이 바뀔 것이다.

 

Q.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다시 돌아갔다. 이곳은 어떤 곳인가.

A.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중증 장애인들의 자립생활과 탈시설을 지원하고 장애인들의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등 권리를 옹호하는 곳이다. 장애인 인권영화제와 같은 문화 활동을 주최하거나 활동 지원 서비스 중개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장애가 장애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Q.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 상담가로 활동하는데, 동료 상담가는 어떤 역할을 맡나.

A. 동료 상담이란 상담자와 내담자가 친구 같은 동등한 관계로 마주하는 상담이다. 과거 내가 받은 심리 상담에서 상담자는 선생님이고, 나는 내담자라는 위계가 느껴졌다. 그리고 50분이라는 정해진 상담 시간이 끝나면 칼같이 상담이 끝났다. 이게 진정한 상담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동료 상담은 그렇지 않다. 중증 장애인분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자립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한다. 이를 통해 상대방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구체적인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Q. 동료 상담 활동을 통해 깨달은 점은 무엇인가.

A. 더 좋은 상담가가 되기 위해 동료들의 문제를 내 문제처럼 생각하는 습관을 길렀다. 나랑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만 만나는 게 아니기에 더 많은 경험도 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더 좋은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비장애인들도 장애인의 문제를 외면하기보다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장애인과 관련된 문제가 예전보다 많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문제시되지 않은 것도 많지 않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외면하지 않는다면 사회도 점차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장애인의 문제가 장애인만의 문제로 여겨진다면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이 겪고 있는 문제가 날씨 얘기처럼 일상적인 주제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계속해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동료 상담가로서, 활동가로서 활동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나와 같은 장애인, 나아가 장애 여성이 당당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단단한 벽이 존재한다. 장애인들만 고군분투한들 그 벽이 부서질 수 있을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노력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그 벽은 허물어질 수 있다. 장애가 장애 되지 않는 세상이 올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활동할 것이다.

 

*성별영향평가: 여성과 남성의 특성과 사회·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 평가함으로써 정부 정책이 성평등의 실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제도.

첫머리와 끝머리의 1인칭 시점은 장주연 활동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자가 재구성했습니다.

 

글 정효원 기자
remiwon@yonsei.ac.kr

사진 김다영 기자
dy38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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