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복무기간 단축 및 처우 개선 필요해

제복을 입고 교내를 거니는 ‘캠퍼스 로망’은 사라진지 오래다. 학생군사교육단(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ROTC)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난에 경쟁률이 치솟았던 과거의 영예가 무색할 만큼 ROTC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이에 단순히 과거의 로망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ROTC가 우리 군대의 허리를 담당하는 초급장교의 대다수를 배출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ROTC
사라지는 후보생들

 

ROTC는 소위와 중위 사이 장교인 초급장교 양성기관이다. 지난 1961년 정부가 자주 국방력 확보 차원에서 미국의 ROTC 제도를 본떠 도입했다. 대학의 전공 학문과 더불어 군사지식 및 실무실력을 갖춘 초급지휘자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에서 각 대학에 설치했다. 원광대 군사학과 이상현 교수는 “ROTC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기존 병사나 민간인 중 지원자를 선발하는 식이었다”며 “피라미드 형태로 이뤄진 군 인력구조에서 가장 많은 숫자가 필요한 초급장교를 대학 교육을 받은 인재로 충원하기 위해 4년제 대학에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명대 국사안보학과 조영준 교수는 “ROTC 제도는 6.25 전쟁 동안 초급장교 수급이 전투력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면서 강구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현재 ROTC가 설치된 4년제 대학교는 육군 110곳, 해군·해병 4곳, 공군 3곳이다. 이곳에서 재학생들은 3~4학년 2년간 장교 양성을 위한 군사교육을 받는다. 학군사관후보생(아래 후보생)들은 준군인 신분으로 학교생활과 더불어 체력 단련, 군사학 수업을 병행하며 방학 중 12주간의 입영훈련을 거친다. 이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해 육군은 28개월, 해군과 해병대는 24개월, 공군은 36개월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ROTC는 현재 우리 군 초급장교의 상당수를 배출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임관한 소위의 73%와 DMZ 전방 경계 담당 초급장교 70%가 ROTC 출신이었다.

문제는 60년간 명맥을 이어오던 ROTC의 지원 경쟁률이 매년 낮아지면서 초급장교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ROTC 지원자는 지난 2014년 2만 1천595명에서 2019년 1만 2천500명으로 5년 만에 42%p가 감소했다. 육군 ROTC 남성 기준 경쟁률은 2014년 6.1대 1에서 2019년 3.1대 1로 감소했다. 육군사관학교(아래 육사) 경쟁률이 2014년 18.6대 1에서 2020년 44.3대 1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된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해 ROTC를 없애고 있다.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ROTC 선발 및 양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임관 예정인 육군 후보생 합격자 미달 대학은 서울교대, 고려대, 홍익대 등 10곳이었다. 지난 2월 춘천교대는 마지막 6명의 후보생이 졸업하면서 ROTC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전국 교대 10곳 중 ROTC를 운용하는 곳은 경인교대만 남게 됐다.

 

▶▶긴 복무기간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우려 등으로 ROTC 지원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낮은 지원율이 국가 안보 공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실질적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나날이 떨어지는 지원율
도대체 왜?

 

ROTC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핵심 원인은 긴 의무복무기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래 ROTC는 병사에 비해 짧은 복무기간을 장점으로 가졌었다. 지난 1968년 당시 병사의 의무복무기간은 36개월이었던 것에 반해 ROTC로 임관한 장교의 의무복무기간은 28개월이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의무복무기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이는 역전됐다. 현재 병사들은 육군·해병대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을 근무한다. 군사훈련 12주까지 포함하면 평균 30개월이 넘는 기간 복무하는 ROTC에 비해 훨씬 짧은 것이다. 대학생들도 이것을 ROTC 미지망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육사에서 ROTC 미지망 대학생 1천9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47%가 긴 복무기간 때문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ROTC 61기 이은혁(체교·19)씨 역시 “일반 병사보다 복무기간이 길어 사회에서 남들보다 한 걸음 늦게 출발할까봐 지원을 망설였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은 긴 복무기간과 더불어 학교생활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점도 지원을 꺼리는 이유라고 말한다. 후보생은 2학년 동계, 3학년 혹은 4학년 하계, 4학년 동계 각각 4주씩 총 12주간 군사훈련을 받는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스펙을 쌓거나 여행을 가는 방학에도 후보생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이씨는 “군사훈련을 받는 동안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지 못해 곤란하다”고 말했다. 교환학생, 어학연수 등 학교 활동을 군사훈련과 병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ROTC 61기 A씨는 “대학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휴학, 교환학생 등에 제약이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소위로 임관하더라도 진급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지난 2020년 육군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78명 중 ROTC 출신은 7명이었고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한 11명 중에서는 2명에 불과했다. 상위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한다면 대위 기준 연령 정년 43세라는 나이 제한에 걸려 전역해야 한다. 아직까지 육군 및 사관학교 위주로 진급이 이뤄져 장기복무가 어렵다보니 학군장교 대부분 의무복무기간만을 채우고 전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취업시장에서도 ROTC 출신 예비역들이 설 곳은 마땅찮다. 더 이상 전역장교라는 경력이 취업시장에서 메리트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경북대 행정대학원 서기정씨의 석사학위논문 ‘학군사관후보생(ROTC) 지원율 제고 방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80여 명 중 40.2%가 ‘ROTC의 메리트가 없어 지원을 잘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 교수는 “사회가 다변화 되고 국가 안보에 대한 인식이 줄어들면서 특정 집단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분위기 자체가 희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ROTC 지원을 고민했던 B씨 역시 “취업 시 큰 메리트가 없고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스펙을 쌓으라는 조언을 듣고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 위협하는 ROTC의 추락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이처럼 많은 어려움으로 ROTC 지원자가 떨어지자 소위로 임관한 후보생 수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ROTC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천399명이었던 임관 후보생은 올해 2월 3천739명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계속 임관하는 후보생이 줄어들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대장 보직을 맡아 병사들을 진두지휘하는 초급장교의 수와 질이 떨어진다면 그만큼 군 전투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휴전 국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지원율 감소에 따라 적은 인원 내에서 선발하다보면 우수인력 습득이 어려워 초급장교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 역시 “초급장교는 군의 손과 발을 담당한다”며 “뇌가 살아있어도 손발이 작동하지 않으면 곤란하듯이 병사들을 지휘하며 실제 전투력을 발휘할 소대장은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가장 큰 불만이 나오는 의무복무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인사법」 제7조 4항에 따르면 필요할 경우 1년 이내에서 복무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육·해·공군 일반 병사 역시 위 조항에 따라 복무기간을 조금씩 단축해왔다. ROTC 역시 현역병과의 형평성, 정원 미달 등을 이유로 복무기간을 줄이자는 의견이 오랫동안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병사와 달리 학군장교는 해마다 선발하기 때문에 복무기간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으로 인해 복무기간 단축은 계속 미뤄지는 실정이다. 조 교수는 “병 복무기간과의 격차로 인해 ROTC 지원율이 저조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군은 항시 최고의 전투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에 4개월 만이라도 복무 격차를 줄여 ROTC 지원율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ROTC 출신 장교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제 ROTC는 육사나 3사관학교에 비해 국가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교 1명당 평균 양성 비용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2억 3천700만 원, 3사관학교 1억 2천700만 원인 데 비해 ROTC 육·해·공군 평균 1천500만 원에 불과했다. 사관학교 양성 기간이 4년, 3사관학교와 ROTC는 2년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사관생도는 매년 5천925만 원, 3사관생도 6천350만 원, 후보생 750만 원으로 상당한 차이다. 조 교수는 “후보생들이 가는 국내외 문화탐방마저도 ROTC의 경우 대학이 협조해야 가는 형태라면 육사·3사는 육군 지원을 통해 간다”며 “우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원 규모가 늘어나면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가장 비교가 많이 되는 곳이 미국 ROTC다. 미국 ROTC의 경우 대학 재학 때부터 학비 전액 장학금, 생활비 지원,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이 교수는 “청년들이 ROTC에 지원하도록 이끄는 ‘메리트’가 부족하다”며 “보수 및 군 간부 복지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역 후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및 사기업에 대한 채용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초급장교들이 전역 전 취업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교육과 지원책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전역 후 취직이 대부분 보장되는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국가 안보를 위해 자원해서 입대하는 청년들에게 취업 지원이 더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ROTC가 위기를 맞았다. 한때 캠퍼스 풍경의 한구석을 차지하던 단복 입은 학생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군내 간부 병력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다. 학군장교 수급을 위한 실질적인 대비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글 김예서 기자
kimyeseo1@yonsei.ac.kr

사진 김다영 기자
dy38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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