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옛날이야기, 그 다섯 번째 이야기

우리대학교 교정에는 일명 ‘미친나무’라고 불리는 복사꽃 나무가 있었다. 미친나무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는 한 나무에서 흰색, 분홍색, 빨간색의 꽃이 함께 피기 때문이다. 미친나무는 오랜 기간 우리의 곁을 지키다 지난 2013년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아래 백양로 공사) 중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원래라면 미친나무가 3가지 색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지금, 미친나무의 3가지 색이 남긴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 봄이 되면 세 가지 색 꽃을 피워내는 우리대학교의 명물, 미친나무다.

 

 

미친나무는 백양로 공사 전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 사이 한글탑 옆, 즉 우리대학교 중앙에 있었다. 일각에서는 미친나무가 가지를 접붙이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미친나무의 삼색 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 나무에서 여러 색깔의 꽃이 필 뿐 아니라, 한 꽃잎에서도 두 가지 색깔이 공존하는 미친나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특색 있는 자신만의 색깔을 뽐냈다.

특이한 꽃의 색깔은 우리대학교를 넘어 신촌의 명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미친나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서상규 교수(문과대·말뭉치언어학)는 지난 2013학년도 1학기 ‘우리말 연구의 첫걸음’ 수업 시간에 미친나무의 새로운 이름을 공모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미친나무는 우리대학교 구성원을 넘어 많은 사람이 사랑한 우리대학교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당시 공모된 아롱나무, 솜사탕 나무 등의 이름을 보면 학생들이 미친나무에 가졌던 애정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친나무는 백양로 공사 기간에 삼애캠으로 옮겨졌지만, 다시 신촌캠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미친나무가 나이가 너무 많아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미친나무가 사라지며 많은 사람이 미친나무를 그리워했다. 서 교수는 “우리대학교 구성원과 우리대학교를 찾는 많은 사람이 미친나무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미친나무의 씨를 받아 재배하고 있던 서 교수는 지난 2017년 3월, 우리대학교에 미친나무의 ‘자손 나무’ 한 그루를 기증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 한글탑 옆에서 미친나무의 모습을 자손 나무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새 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봄, 돌아온 미친나무를 보면서 10년 전 연세를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이지훈 기자
bodo_wonbin@yonsei.ac.kr

<사진제공  서상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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