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활동가 김현종씨를 만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여기,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중국의 동북공정, 나아가 동양인에 대한 무분별 혐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단체 ‘반크(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종(정외·15)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활동가 김현종(정외·15)씨는 한국과 인종차별 문제 등에 대한 청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한국에 대해 잘못 공시된 정보를 수정하며 민간 외교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Q. 본인과 반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반크는 지난 1999년 펜팔 사이트로 시작해 현재는 ‘동해지킴이’로 알려져 있는 사이버 외교 사절단이다.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올바르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반크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11년간 활동해왔다. 지금은 반크에서 한국과 인종차별 문제 등에 대한 청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한국에 대해 잘못 공시된 정보를 수정하는 일을 한다. 

 

Q. 대학 생활 중 반크 활동에 도움이 된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정치외교학과에 일본 와세다대와 교류하는 ‘와세연’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와세다대 학생들과 ‘위안부’, 독도, 한국 연예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또한 ‘연정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하는 능력도 길렀다. 학교생활을 통해 기초체력을 기른 것 같다. 

 

Q.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외국에 많다고 들었다.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소개해줄 수 있나. 

A. 우선 일본의 경우 독도·동해에 관련된 오류가 많았다.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국 것이라고 주장한다. SAT나 AP 교재에도 오류가 많다. 이 책들이 교과서처럼 이용되고 이를 바탕으로 시험을 보니 오류를 사실로 믿는 외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들도 많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한국을 소개한 가이드북을 검토하고 있는데 4권에서만 110개가 넘는 오류가 발견됐다. 비빔밥을 스튜라고 소개해놓은 책도 있고, 대구 여성들이 보수주의로 인해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는 등 잘못된 정보로 한국인을 비하하는 글도 발견됐다. 국내에서 과거사에 대한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은 점, 영어로 된 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이 이런 오류의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아직 동북아역사재단이나 국사편찬위원회가 발행한 자료 중 외국인이 참고할만한 게 없다. 그러니 중국이나 일본이 영어로 서술해놓은 자료만을 가지고 작성하는 것이다.

 

Q. 그런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

A. 쉬운 일은 아니다. 한 가지 오류 사항에 대해 수정 서한을 보낼 때도 인사말부터 마무리까지 3~4페이지 분량의 서한이 나온다. 한 책에 30여 개의 각기 다른 오류가 있으니, 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수정 요청하는 일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최근에는 청원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해외 청원 사이트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많은 인원의 청원은 수정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인종차별 문제, 도쿄올림픽 방사능 문제도 청원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BBC는 ‘한국 정부가 독도와 다케시마를 병기했다’고 한 과거 보도 내용을 정정했다. 또한 프랑스 국립 인류사 박물관에서 한국 국경이 누락되고 동해가 일본해로 표시된 지도를 전시하지 않도록 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가이드북에서는 약 1년 반 동안 46개의 오류를 수정했다. 

 

Q. 최근 중국의 문화 패권주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한복, 김치 등의 한국의 고유문화를 자국의 문화라고 억지 주장하는 상황이 빈번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한국 국민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A.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중국은 한복, 김치, 쌈, 갓 등 우리 문화를 자국 문화라 우기는 문화 패권주의 행태를 벌여왔다. 사실 이 문제에 있어 우리가 중국을 상대로 시정요구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중국과 이를 가지고 다툴 필요도, 회유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일례로 중국이 윤봉길 의사, 윤동주 시인, 김구 독립운동가, 문재인 대통령 등을 조선족으로 명명하자 3년 전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부분 시정되지 않았다. 당에서 주도하다 보니 더 걷잡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이 정말 많다. 이 최적기를 이용해 중국의 만행을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한 역할을 해내는 것이 반크의 기조이고, 우리가 중국의 문화 패권주의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Q. 그중 독도 수호는 반크의 주요 활동 내용이자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활동하면서 일본의 도발 양상이나, 반크의 활동 내용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지난 2005년, 일본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했다. 반크는 경상북도, 외교부와 협력하며 해당 문제를 다뤘다. 일본이 오랫동안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왜 한국인들이 독도 문제에 이렇게나 관심을 가지는지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해를 둘러싼 논쟁도 비슷한 맥락이다. 동해가 ‘동해’로 병기되거나 표기된 지도는 1999년 3%에서 2012년 40%로 증가했다. 일본이 100여 년간 동해를 ‘일본해’로 지정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우리는 10여 년 만에 이를 되돌리는 데 성공한 셈이다.
최근 일본은 반크와 우리 정부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주목한다. 엄연한 민간단체인 우리에게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우리는 동해, 독도 문제뿐만 아니라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를 게양하는 것의 부당함, 손기정 선수의 국적 표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반크에 대한 일본의 관심도 높아져 반크 예산 상황이 일본 기사에 소개될 정도다. 반크에 대한 왜곡을 주기적으로 하는 편이다. 

 

Q. 미국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매춘이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고 하버드대 총장이 이를 비호한 것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했다.

A. 지난 2월 1일 해당 내용이 보도됐고 3일에 바로 글로벌 청원을 시작했다. 우리가 요구한 내용에는 램지어 교수의 사과와 논문 철회, 하버드대의 행동 촉구 등이 있었다. 이에 총장실에서 ‘학문의 자유에 대한 내용은 개인적인 부분이고 이는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의 답장이 왔다. 이 답장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전 세계적으로 불꽃이 커졌다. 외신들도 이것은 학문의 자유로서 보장될 수 없다는 보도를 냈고, 논문에 반박하는 교수들도 많아졌다. 반크가 이런 논의의 기폭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청원에 3만 명이 참여했는데 그중 85%가 외국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램지어 교수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제2, 제3의 램지어가 곳곳에 있을 수 있다. 시민 개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와 한국 학계가 해당 사안에 대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겨냥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을 넘어 여러 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유행 이후 동양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폭증했다. 전 세계적인 문제지만 특히 미국에서의 정치적 이슈가 인종혐오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동양인들이 주류가 아닌 만큼 소수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많지 않고, 혐오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다. 다행히도 미국 연방 차원에서 인종 혐오 발언에 대해 대응을 시작했고, 하원과 상원에서도 관련 결의안을 낸 것으로 안다. 반크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WithAsian’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각 개인이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방법을 적어 공유한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세계는 다시 적극적으로 교류할 것이다. 그때까지 혐오범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Q. 반크에서 활동하기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한다. 필요한 능력이나 자격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이젠 외교관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외교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최근 한국으로 유학 오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현지에서 느꼈던 문화와 감정, 만난 사람들로부터 받은 영향이 결국 해당 국가에 대한 인식이 된다. 그들에게 좋은 추억과 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좋은 것을 함께 공유하려는 자세면 충분히 우리와 일할 수 있다. 

 

지난 1999년 시작된 반크, 반크가 세계를 향해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다고 말하기까지에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할 김현종씨와 반크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글 이지훈 기자
bodo_wonbin@yonsei.ac.kr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사진 노민지 기자
roe092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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