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로 교수 (우리대학교 소프트웨어디지털헬스케어융합대학)

원주에서 아침 일찍 신촌캠으로 와 미팅을 한 후 학창 시절을 보냈던 중앙도서관에서 교수가 아닌 학우의 마음으로 이 칼럼을 쓴다. 칼럼 시작 전에 연세대 전체 교직원 수양회 폐회 설교를 맡은 강승일 원주교목실장님의 설교 말씀이 가슴에 닿아 인용한다. “누가복음 6장 31절은, 소위 기독교의 ‘황금률’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말씀입니다.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여라” 이 말은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배려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대인관계의 가장 중요한 원칙과 자세를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이 세상에 나아가서 역지사지에 사랑을 더해 실천한다면, 우리 세상은 황금률의 정신이 실현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우리 연세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연세는, 역지사지에 사랑을 더한, 황금률을 몸소 실천한, 선교사님들이 닦은 터 위에 세워진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과 지난 27년의 교수 생활 동안 연세 동산에 재직하며 연세는 하나이기에, 이를 위해 연세 동산 안팎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연세인의 자부심을 품고 이 글을 쓴다.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와 UCSD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제일 먼저 찾은 것이 신촌캠과 미래캠 학우들이었고, 그들과 식사도 하고 번개 미팅도 하며 세찬 추위와 때로는 해외에서 새로운 문화와 학업에 힘든 우리 연세 학생들에게 멘토의 역할도 했다. 본인은 교수평의회 원주분과 위원장으로 미래캠 교직원이 서울 출장을 가면 내던 주차료 문제, 학술정보처장으로 신촌·미래·국제캠 정보화 통합과 도서관 통합 그리고 원주총무처장으로서 직원 대상의 최우수 및 우수 시상에서 최우수상이 신촌 직원에 국한했던 것을 미래캠 직원에게도 시상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실현시킨 사람이다. 정보 통합의 경우 서로 사용하는 교직원과 학생 수 만큼 분담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본인이 제안했고, 그 안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어도비사, 메트랩 제품들 역시 총장님이 바뀔 때마다 연세 전체 차원에서 협약을 맺을 것을 제안하고 실현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같이 가고 하나가 되면 큰 힘이 되지만, 각자가 되면 경쟁하고 헐뜯고 서로 상처만 입을 것이다. 소속변경에 대해 경험을 통해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본인은 재수와 편입을 경험했고, 당시 후배 소개로 가르치려던 과외의 상대 학부모에게 “당신은 당신이 부모가 되어 당신 같은 학생에게 가정교사 자리를 맡기겠느냐?”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대학 1학년 시절 졸업을 앞둔 작은 형님이 사망했고 동기 세 명을 포함한 네 명이 ROTC 임관과 졸업을 못하고 사망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즐겁게 해드리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편입을 결정했다. 당시 장학금을 받고 학비를 벌어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가정교사 알바를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오늘 앉아 있는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밤늦은 시각에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면서 백양로를 걷던 옛 시절이 생각이 난다. 우리대학교도 1977년 일반 대학에서 편입, 1979년 전문대학에서의 편입 제도를 통해 들어온 많은 선배가 대학교수나 모두의 선망 대상이 되는 기업에서 임원을 하기도 했다. 소속변경 학생 수는 미래캠 입학생 중 원주의과대를 제외한 1천286명 중 20명 중후반의 숫자로 알고 있다. 

본인이 학창 시절에 아픔을 잊기 위해 학업에 몰두했듯이 소속변경을 위해 일정 학점을 유지하도록 밤낮없이 공부하고 기회가 주어져 소속변경 후 새로운 환경에서 열심히 한 학우들에게 선배로서 본 칼럼을 통해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본인이 경험한 바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교육부 평가에 따라 미래캠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당시에 제출한 서류 모두를 읽어 본 본인은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원주캠의 문제라기보다, 당시 보직자들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평가만으로 전 미래캠을 평가 절하하지 않길 바란다. 몇 년 전 원주캠 졸업식에서 국문과 졸업생 김주희 학생의 답사는 본인 가슴을 울렸다. 그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학업에 정진해 지금은 많은 사람의 선망 대상인 국가인권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다. 또한 철책선에서 문제가 됐던 목함지뢰 사건과 세월호 사고에서 연세의 정신으로 두 번이나 사람을 구한 물리학과 박준호 학생 등 훌륭한 졸업생과 학생들이 많이 있다.

소속변경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점을 보완하면 되리라 생각한다. 소속변경을 원하는 학생은 계절학기에 몇 과목을 신촌캠에서 이수하고 그 학점을 소속변경 시 반영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또한 대학본부가 이 문제로 ‘커리어연세’ 사이트에서 미래캠 학생들을 차단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속변경을 줄인 말로 연세인이면 사용할 수 없는 혐오표현을 사용해 많은 학생에게 아픔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일부 교수님들은 우수 학생이 신촌캠으로 가거나 상처받는 것을 우려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곳으로 가는 것보다 하나의 연세로 옮겨 가는 것이기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소속변경 학생들로 인해 인턴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알려 주기 바란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지 본인 능력 닿는 한 돕겠다. 인생의 선배로 이야기하건대 인턴이나 취업을 성적만으로 결정하는 회사는 가지 말기를 권한다.

본인 역시 27년 정들었던 의공학부에서 정년 1년 반을 남겨 놓고 새로운 디지털헬스케어학부로 소속을 변경한다. 세계상황의 변화와 함께 대학이 어렵고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 그리고 신설된 학부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길잡이를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 역시 연세와 주님이 본인에게 주신 사명이라 생각하고, 연세 동산을 떠나는 그 날까지 본인은 연세와 연세 구성원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고자의 의견일 뿐 우리신문사 입장과는 무관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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