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동물실험 논란, 제도 및 인식의 변화 동반돼야

‘멀쩡한 비글의 눈을 적출한 뒤 안락사한 수의대 연구팀을 규탄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청원을 통해 동물실험의 잔혹성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났다. 그동안 동물실험은 그 필요성 때문에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동물실험이 비윤리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의 동물실험,
동물권 단체 “동물 학대”

 

논란이 된 실험은 지난 2020년 11월 충북대 수의대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들은 실험을 통해 난치성 질환으로 눈을 적출해야만 하는 개에 3D 인공 의안을 이식할 수 있는지 밝히고자 했다. 결과는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의안: 예비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미국 과학 저널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그러나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국내외 동물권 단체와 시민들은 해당 연구가 비윤리적이었다며 거센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연구의 목적에 미적인 요소를 명시한 점 ▲멀쩡한 비글의 눈을 적출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정부윤 운영국장은 “성형 시술 연구를 위해 멀쩡한 개의 눈을 적출하는 실험이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또한 안과 소속인 연구자들 주변에는 이미 눈을 적출한 동물들이 많았을 텐데 굳이 멀쩡한 비글로 실험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사례가 국내에 잠재돼있던 동물실험의 문제를 단편적으로 드러냈을 뿐이라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이 만연하다. 동물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으며 실험에 동원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9 실험동물 보호·복지 관련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실험에 사용된 동물 중 33.8%는 중증도 이상의 고통을 동반하는 고통 등급 D 실험, 40.1%는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는 고통 등급 E 실험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연구자들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로 비윤리적인 실험이 대량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꼭 동물들을 고통으로 내몰아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험에 활용되는 동물의 수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험동물의 수는 지난 2010년 132만 8천 마리, 2012년 183만 4천 마리, 2014년 287만 8천 마리, 2018년 372만 7천 마리로 점점 증가했다. 이 대표는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 수가 많을 뿐 아니라 대부분이 고통스러운 실험에 이용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연구진 “적법한 절차 거쳐”
비윤리적 동물실험에 면죄부 주는 제도?

 

그러나 연구자들은 그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논란이 된 실험들이 ‘위법’을 저질렀다고 보긴 어렵다. 충북대 연구팀은 논란이 일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아래 윤리위)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다는 점 ▲최소한의 동물 개체를 사용했다는 점 ▲최대한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들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실험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동물실험은 「동물보호법」 제23조와 제25조에 따라 3R 원칙*을 준수하고, 윤리위의 승인을 받으면 제한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윤리적 실험에 면죄부를 주는 원인에는 유명무실한 윤리위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분별한 실험을 억제해야 할 윤리위가 동물실험을 위한 거수기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386개 기관 윤리위가 심의한 3만 9천244건의 동물실험 중 0.6%인 238건만이 미승인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윤리위에서 거의 모든 실험을 승인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동물실험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윤리위가 거수기로 전락한 이유는 인적 구성 때문이다. 「동물보호법」 제27조는 윤리위의 1/3 이상을 해당 동물실험시행기관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위원으로 채우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는 윤리위를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사실상 실험기관의 내부위원들만 있어도 실험이 통과될 수 있는 구조다. 정 운영국장은 “연구자들이 제출한 동물실험 원안에 대한 승인율이 매우 높은 것은 애초에 윤리위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행법이 실험동물들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 학대를 방지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동물보호법」 외에 실험의 윤리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아래 「실험동물법」)이 별도로 마련돼있다. 「실험동물법」은 연구자가 오직 일정 조건을 만족한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실험동물을 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동물실험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동물보호법」과 다르게 「실험동물법」은 식품, 의약품 등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에만 적용된다. 교육을 비롯한 다른 목적의 실험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각 기관의 편의대로 실험동물을 수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한해 이뤄지는 동물실험의 약 43%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게 된다. 실제 지난 2016~2020년 경북대는 실험동물의 약 45%를 등록되지 않은 이른바 ‘개·고양이 장수’로부터 사 온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이혜윤 변호사는 “미등록 실험동물공급자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실험동물들을 사육하는지 전혀 관리·감독할 수 없기에 동물들은 최소한의 안전과 사육환경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이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추적조차 할 수 없어 실험동물이 된 이후에도 동물보호법에 따른 실험 원칙 준수 여부에 대한 관리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술한 제도 개선과 더불어
연구자들의 인식 전환돼야

 

이에 비윤리적 동물실험을 막기 위해선 허술한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우선 윤리위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비윤리적인 실험을 통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 운영국장은 “윤리위가 실험기관에 소속돼 있다 보니 공정한 심사에 한계가 있다”며 “실험기관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윤리위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동물실험 연구비를 지원하는 상위 기관 혹은 정부 차원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장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동물실험 관련 법안의 ‘교통정리’도 필수적이다. 체계적인 동물실험 관리를 위해 이에 관한 제도를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정 운영국장은 “법이 이원화돼 있다 보니 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도 분리돼있는 것이 문제”라며 “연구자들조차 어떤 법령을 준수해야 하는지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도를 넘어선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동반돼야 한다. 연구자들 스스로 동물실험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횟수 ▲시간 ▲내용 면에서 모두 부족한 윤리 교육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 운영국장은 “현재의 단발성 교육만으로는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역시 지난 2020년 10월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국 수의과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의 학생들이 윤리적인 환경에서 동물을 접할 수 있도록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 교육이 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동물을 활용하지 않는 시험법의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동물대체시험법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 변호사는 “동물대체시험법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싶어도 연구비, 인력,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연구자들이 동물대체시험법을 스스로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마 위에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동물실험, 누군가는 이를 필요악으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물실험이 필요 이상의 ‘악’이 되지 않기 위해서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연구자들의 빛나는 성과 뒤에는 고통 받는 수많은 동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3R 원칙: 동물실험을 할 때 실험자가 준수해야 하는 윤리 원칙이다. 최대한 비동물 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 사용 동물의 수를 축소(Reduction), 고통의 완화(Refinement)를 뜻한다.

 

글 정효원 기자
remiwon@yonsei.ac.kr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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