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법으로 동물권을 지키는 대학 동아리를 만나다

동물과 함께한다는 것, 마냥 예쁘다고 다가가 쓰다듬는 일이라 할 수 있을까. 이번 『The Y』가 만난 ‘대학판을 바꾸는 사람들’은 ‘그뿐만이 아니다’라고 답한다. 그들에게 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기 각자의 방법으로 동물과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학내 길고양이들과 함께하기, ‘국민대 고양이는 추어오’

Q. ‘국민대 고양이는 추어오’(아래 추어오)의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

A. 추어오는 국민대 캠퍼스에 서식하는 고양이인 ‘국냥이’와 교내 사람과의 공생을 목적으로 설립된 봉사 동아리다. 동아리가 설립되기 전에도 국냥이들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냈지만, 국냥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생들도 많았다. 추어오는 교내 고양이들을 단순히 ‘애호’하는 것이 아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Q. 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가.

A. 중성화, 급식 활동, 국냥이 건물 안 출입금지다. 먼저, 중성화는 사람과 고양이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영역 다툼, 발정기로 인한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사람들에게 소음으로 다가가 갈등을 유발한다. 중성화를 하면 영역 다툼과 발정기로 인한 울음소리를 줄이고 생식기관 관련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

급식 활동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국냥이들이 식량을 찾아 쓰레기봉투를 찢곤 했다. 이로 인해 주변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갈등이 존재했다. 하지만 급식소를 설치해 사료를 주기적으로 공급하니 캠퍼스 내 환경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고양이들은 버려진 음식을 먹지 않게 됐다.

마지막으로 국냥이 건물 안 출입금지다. 고양이를 꺼려하는 학생들을 위해 고양이가 건물 안에 출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겨울이 오기 전 고양이 집을 마련한다. 따뜻한 겨울집은 고양이들이 학내 건물을 떠돌지 않도록 보금자리가 된다. 고양이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사람과 고양이의 공생을 위해 꼭 필요하다.

 

Q. 캠퍼스 내 고양이들을 입양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A. 국냥이들이 더 이상 학교에서 생활할 수 없을 때 입양을 보낸다. 예를 들어, 구내염 치료와 같이 지속적인 병원치료나 약물치료가 필요하거나, 너무 어린 나이에 어미를 잃은 고양이들이 입양 대상이다. 입양을 가는 국냥이들은 사전에 건강검진과 중성화 등 필요한 치료를 진행한다. 그 후 공식 SNS를 통해 입양 희망 신청을 받고, 면담을 통해 입양자가 결정된다. 입양자는 국냥이가 입양자 집에서 잘 적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6개월간 장기 임시보호를 진행한 후 최종적으로 입양 계약서를 작성하고 입양한다.

 

Q. 길고양이의 생존권 및 동물권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A.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길고양이를 위한 정책이 많아지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주체인 사람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면 어떤 정책, 캠페인도 이뤄질 수 없다. 일부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이 주거지에 침입하고, 소음공해와 경관 저해의 원인이라 인식한다. 그러나 길고양이와 사람은 공존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Q.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냥이들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해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A.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유동인구가 적어 국냥이들에게 관심이 줄어들었다. 추어오도 활동 인원이 감소하고, 주 수입원이었던 오프라인 판매도 진행하지 못하게 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꾸준히 급식활동, 포획활동, 온라인 판매 등을 진행하며 국냥이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국민대 학우들도 국냥이들이 아프진 않은지, 잘 지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이를 통해 국냥이들은 더 건강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도토리수호대여, 유한하라! 연세도토리수호대

Q. ‘연세대 도토리수호대’(아래 연세도토리수호대)와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A. 연세대 교정과 맞닿은 숲속에는 다람쥐, 멧돼지, 어치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한다. 연세도토리수호대는 그들의 주요 식량자원인 도토리의 불법채집을 막는 단체다. 지난 2018년에 출범해 정기적으로 불법채집 단속에 나서고 있다. 캠퍼스에 도토리저금통을 설치해 도토리를 보관하고 숲에 다시 돌려주는 작업도 한다. 이외에도 청정원(청송대를 정화하는 대원들) 프로젝트, 국립생태원 견학 등 환경 및 생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Q. 연세도토리수호대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

A. 도토리 불법채집으로 인한 도토리 대량유실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발생 범위와 시간이 불특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 단위로 단체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문제에 대응하면 어떨까 싶었다. 농담처럼 떠올린 아이디어가 실제 단체 창립으로 이어졌다.

 

Q. 현재 대학 내 동물권 논의를 어떻게 평가하며, 앞으로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대학 사회의 움직임은 당연하다. 대학은 지성의 요람이자 사회를 변화시키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대학 사회의 동물권 논의도 약자를 대변하는 움직임 중 하나로서 꼭 필요하다. 동물권 수호 활동은 동물의 삶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동물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이 점을 강조한다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권 논의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

 

Q. 연세도토리수호대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뜨겁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라 판단하는가.

A. 단체 설립 이전부터 도토리 불법채집에 대한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또 단체명과 활동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많았다. ‘연세도토리수호대’라는 단체명이 궁금증을 유발하고 귀여워서 호감이 간다는 평도 있었다. 활동과 관련해 현수막, 도토리저금통 등 학내 구성원의 시선이 닿는 곳에 이뤄진 점도 관심에 한 몫 한 것 같다.

 

Q. 도토리 수호를 위해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선 도토리 저금통에 도토리를 넣어주시는 수많은 학내 구성원분들께 감사드린다. 하나의 캠퍼스 문화가 된 것 같아 기쁘고 뿌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불법채집이 존재하며, 이는 경각심 부족 때문이다. 도토리를 무단으로 채집하는 사람들에게 이 행위가 불법이라는 말만 건네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학우들의 관심과 말 한마디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연세도토리수호대의 ‘눈’과 ‘입’이 돼주길 부탁드린다.

 

Q. 연세도토리수호대가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A. 연세도토리수호대의 슬로건은 창립 이래 줄곧 하나다. “도토리수호대여 유한하라!”다. 불법채집 행위가 완전히 사라져 우리 단체의 존재의의가 없어지길 바란다. 도토리수호대가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날까지 우리와 한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숲속 동물들의 삶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비거니즘은 취향이 아닌 권리를 위한 운동입니다”, 이화여대 솔찬

 

Q. 솔찬의 주요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A. 솔찬은 동물권과 채식 관련 논의 활성화, 채식인 네트워크 형성에 목적을 두고 활동하는 동아리다. 비건 관련 오해를 푸는 카드뉴스를 제작해 비거니즘 인식 개선에 힘쓴다. 또한, 학교에 비건식을 요구하고 학교 주변 비건 식당 지도를 제작한다. 동아리 내·외부인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 10월에는 이화여대 권리 축제인 라라페(Right Light Festival) 활동으로 비건 유튜버 ‘단지앙’님과 함께 비건 레시피를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도 진행했다.

 

Q. 비거니즘과 동물권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A. 비거니즘은 우리가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착취하는지, 나아가 건강,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를 통해 생활 전반에서 동물 착취를 지양하는 운동이다. 동물 유래 성분이 포함된 식품뿐 아니라 동물 착취를 통해 얻어지는 꿀, 팜유 등의 식품 소비도 지양한다. 또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동물권을 보호한다.

 

Q. 학내에서 비거니즘 지향 활동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까지 이룬 성취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A. 우리 사회 내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느껴 작은 사회인 대학에서부터 비거니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했다. 한 사람이라도 비거니즘을 실천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학내 대부분의 행사에 비건 메뉴를 준비하는 등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 비거니즘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은 것이다. 기숙사와 생협에도 꾸준히 비건식 메뉴 마련을 요구해 채식 메뉴와 두유 변경 옵션, 비건 코너 등의 변화를 만들 수 있었다.

다만 비거니즘에 대한 논의가 비건 학생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 그친다는 점이 아쉽다. 많은 학생들이 동물권 보호라는 가치에 공감하기보다는 비건 학생들의 식생활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활동에 동참한다. 비거니즘은 개인의 권리인 동시에 동물의 권리를 위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Q. 앞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A. 학내에서의 목표는 비거니즘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개선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학내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거니즘을 인식하고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비거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함께하기를 희망한다.

 

 

글 김민정 김서현 수습기자,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추어오, 연세도토리수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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