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센터 보다’ 이하영 소장을 만나다

성매매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가장 대표적인 쟁점은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인가?’이다. 많은 이들이 성매매 여성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시작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성매매 피해 상담소 ‘여성인권센터 보다’(아래 ‘보다’)의 이하영 소장은 2004년 상담을 시작해 지금까지 수많은 성매매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소장은 ‘자발적 성매매는 없고, 성매매 자체가 폭력’이라고 말한다.

 

▶▶'여성인권센터 보다'의 이하영 소장은 성매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Q. ‘보다’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보다’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부설 성매매 피해 상담소다. 성매매 업소에서 나오기를 원하는 여성, 업소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이 찾아온다. 이들의 필요에 맞춰 법률지원, 의료지원, 주거, 직업 훈련 등을 직접 지원하거나, 관련 단체로 연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내담자가 기존에 일하던 업소와 관계를 끊고, 성매매로 인한 상처를 회복한 뒤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활동의 목표다. ‘보다’에서는 1년에 약 200명 정도 상담하고 있다.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아서 내담자가 많은 건 아니다.

상담 외에도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 ‘미아리 텍사스’에 현장지원 활동을 나간다. 미아리 텍사스는 영업이 폐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현장에 가도 성매매 여성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렵다. 업소에서 빨래, 심부름 등을 하는 ‘이모’에게 물티슈, 라이터, 손 소독제 등 필요한 물품과 소식지를 전달한다. 소식지를 받은 여성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상담소에 연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Q. ‘미아리 텍사스’는 어떤 공간인가.

A. 우선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은 성매매가 불법인 국가다. 그런데도 성매매를 대놓고 할 수 있는 공간인 성매매 집결지가 전국에 약 20곳 남아있고, 여성단체와 여론의 지속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폐쇄되지 않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는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는 이중 가장 유명하고 큰 집결지였다. 한때는 3천여 명의 여성이 종사했다고 한다. 현재는 그 규모가 줄어 약 300명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도 많은 성 매수자들이 방문한다.

 

▶▶성매매 집결지 ’미아리 텍사스’ 전경

 

Q. 성매매 여성들은 어떻게 성매매에 유입되는가.

A. 사실 이제는 여성들을 납치하거나 감금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을 속박하고 착취하기 위한 구조들이 존재한다. 싱글맘, 아픈 가족을 혼자 부양해야 하는 여성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이 주로 성매매를 시작한다. 성매매 업소에서는 이런 여성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빚을 지운다. 요즘에는 성매매 업주가 직접 돈을 빌려주는 선불금이 불법 채권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채, 일수 등으로 빚을 돌린다. 이런 경우 이자가 1,000%를 넘어간다. 업소에서 일할 때는 그나마 하루에 들어오는 돈이 있어서 갚을 수 있지만, 그만두는 순간 절대 갚을 수 없는 빚이 된다. 빚을 갚지 못하면 협박, 가족에게 연락하겠다는 등 다양한 압박이 들어온다. 이런 이유로 성매매를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Q.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라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성을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A. 돈을 받는 것이 폭력의 유무를 결정지을 수는 없다. 누군가를 때리고 합의금을 냈다고 해서 폭력이 아닌 것은 아니다. ‘돈을 받았으니 좀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 혹은 ‘돈을 받았으니 원해서 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돈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돈 문제를 넘어서 성매매가 폭력인지 따져봐야 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들어온 입장에서, 성매매는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성매매가 폭력이 아니려면 성매매 여성 본인이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조직적 산업이다. 성매매 여성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다.

성매매는 여성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이들은 오랜 시간 성매매를 하며 ‘해탈’하기는 한다. 그러나 절대 즐기거나, 아무렇지 않아 하지 않는다. 강간을 한 번 당하더라도 피해자에게 남는 트라우마는 매우 크다. 원치 않는 성관계를 반복하는 성매매 여성은 강간을 반복적으로 당한다고 보면 된다. 이 경험으로 인한 무기력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다. 성매매는 그 자체로 매우 폭력적인 경험이다.

 

Q. 성매매 여성은 어떤 신체·정신·사회적 아픔을 겪는가.

A. 상담소에서는 의료지원을 하는데, 산부인과뿐 아니라 정신과, 치과, 피부과, 내과, 정형외과 등 모든 과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 전부 아프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다음으로 많이 가는 곳이 정신과다. 우울증에 걸리는 여성들이 아주 많다. 성매매 여성들은 밤낮이 바뀌기 때문에 수면제를 자주 복용하는데, 수면제를 다이어트약과 함께 먹어 우울증과 함께 환시·환청이 온다. 공황장애를 겪기도 한다. 이 밖에도 가글을 많이 해 치과 질환이 생기거나, 디스크가 생기는 등 다양한 신체적 아픔이 생긴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는 문제도 심각하다. 우선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이 존재하고, 스스로 자존감이 매우 낮다. 이로 인해 사람을 대할 때 위축되는 등 어려움이 생긴다. 또 성매매 업소를 나와서 다른 일을 시작하기도 어렵다. 취직을 위해서는 경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성매매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10~20년의 경력단절이 있다.

 

Q. 한국 사회의 성매매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A. 성매매 집결지 밖에서도 성매매가 만연하다. 노래방, 마사지방, 단란주점,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등 우리 주변에도 업소가 많다. ‘오피’, ‘조건만남’ 형태의 성매매는 어디서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남성 입장에서는 성매매가 너무 쉽다. 성매매로 인해 경찰에 단속될 확률도 낮다. 모든 남성이 성매매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려고 마음먹으면 못 할 이유가 없는 현실이다.

 

Q. 이전에 ‘성매매와 성평등은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성매매는 성비가 극단적으로 기울어져 있다. 여성은 팔리는 대상이고 남성은 전적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다. 매수자는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성적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니라 통제권을 산다. 돈을 지불한 그 시간 동안에 여성은 무조건 매수자에게 복종해야 한다. 특정 성이 이런 방식으로 사고 팔리는 사회는 성평등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성매매는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만연해있고, 많은 사람이 성을 사고 있다. 성 구매 경험은 성관계와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킨다. 성관계는 친밀하고 평등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성매매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면 성관계를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행위로 보게 된다. 더 나아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욕구의 대상이자 도구로 보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이런 인식에서 다양한 여성차별과 성폭력이 발생한다.

 

Q.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A. 우선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매수자, 알선자, 소개업자, 장소제공자뿐 아니라 성매매 여성까지 처벌한다. 단, 성매매 여성이 피해자라고 판단될 때는 예외로 한다. 그런데 그 피해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 모호하고, 피해자임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사실상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면 오히려 성매매를 근절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성매매 여성이 일을 그만두기 위해서는 업주를 피해서 숨어다니거나, 업주를 처벌하거나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써야 한다. 그러나 업주를 처벌하려면 자신도 처벌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고할 수 없다. 경찰이 성매매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하며 드는 이유가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성매매의 증거는 성매매 여성 자신이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제 아래서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성매매 여성은 구조적 폭력의 피해자이지 처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또 한 가지는 성매매 수요의 단절이다. 성 매수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성매매는 계속될 것이다. 수요가 존재하는 한 성 산업은 엄청난 돈이 된다. 성매매 알선자가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이 너무 큰 나머지 이들을 처벌해도 소용이 없다. 감옥에 가서도 바지사장을 세워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성매매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사라져야 성매매는 근절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학보사와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여성 인권문제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이 성매매에 대해서 더 정확한 내용을 알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성매매에 대해서 순진하게 생각하거나, 편견을 가졌거나, 오해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성매매를 좀 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면서 인식이 변화하면 좋겠다.

 

이 소장은 “예전에는 성매매가 문제라는 인식도 없었다”며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된 결과 성매매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해결을 위한 움직임과 사회구성원의 공감이 있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라는 폭력적 구조가 유지되는 한 피해자는 또 생길 수밖에 없다. 더는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성은 사고팔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사진 조현준 기자
wandu-kong@yonsei.ac.kr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