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비용의 실체를 찾아가다

학생사회가 침체되고 있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등록 선거운동본부(아래 선본)가 없어 총학생회(아래 총학) 선거가 무산되는 일도 일어났다. 총학 선거에 출마하는 데에는 여러 장벽들이 언급된다. 총학이 되기 전 선본이 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여러 장벽 중 ‘돈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면서도 후보자들의 발목을 강하게 잡는다. 홍보물부터 단체복까지 선본이 감당해야 할 선거 비용은 만만치 않다. 과연 총학 선본들은 한 번 선거를 치르는데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또 그 돈을 어떻게 충당하는 것일까.

 

상상 이상의 선거 비용, 어디에 사용되나

 

총학 선거에 출마한 적 있는 A씨는 “한 선본이 선거를 준비하는 데에 약 1천만 원가량이 든다”고 말한다. 역시 총학 선거에 출마했던 B씨는 “합산 1천500만 원가량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선거비용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선관위)에 납부하는 분담금 ▲선본 단체복‧선전물 등 선거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물품 구매비용 ▲선본원 식비 및 외부 공간 대관 등 ‘비공식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선거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은 ‘먹는 돈’과 ‘자는 돈’이 차지한다. 선본원을 모집하는 과정부터 선거 유세까지, 선본원들의 식비 규모가 가장 크다. 이에 A씨는 “후보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쓸 수 있냐에 따라서 모을 수 있는 선본원의 규모가 달라진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식비 이외에도 선본들을 재우는 비용도 들어간다. 일부 후보자들은 신촌 인근에 별도의 자취방을 임대해 선본원 휴게 공간이나 선본 사무실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전에 총학 선거에 출마한 C씨는 “학내 선본방은 선본 등록 이후부터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준비단계에서 사용할 공간이 필요하다”며 “학내에서 선본원들이 활동하게 될 경우 사전선거운동 규제에 걸릴 수 있어 별도의 방을 임대해 준비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 후보자들의 선거 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우리대학교는 지난 2019년부터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에서 지원할 수 있는 항목에 한해 선본 당 최대 50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인 항목에는 생협 POD센터에서 지원하는 인쇄비와 식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협 상품권 등이 포함된다. A씨는 “500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라며 “후보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거에 약 1천만 원이 소비되기 때문에 생협 지원을 받아도 여전히 선본이 약 500만 원은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대부분 금액은 후보자의 사비로 충당한다. 이는 더 많은 학생이 총학 선거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장벽 중 하나다.

 

선거 비용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서

 

선거 비용을 충당하는 문제는 각 후보자들에게 숙제로 남는다. 생협 지원금을 제외하고서도 수백만 원이 드는 선거 비용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 지원금도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중선관위장 권순주(기계·16)씨는 “생협 차원의 지원금은 학생사회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9년 54대 총학 선거 때 한시적 지급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56대 총학 선거에서 이 지원이 끊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또한 권씨는 “각종 총학 사업을 학교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상황에 선거 비용까지 지원 받는 것은 학생사회의 자립 측면에서도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후보자들이 선거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후원금이다. 외부 단체와 일반 학우를 대상으로 한 후원금 모집이 제시된다. A씨는 “차라리 선본의 후원금 모집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후보 단계부터 일반 학우 연서를 진행하고 선본원을 기입해 중선관위에 제출하듯, 후원 단체, 후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금하고 출처와 액수를 상세하게 중선관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A씨는 “과거에는 시민단체 등의 후원금으로 선본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사비로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정치적·사회적 지향점을 가진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일반 학우들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선거시행세칙에 근거조항을 삽입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C씨는 “중선관위 차원에서 학우를 대상으로 한 후보자 후원 계좌를 명시해 후원금을 모집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서의 자금줄의 다양화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학생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선본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 ▲회계 결산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과거 부산대에서 총학 선본이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집단에게 후원 받아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 받은 사건도 있었다. 또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59조 제3항은 각 선본이 선거 비용 결산을 증빙자료와 함께 반드시 공개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선거 비용에 무엇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고 중선관위 차원에서 선거 비용의 집행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A씨는 “어디까지를 선거에 사용한 돈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해석이 애매하다”며 “피켓과 선전물 등 명확하게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 결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선관위가 확인할 수 없는 결산 영역이 늘어날수록 선거 비용 과열 등 부작용도 막을 수 없게 된다. 또 A씨는 “선본원 뒤풀이 비용까지 생협 지원금으로 결제하기는 곤란하다”며 “이런 비공식 비용들은 대부분 개인 결산으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결국 선본의 자금 운영 역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한 셈이다. 중선관위 차원에서 선본의 선거 비용 집행을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C씨는 “공식 후원금 계좌를 중선관위가 관리·열람할 수 있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행세칙협의모임에서만 정해지는 선거 비용의 기준을 세칙으로 명시하고 이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학생사회로부터

 

총학 선거를 준비했던 학생들은 학교에 기대지 않고 ▲학생회비 재원 확대 노력 ▲선거 비용 감축으로 학생사회 자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회비 재원을 통해 선거 비용을 확충하는 방안이 시도된 적이 있다. 권씨는 “자율경비 납부기간 조정 등을 통해 학생회비 재원을 최대한 마련하려고 노력했다”며 “이것이 성공했다면 재정을 확충해 특별 공동 예산 지원비* 등을 이용해 선거 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도 “선거 비용은 학생사회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독립성과 자율성 측면에서도 가장 바람직하다”며 “결국 시스템 개선, 문화 정착 등을 통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사회의 근간이 되는 선거인만큼 궁극적인 해결책은 학교가 아닌 학생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선거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B씨는 “선본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식비 지출은 후보자로서 불가피한 지출”이라며 “비공식 비용은 결국 후원금 외에도 사비로 지출하는 구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씨 또한 “선거 비용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공간 비용 감축과 같이 선거 비용 지출 최소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C씨는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 학내 자치 공간의 부족으로 인해 학외 공간을 대관할 수밖에 없다”며 “학내에 공간을 마련할 수 없는 후보자들은 결국 추가적으로 금액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전선거운동 조항 관련 기준 수정, 학내 자치 공간 배분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선거 비용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제도·문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학생들이 총학 선거에서 유권자로, 선본원으로, 일부는 후보자로 참여한다. 그러나 선거에 사용되는 비용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충당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겨져 있다. 알려지지 않은 문제들은 음지로 숨어들어 학생사회의 투명성을 악화할 수 있다. 하루빨리 관련된 의제들을 양지로 끌어내 공론화하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

 

*특별 공동 예산 지원비: 「총학생회칙」 제153조에 따라 총학 선거, 전체 학생의 공익 증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편성된 예산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이지훈 기자
bodo_wonbin@yonsei.ac.kr
김예서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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