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고시 재응시는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강치형 (치의학·18)

2020년 여름은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유독 뜨거운 여름이었을 것이다. 공공의대 설립 법안으로 시작해 전공의들의 파업,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등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건은 의사들을 향한 비난과 함께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지만, 아직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문제도 남아있다. 바로 현 본과 4학년들의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 여부다. 위에 나열한 사건들을 언급하기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 각설하고, 국가고시 재응시에만 초점을 맞춰 글을 써보려 한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의사들과는 관련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을, 그렇지만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한낱 치과대학 학부생임을 밝힌다.

“2주 안에 국시 미응시자에 대한 구제책을 내놓지 않으면 다시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 대한전공의협회가 주장한 내용이다. 의사 국가고시는 국내 의과대학 졸업 예정자인 본과 4학년 의대생들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보는 시험이다. 키워드는 본과 4학년이다. 본과 4학년. 우선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은 본과 4학년을 대표하는 임의의 집단이 국가고시 재응시를 주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위 내용도 전공의를 대표하는 집단이 주장한 내용이고, 의사를 대표하는 집단인 대한의사협회도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의대생, 전공의, 의사는 엄밀히 별개의 집단이다.

“성인이 됐으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소위 ‘어른’들이 얘기한다. 그런데 어쩌랴. 의대생들은 책임을 져버리는 행동을 한 적이 없는걸.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집단’인 의과대학학생협회 회장도 YTN과의 인터뷰에서 국가고시를 위해 단체행동을 또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불성설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솔직히 치대생 입장에서 대신 말하자면, 1년 ‘꿇는’ 건 일도 아니다. 삼수, 사수, 오수한 사람이 넘쳐나고 한 학년에 20% 정도가 재학 중 휴학 또는 유급을 하는데 일 년이 뭐 대수겠는가.

그렇다면 우린 의대생들에게 구제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한 전공의와 의사들을 욕해야 하는 걸까? 여기서 대다수의 국민이 의료인에게 어떤 시선을 가졌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무도 전공의와 의사가 ‘왜’ 국시 재응시를 주장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그러나 ‘왜’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유급하는 건 본과 4학년인데 왜 이미 졸업한 전공의랑 의사들이 이 난리인 건데? 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매년 공급되는 의사의 수가 거의 일정하고,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도 이에 맞게 체계화돼 있다. 2021년에 3천200명 정도 공급돼야 하는 의사 수가 0명으로 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장 우선적으론 대학병원 인턴의 수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대학병원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인턴 인원 급감으로 인해 생기는 의료 공백은 꽤나 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턴 공백, 몇 년 후에는 레지던트 공백, 또 몇 년 후에는 공중보건의, 군의관 공백. 이 의료공백의 피해는 또 국민이 받는 것이다.

위 내용을 통해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는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 결국에는 사회적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장하게 된 내용이고, 나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받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에 대해 찬성한다.

출혈도 많고 상처도 많은 싸움이었다. 단순히 ‘의사 대 정부’였던 갈등은 점점 커져 ‘의료종사자 대 국민’의 구도를 갖추게 되었다. 나도 예비 의료인인 입장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상처를 치유할 때다.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가 두터울수록 치료의 효과는 더 크고 시너지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는 의료인을 신뢰하고 의료인은 환자를 존중하며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적어도 여기까지 글을 정독한 분들만큼은 이 관계 회복에 조금이라도 힘써주길 바라는 작은 소망을 품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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