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윤흥길 작가 강연 진행돼
제10회 박경리문학상은 윤흥길 작가에게 돌아갔다. 윤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와 『장마』가 있다. 지난 10월 27일 신촌캠에서, 28일 미래캠에서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초청강연이 진행됐다. 강연은 ▲축사 ▲작가소개 ▲작가강연 ▲질의응답 순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한 위험성을 고려해 최소 인원의 대면 참가와 실시간 온라인 참가가 동시에 진행됐다.
신촌캠 강연
윤흥길 작가가 말하는 박경리, 그리고 범재
지난 10월 27일 진행된 신촌캠 강연은 정명교 교수(문과대·현대문학)의 진행과 문과대학장 김현철 교수(문과대·중국어법)의 축사로 시작됐다. 이어진 윤 작가의 강연에서는 크게 ▲박경리 작가의 가르침 ▲천재와 범재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윤 작가는 박 작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박 작가를 자신의 문학적 어머니라고 표현했다. 윤 작가는 “박 작가의 가르침 중 가장 뜻깊은 건 큰 작품을 쓰라는 조언이었다”며 “박 작가가 말하는 큰 작품은 활인(活人)의 문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소모적이고 위안과 오락을 위주로 하는 작품은 사람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은 사람을 해치지 말고 살려야 한다는 게 활인 문학에 대한 윤 작가의 해석이다. 그는 또한 활인 문학을 완성하기 위해 해학적 요소를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해학은 우리 전통 문학에서도 자주 보이는 문학적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천재와 범재’에 대한 강연에선 윤 작가는 범인(凡人)의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처음 문학을 시작했을 때는 스스로 천재인 줄 알았다”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나 자신이 범인이라는 걸 깨닫고 충격을 극복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풀었다. 그는 자신이 범인임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어사전을 끊임없이 보고, 잠을 줄여가며 책을 쓰는 노력을 하면서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인생을 재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닷가의 수없이 많은 모래 모두가 같아 보이지만 하나하나 전부 다르다”며 “전 세계 인류 중 나와 당신이라는 존재는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귀중한 존재”라고 범인의 삶의 가치를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소설창작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 쓰냐’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윤 작가는 “소설은 작성부터 발행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미래캠 강연
“고백과 가출을 위해”
지난 10월 28일 진행된 미래캠 강연은 한수영 교수(인예대·현대문학)가 사회를 맡았으며, 학부교육원장 왕현종 교수(인예대·한국근대사)의 축사로 시작됐다. 축사에서 왕 교수는 “이산가족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윤흥길 작가의 글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에 한국 문학계에서 귀중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윤 작가의 강연이 진행됐다. 윤 작가는 문학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고백과 가출을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작중인물의 고백 행위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음으로써 해방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러한 작가 고백에 공감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작가 개인의 해방은 곧 집단차원의 해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 작가는 군대 시절 겪었던 절망감과 분노를 가슴 속에 묻어두지 않고 표출하기 위해 『회색 면류관의 계절』을 집필했다. 자신의 속내를 누군가에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고질병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어 윤 작가는 가출하기 위해 문학을 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허구적 가출을 경험한다. 현실에서 하지 못한 일을 소설 속에서 실현할 수 있다. 윤 작가는 “작품 시작이 새로운 가출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문학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묻는 질문에 윤 작가는 “환갑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집필을 시작한 『소라단 가는 길』”이라며 “그 어떤 작품보다 자전적 요소가 강해 애착이 간다”고 답했다.
강연 내내 윤 작가는 자신은 천재가 아닌 범재라며, 노력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작가를 꿈꾸는 제자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연에 참석한 윤정주(경영·20)씨는 “평소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윤 작가를 만나 그 관심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글 박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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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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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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