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요건 강화는 과세가 목적이다

박수영 (사회과학부·19)

정부는 오는 2024년 4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의 기준을 한 종목 당 3억 원으로 낮춰 납세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세법에서 대주주의 기준은 한 종목에 1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다.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이 실현되면, 최대 33%의 소득세를 내게 된다. 정부는 그 기준을 3억으로 인하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혀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대주주 강화 요건은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정책이다. 대주주 강화 요건은 조세부과 원칙에도 어긋나며, 시장의 투자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 기준을 3억으로 인하하며, 주식 금액을 개인별이 아닌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하는 것이 또 다른 논란이다.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의 주식 종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하는 것은 조세부과 원칙에도 어긋난다. 조세부과 원칙 중 세금은 “납세자는 물론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현재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주식 양도세를 내는 기준이 나의 주식 보유량이 아닌, 가족들의 보유량으로 언제든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내가 내야 하는 세금을 나도 모르기에, 조세부과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3억 원이라는 대주주 선정 금액 또한 개인 투자자들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회사 중 3억 원 상당의 주식 보유량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시가총액 1천억 원의 회사 주식을 3억 원 매수해도 전체 주식량의 0.3%밖에 매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현실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지분을 확보하지도 못하는 금액이라는 뜻이다. 시가총액 1천억 원 이상인 회사의 주식을 주로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경영권을 확보하지도 못한 채 그저 세법상 대주주가 된다. 대주주 선정 금액 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그저 과세를 위한 목적의 용어로 대주주가 전락해버린 것이다.

대주주 요건 강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식 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대주주 양도세는 1년 중 마지막 날의 주식평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이 때문에 매년 대주주 적용을 피하기 위한 회피 물량이 증가해 주식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변경한 연말에 회피 물량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 요건을 25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변경한 2017년에는 코스피 기준 3조 6천억 원, 1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변경한 2019년에는 3조 8천억 원의 개인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2019년 기준 코스닥 매물까지 합치면, 5조 원 상당의 개인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는 시가총액 5조 1천 700억 원인 LG디스플레이 규모의 회사가 하루아침에 증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는 정책만으로 대기업 규모의 금액이 날아가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의 회피 물량은 코스피·코스닥의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안정적인 투자 시장이라는 인식을 해외에 심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년 상당수의 개인 매물이 나오면 연말 주식 시장 가격은 하락한다. 이 탓에 그동안 갖고 있던 주식이 저평가받아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게 된다. 즉 해외투자자들을 유치해 주식 시장을 키워야 함에도, 해외투자자들의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정책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국내 개인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심화시킨다. 이는 결국 국내 시장의 정체로 이어진다. 과세를 위한 대주주 요건 강화가 국내 주식 시장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주주 강화 요건은 국내 주식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추진하는 정책이다. 국내 주식 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면서까지 대주주 요건을 강화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과세를 위한 목적으로 대주주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영향력도 없는 대주주를 만들어 과세를 하는 것은 국내 경제에 큰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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