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 20학번 선수들과 최태호 감독대행을 만나다

20학번 새내기들은 일명 ‘코로나 학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로 인해 캠퍼스 방문 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온라인 대학생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부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된 대회 일정들이 잇따라 연기 또는 취소되며 20학번 선수들은 특히나 혼란스러운 새내기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20학번 축구부 선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훈련을 마친 우리대학교 축구부 20학번 선수들이 우리 신문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연고전 취소
선수·코치 모두 아쉬워


선수들이 우리대학교에 입학하며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정기 연고전’이었다. 연고전은 축구부의 1년 계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태호 코치는 지난해 신재흠 감독의 퇴임 이후 감독대행으로 우리대학교 축구부를 이끌고 있다. 최 코치는 “연고전 준비는 축구부 커리큘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연고전을 위해 1년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취소된 연고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진성 선수(스포츠응용·20, DF‧25)는 “대학에 와서 연고전을 가장 기대했다”며 “연고전을 경험하고 선수로서 성장하길 기다렸는데 취소돼서 아쉽다”고 밝혔다. 임창협 선수(스포츠응용·20, MF‧17) 또한 “입학 전부터 연고전 경기장에 선 기분을 상상해 왔다”며 “당연히 우리가 이길 것이라 생각해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최 코치 또한 연고전 취소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연고전 축구는 태풍으로 인해 취소됐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고전 개최가 취소되며 축구는 2년 연속으로 경기가 치러지지 못했다. 최 코치는 “축구부는 연고전이 끝난 다음 날부터 다음 해의 연고전을 준비한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소돼서 아쉽다”고 전했다.

연고전뿐만 아니라 기존에 예정돼 있던 대회들도 연기되며 축구부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훈련 일정에 변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최 코치는 “2월에 예정돼 있었던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을 위해 1~2월에 동계훈련을 했으나 대회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대회 시작 일정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하는데, 갑작스런 대회 연기는 선수들 컨디션과 몸 상태 조절에도 영향을 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월부터는 학교 운동장 사용까지 금지돼 훈련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운동장이 폐쇄되며 축구부 훈련에 지장이 생긴 것이다. 최 코치는 이에 우리대학교 기숙사 인근의 산지를 적극 활용했다. 최 코치는 “산에서 하는 체력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점적으로 했다”며 “선수들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수돈 선수(체교‧20‧FW‧23)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코치님이 꾸준히 운동을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한편 최 코치는 “산지에서 공 없는 훈련을 하다 보니 원래의 훈련량의 70%밖에 못 했다”며 “선수들의 실전 감각이 떨어질까 염려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운동장 폐쇄 조치가 철회돼 보다 자유롭게 훈련을 할 수 있다. 이수돈 선수는 “훈련량을 줄여 오후에 2시간 정도 운동장에서 훈련한다”며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이 부족한 것을 연습하거나, 학교 수업을 들으며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광주FC, 포항스틸러스과 같은 프로 축구팀과의 연습경기도 가졌다. 최 코치는 “프로팀과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학번 축구부
선수를 만나다

 

올해 우리대학교 20학번 축구부 선수는 총 9명이다. 학교생활과 연고전에 대한 기대가 컸을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생활은 물론 훈련에도 제약이 있다. 

20학번 선수들도 일반 학생들처럼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박준범 선수(체교·20, FW‧27)는 “우리대학교에 와서 밝고 활기찬 학교생활과 운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새내기 선수들은 대학생활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됐다. 선수들은 축구부원들을 제외하고는 과 동기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동현 선수(스포츠응용·20, GK‧31)는 “학교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동기들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을 묻는 질문에 김동현 선수는 “대학에 와서는 급식 대신 다양한 종류의 학식을 먹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찬우 선수(스포츠응용·20, DF‧2) 또한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처럼 캠퍼스 커플을 꿈꿨는데 하지 못해 슬프다”고 전했다. 

학업에서의 어려움도 있었다. 다른 20학번 신입생들처럼, 선수들도 처음 하는 수강신청이 어렵기만 하다. 최형우 선수(스포츠응용·20, MF‧22)는 “1학년 선수들 전부 첫 수강신청을 계획과 달리 실패했다”며 “의도치 않게 어려운 수업을 듣게 돼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부터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회는 ‘C제로 룰’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직전 두 학기 성적을 C이상 획득해야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김건오 선수(체교·20, MF‧15)는 “학교생활도 운동만큼 중요하다”며 “학점도 잘 받아야 하는 압박이 있다”고 전했다.

20학번 선수들은 우리대학교 축구 선수로서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형우 선수는 “최종적인 목표는 프로팀에 입단하는 것”이라며 “빠르게 프로에 입단해 학교의 이름을 빛내며 스스로도 발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동현 선수는 “4개의 목표 중 하나였던 대회 우승을 이뤘다”며 “3학년 전에 프로팀에 가는 것과 대표팀에 가는 것, 그리고 연고전 승리의 목표를 꼭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학번 완벽 적응,
함께 이룬 ‘19년 만의 우승’ 

 

20학번 새내기 선수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코치와 선배 선수들도 노력을 기울였다. “캠퍼스 생활을 못하는 선수들이 안타깝다”고 말한 최 코치는 대학생활이 낯선 20학번 선수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축구부 선수들은 평일에는 운동부 숙소에서 합숙 생활을 한다. 2인 1실 룸메이트는 최 코치가 신경 써서 배정한다. 최 코치는 선수들의 성향까지 고려해 20학번 선수와 선배를 짝지어준다. 이러한 코치의 배려를 통해 20학번 선수들은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최 코치는 “현재는 1학년 선수들이 잘 적응해 열심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20학번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선배 선수들 또한 20학번 선수들의 적응을 도왔다. 20학번 선수들은 시간표부터 학교생활, 그리고 선수 생활 전반까지 선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최형우 선수는 “우리대학교에 고등학교 선배가 없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19학번 선배들이 도와줘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온 20학번 선수들이 잘 적응하며 팀 분위기 또한 최상이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우리대학교 축구부는 지난 8월 12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백두대간기 56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19년 만의 우승이기에 더욱 특별했다. 일곱 경기 중 단 한 경기만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이기며 우리대학교 축구부의 저력을 보여줬다. 김건오 선수는 “‘하나가 되자’는 각오 아래 최 코치님을 비롯한 코치진께서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셨다”고 말했다.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박준범 선수는 “동계훈련을 준비하며 생각한 대학 첫 목표가 우승이었는데 이뤄서 기분이 좋다”며 “힘든 일은 모두 이겨내서 다 함께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코치는 56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또 한 번의 우승을 목표로 두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대학교 축구부는 잘 극복해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최 코치는 “모든 경기를 이기고 싶다”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실히 훈련해왔고, 훈련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

 

 

 

글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홍지영 기자
ji0023yo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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