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는 경제질서의 흐름을 막는다

금진혁 (글로벌행정·19)

최근 청와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서울 지역의 개발제한구역(아래 그린벨트) 해제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곧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 여당 일각에서 검토하던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직접 접었다.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정신없이 바뀌는 현 상황이 그린벨트의 해제에 대한 찬반 논란을 다시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린벨트란 개발이 제한되도록 지정돼있는 도시 주변의 녹지다. 그렇다면 왜 개발이 제한돼있는가. 첫 번째로 무분별한 도시의 확대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단순히 생각해 보자. 만약 도시가 끝도 없이 넓어진다면 결국 시에서 제어 가능한 양을 넘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시에서 통제하지 못하는 난개발이 점점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제한 없이 늘어나는 건물은 도시민의 주거 환경에 불편을 주고 교통을 마비시키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목적으로는 도시 주변의 녹지를 보호하는 데 있다. 도시 주변의 녹지를 유지함으로써 지나친 환경파괴나 미세먼지로부터 도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깨끗한 공기를 위해서는 녹지의 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나열한 이야기만 들어보면 언뜻 그린벨트란 장점만 가득한 꽃바구니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정책도 장점만 있는 것은 없다. 그린벨트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문제점이 산재한다. 일단 그린벨트라는 것 자체가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그 근간부터 부정하는 정책이다. 당연히 그린벨트로 정해진 땅도 조상 대대로 소유하던 사람이 있고 소유자만의 땅을 사용하려는 계획이 존재할 것이다. 「헌법 제119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즉 땅의 소유자는 기본적으로 그 땅을 자유롭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그린벨트로 지정된 땅은 그런 권리를 벗어난다. 돌아가는 시장 경제를 국가에서 직접 틀어막는 것이다.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린벨트 정책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주거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도시, 특히 서울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면적 자체는 다른 세계적인 대도시들보다 넓은 편이 아니다. 산지가 많아 주거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역도 많고, 시내는 물론 외곽지대까지 군 시설로 사용돼 제약이 걸린 곳도 많다. 그렇기에 시장을 통해 자연히 주거지를 늘리고 집값을 내리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린벨트가 자체적인 시장의 순환을 막는 벽으로 기능하면서 오히려 문제 상황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린벨트에 대한 정부의 여러 대처 역시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언급한 것처럼 정부의 대책은 실제 그린벨트 지역의 땅 소유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만 그만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외국의 그린벨트 지역은 아담한 전원주택이 자리 잡고 녹지로서 그 기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도시 거주민들에게 휴양지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한편 한국의 그린벨트 지역은 실제로 방문했을 때 전혀 녹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끝도 없는 비닐하우스 외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녹지로 지정해놓고 실제로 녹지로서 기능하게 조성돼 있거나 최소한의 대처조차 돼 있지 않다. 용도를 지정해서 제한시킨 지역이 그 용도로 똑바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제한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연환경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푸른 녹지의 소중함이 절실한 때다. 무분별한 난개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밀한 논의와 준비만 좀 더 이뤄질 수 있다면, 그린벨트 해제는 토지의 소유권을 주인에게 제대로 돌려주고, 서울의 부족한 토지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단순한 주거문제 해결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부동산 개발 정책과 함께한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정부의 많은 고민, 그리고 시민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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