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층단위 학생회 재정 건강검진

기층단위 학생회란 과·반·독립학부의 학생회로, 학생사회 기층에 위치한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산하 기구를 뜻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가장 맞닿아 있습니다. 기층에 있기에 더욱 튼튼해야 합니다. 그 어떤 학내 기구보다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는 기층단위 학생회의 '건강'을 진단해봤습니다.

학생회비를 낸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사용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학생회비에 관해서는 ▲회계와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없거나 ▲규정에서 회계에 대한 것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종종 발견된다. 이런 상황은 다양한 분쟁의 가능성을 남겨둔다. 과거에도 과·반 학생회비 산정 기준이 모호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관련기사 1817호 3면 ‘단과대 및 과·반 학생회비, 합리성 확보할 때>

 

회계 문제, 자율적 운영일까 과도한 자유일까

 

회계 관련 규정은 단위별로 다르다. UIC에는 단과대 차원의 재정운용세칙이 마련돼 있다. 실제로 UIC 소속 대부분의 과들은 이 재정운용세칙을 준용한다. 별도의 회계 세칙이 없는 많은 기층단위 학생회의 경우, 학생회칙에서 재정이나 회계와 관련한 규정을 일부 명시한다. 그러나 재정의 운용과 관련해 간략하게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학생회비의 책정, 자금의 운용, 예·결산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 등이 포함됐는지는 단위마다 다르다. 문과대 학생회장 최은지(노문·18)씨는 “기층단위의 경우 회계에 관한 규정의 존재 여부가 상이하다”고 말했다. 특히 상경·경영대, 공과대 등 일부 단위에서는 단과대 회칙도, 기층단위 학생회 회칙도 존재하지 않아 자금 운영이 담당자의 재량에 맡겨진 실정이다.

 

규정이 없으면 어떻게 해?

 

회계 세칙의 부재는 ▲명확한 기준 없는 자금 운용 ▲돌발 상황에서의 대처력 저하 ▲일관성 없는 심의 등의 문제를 불러온다.

명확한 세칙이 없는 단위에서는 결국 돈을 걷고 쓰는 결정을 업무 담당자의 재량이나 관행에 따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경영4반 학생회장 전상윤(경영·19)씨는 “회칙에 명시된 내용을 기반으로 기존의 방식과 자율적 판단에 따라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상경·경영대의 반 학생회장을 역임했던 A씨 역시 “정해진 규정이 없어 예년대로 해오던 관행에 따라 자금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행사 위주로 진행되는 과·반의 특성상 예산 사용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는 부실한 규정으로 인해 회계 세칙 부재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행사가 취소돼 학생회비가 사용되지 않았지만, 학생회비의 책정 기준, 환불 규정, 잔여금의 이월 등 명확한 기준이 없어 남은 학생회비의 사용이 애매해졌다. 실제로 일부 과·반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학생회비를 환불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운영뿐 아니라 심의 관련 규정도 미비하다. 단과대 차원에서 기층단위 학생회의 회계에 관해 감독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는 한편, 자체적인 예·결산 심의만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UIC는 운영위원회에서 매 학기가 끝나는 시점에 과의 학생회비 결산안에 대해 심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사과대 역시 모든 학과가 분기별로 ‘공동결산안’을 공개한다. 그러나 많은 기층단위에서는 자체적인 예·결산 심의만을 진행하며, 이마저도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이과대 학생회장 이도엽(수학·18)씨는 “우리 학과는 결산 보고 규정이 모호했다”며 “전 학우 대상의 결산 보고 여부는 회장단의 의지에 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규정이 미비한 경우 상위기구의 규정을 준용할 수 있지만 회계의 특성상 어려움이 있다. 총학생회칙 제17장에 재정 관련 규정이 있지만, 기층에 해당하는 과·반 학생회에서 이를 준용하기는 어렵다. 총학과 기층단위 학생회는 돈을 쓰는 곳도, 학생회 구조도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기층단위 학생회 운영에 맞춘 통일된 규정이 필요하다.

보다 넓은 영역을 포괄할 수 있는 감사위원회(아래 감사위)의 역할도 필요하다. 현재 단과대 학생회까지로 규정하고 있는 감사위의 의무 감사 대상을 기층단위 학생회로까지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1856호 1면 ‘첫발도 못 뗀 감사위원회, 제대로 된 운영은?> 지난 3일 감사위 관련 조항을 포함한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안’이 중앙운영위원회 재적인원 2/3 이상의 연서를 통해 발의됐다. 해당 안건은 14일(월)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렇듯 규정 부재로 공금 운영이 담당자의 자율과 임의에 따를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자연스레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 다수의 기층단위 학생회에서 4년간 인당 10만 원이 넘는 학생회비를 걷어 활동한다.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회계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과 감독이 필요하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정희원 기자
bodo_dambi@yonsei.ac.kr

사진 조현준 기자
wandu-k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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