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는 부족, 교사들은 기피’ 악순환의 반복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드라마 『SKY 캐슬』은 지난 2018년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거대한 사교육 시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곳이 SKY 캐슬은 아니다. 통계청의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특별시가 ‘41.1만 원’이었지만, 읍면지역은 ‘18.1만 원’이었다. 이처럼 사교육을 많이 받지 않는 농어촌 지역일수록 공교육이 더 탄탄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입시 코디네이터는커녕 학교 선생님도 부족하다. 수많은 학생이 농어촌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교육적 혜택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적은 학생 수
교육의 질은 하락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도에 위치한 교동중·고등학교의 모습. 중학생 22명, 고등학생 35명이 재학 중인 소규모 학교다. 농어촌 지역 학교에서는 학생 수 부족 및 교원 기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이촌 향도 현상으로 인해 농어촌 지역의 학생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농촌 지역의 학생 수는 지난 2000년 45만 7천262명에서 2016년 24만 7천991명으로 45.8% 감소했다. 이에 따라 많은 학교가 통폐합됐다. 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과소학급, 여러 학년이 한 학급으로 구성되는 복식학급도 운영 중이다. 초등학생 때 복식학급을 경험한 김현아(20)씨는 “함께 수업을 듣는 선배들과 학업 수준이 달라 힘들었다”며 “같은 학년 친구들과 있을 때보다 불편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소규모 학급이 학습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농어촌 학교들은 오히려 학생 수가 너무 적어 다양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교육정책연구소네트워크의 ‘미래형 농어촌 학교 발전 방안’에 따르면, 복식수업은 수업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지나치게 적은 학생 수는 토론 수업이나 다양한 예체능 수업 등을 어렵게 한다. 광주교대 교육학과 황윤한 교수는 “학생 수가 적다고 교육의 효과가 높다는 보장은 없다”며 “일정 수의 학생이 모이지 않으면 다양한 학습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지난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의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실태 분석과 개선방안’은 농어촌 교육은 학생 수가 적어 단체활동이 요구되는 체육이나 음악 과목 교육을 하기 어렵고, 중등의 경우 선택과목을 개설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교육 여건의 차이는 학업성취도 격차로 이어진다. 지난 2019년 교육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대도시가 읍면지역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 중학교 3학년 기준, 수학 과목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대도시는 64.9%였던 데에 반해 읍면지역은 51.8%에 불과했다.

 

선생님이 가기 싫어하는 곳
학생들은 어떡하나요?

 

교육 인프라가 열악하고 교육열이 낮은 농어촌 지역에서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교사들도 농어촌 지역 근무를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9년 초등 임용고시 경쟁률은 서울(3.0:1), 인천(3.6:1), 광주(5.0:1)에 비해 강원(1.2:1), 충남·전남·경북(1.1:1)에서 훨씬 낮았다. 심지어 2015년에는 강원(0.82:1), 충북(0.86:1), 충남(0.84:1), 전남(0.92:1), 경북(0.90:1) 등 5개의 미달 지역이 생기기도 했다.

 

교사들이 농어촌 지역을 기피하는 데에는 주거 부담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토교통부의 ‘도시계획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1.8%가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도시 지역 거주 비율은 8.2%에 불과했다. 대도시에 대학들이 몰려 있는 것도 한몫한다. 이미 도시에서 거주하던 교사들이 살던 곳을 버리고 농어촌으로 이주를 결심하기는 어렵다.

 

농어촌 지역에는 근무 교사를 위한 관사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설이 열악하며 수용인원도 제한돼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소재 고등학교 교사인 홍성재(53)씨는 “강화도 지역 관사는 전체 신청자의 약 50%만 수용할 수 있다”며 “관사 거주 기간도 2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거주환경이 불안정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강화교육지원청의 ‘교직원공동사택 현황 및 관리규정’에 따르면, 강화도는 관사 부족으로 인해 교사들이 입주하려면 평균적으로 최소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이에 일부 교사들은 살 곳을 따로 얻어야 한다. 홍 교사는 “교사들이 임대료로 감내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다들 농어촌 학교를 기피하다보니 그 자리는 신규 교사들이 채운다. 홍 교사는 “매년 교사수가 미달되는 상황에서 신규 교사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현상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경기도 초·중·고등학교 모두 농어촌 지역에 신규 교사 배치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도시지역은 신규 교사 비율이 3.4%였던 데에 반해 농어촌 지역은 6.3%에 달했다. 자연히 경험 부족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및 행정업무 미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농어촌 지역의 학교를 졸업한 신한대 이세영(20)씨는 신규 교사에 대해 “교사의 경력 부족으로 인해 수업이나 입시지도 면에서 불리할까 봐 걱정됐다”며 “실제로도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미래형 농어촌 학교 발전 방안’도 “신규 교사가 많은 경우 교사 이동이 잦아 업무가 연계되지 않고 행정업무 처리가 원활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전반적으로 농어촌 지역을 기피한다는 사실을 농어촌 학생들은 피부로 느낀다. 김현아씨는 “어쩔 수 없이 농어촌 학교에 오게 됐다고 불평하시는 교사들도 있었다”며 “학교를 ‘몇 년만 버티는’ 곳이라 생각하는 교사들에게 다가가기는 힘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래형 농어촌 학교 발전 방안’에 따르면 교사가 한 학교에 머무르는 기간이 시 지역보다 농어촌 지역에서 더 짧았다. 강원도 일반고 교사의 학교당 평균 근무 기간이 강릉시는 3.06년이었던 반면 평창군은 2.1년에 불과했다.

 

농어촌 지역에 배정되는 교사 수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다. 이로 인해 ▲교사들의 높은 행정업무부담 ▲상담 및 사서교사 등 다양한 교사 인력의 부족 문제가 제기된다.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전국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연합회 세미나에서 “지난 2013년 교육부는 학급 기준이던 교사 배치기준을 학생 수 기준으로 바꿔 도서벽지 소규모 학교에 불리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교사가 적은 만큼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가 가중된다. 경기도에서 농어촌 지역 학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교사들의 높은 행정업무 부담’이 59.6%로 나타났다. 행정업무 부담은 교사들이 수업 준비할 여유를 뺏고,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교과 및 비교과 교사 인력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다. 농어촌 지역의 학교를 졸업한 김윤진(20)씨는 “교사 부족으로 국어교사가 한문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교과 교사 인력도 부족하다. 세종시의 초·중·고등학교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은 도시지역은 26%, 농촌 지역은 7%다. 심지어 농촌 지역 초등학교는 전문상담교사가 1명도 없었다.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 수를 정하다 보니 학생 수가 적은 농어촌 지역 학교는 기본적인 교과목 교사를 배치하기도 벅차다.

 

교육환경의 개선 필요해
‘효율성’보다는 ‘교육’에 초점을

 

지역 격차는 교육격차로 이어졌다. 교육을 위해 학생은 도시로 더욱 몰리고, 농어촌 지역의 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교육 여건이 악화된다. 그러면 더 많은 학생이 떠난다. 결국 지역 격차와 교육격차가 더욱더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셈이다. 악순환을 멈추려면 농어촌 지역 공교육 개선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머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황 교수는 “교육환경의 개선으로 사람들이 농어촌 지역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학생들이 늘어나면 커지는 학교에 대한 행·재정적인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 강조했다.

 

그동안 교육부에서 실시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의 방안은 경제적 효율성만을 고려한 정책에 가깝다. 농어촌 지역 학생들이 받는 공교육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하고 도시와의 교육격차를 메우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인원수가 적은 만큼 소규모 중점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경험을 보장하는 방법이 있다. 일례로 세종시 수왕초등학교는 작은 학교의 특징을 살려 6남매 독서프로그램, 6남매 텃밭 등과 같은 소규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들을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강원도는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작은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으로 작은 학교 간 과목별 융합수업, 합동자치회, 연합행사 등을 추진했다.

 

교사를 위한 제반여건 개선도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사 선발 과정에서 도서벽지 의무 근무 조건을 포함하기도 한다. 일례로 인천에서는 서해 5도에서 8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교사를 따로 선발한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홍 교사는 이에 대해 “교사들을 위한 여건을 만드는 노력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행정적 발상에 의한 제도”라며 이러한 제도를 “탁상공론”이라 비판했다. 농어촌 기피 현상의 원인을 해소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농어촌 지역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역 수당의 현실화 ▲안정적인 주거 환경 조성이 대표적이다.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사에게는 인센티브로 지역 수당과 승진 가산점이 주어진다. 승진 가산점은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도시에서도 이 점수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교사는 “과거에는 경력 교사들이 승진 점수를 얻기 위해 농어촌 지역/도서벽지 근무를 택했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지역 수당은 월 3~6만 원에 불과하다. 적은 액수의 지역 수당을 받기 위해 도서벽지 근무를 원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지난 2017년 ‘도서벽지 근무수당에 대한 교대생들의 입장’에 따르면 전국 교대생 759명에게 지역 수당을 얼마나 받으면 도서벽지 지역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냐고 질문한 결과 30.57%로 가장 높은 비율이 ‘금액과 상관없이 근무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그 뒤를 50만 원(29.78%), 100만 원 이상(19.89%)이 따랐다. 도서벽지 근무수당 정책 개선이 현실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지역 수당을 한참 더 올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관사 신축을 통한 주거환경 보장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주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관사를 늘리고,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해야 한다. 황 교수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도서벽지학교를 선호하도록 해야 한다”며 교사들을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어촌 지역에서 공교육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농어촌 학생들은 사교육을 비롯한 각종 교육 기회로부터 소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규모가 작아 교육활동에 한계가 있고, 교사들은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이는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육격차가 점점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육에서 지역은 차이일 뿐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농어촌 지역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자료사진 교동중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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