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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①] 우리는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사회’를 원한다고졸 청년 노동자가 겪는 사회적 어려움
  • 변지후 김서하 기자
  • 승인 2020.09.06 12:15
  • 호수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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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이라는 낙인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난 2017년, ‘특성화 고등학생·현장 실습생 2,000명 권리선언 기자회견’에 참가한 고졸 노동자가 남긴 말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 속 고졸 청년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고졸 청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직장 내에서 다양한 차별을 겪는다. 또한 대학생 위주의 청년 지원 정책에서 소외된다. 『The Y』가 고졸 노동자들의 실태를 짚어봤다.

그들은 대학 대신 무엇을 선택했나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5월 기준 최종학력이 고졸 이하인 20대 청년은 132만 9천명이다. 이들이 비진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청년들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기에 비진학을 택한다. 특히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은 전공을 살려 바로 취업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졸업 후 취업을 선택하는 비율은 특성화고 졸업생 41.7%, 마이스터고 졸업생 81%이다.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비진학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대안학교 졸업 후 비진학을 택한 하자센터 르네 활동가는 “학업과 경쟁에서 벗어나 나만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비진학을 선택했다”며 “다양한 책모임이나 워크숍에 참여하며 하고 싶은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비진학을 택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 청년들은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한다. 대졸 청년 가구 중 소득 하위 40%에 속하는 가구는 13%에 불과한 반면, 고졸 청년 가구 중 소득이 하위 40%인 가구는 31.5%에 달한다. 취업이 급한 이들은 근무 환경이나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자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들은 좋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졸이 되고, 고졸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빈곤과 소외에 시달리는 악순환에 놓인다.

고졸 노동자들은 대학을 거치지 않고 취업 시장으로 나간다.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경우에는 전공 관련 분야의 취업을 준비한다. 이들은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현장 실습 등에 참여한다. 석유류 도소매업에서 출납업무를 담당하는 김모(22)씨는 “특성화고에서 국제회계정보과를 전공했다”며 “업무 관련 교육 이수, 교내 면접 스터디, 졸업생 취업 멘토링 및 각종 교내활동을 통해 취업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자격증을 취득해 일자리를 얻는 경우도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후 카페에서 일하거나, 헤어미용자격증을 따서 미용실에 취업하는 식이다. 혹은 관심 분야 활동에 참여해 일자리를 얻는 청년들도 있다. 청년청, 하자센터 등의 커뮤니티에서는 워크숍이나 소모임을 개최해 비진학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다. 하자센터 르네 활동가는 “비진학 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에서 생활 기술 워크숍, 인문학 강의, 책모임 등을 진행한다”며 “본인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활동에 참여한 후 일자리를 소개받아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차이를 넘어선 차별,

사각지대에 놓인 고졸 노동자들

노동시장에서는 고졸 노동자에 대한 ‘차이’와 ‘차별’이 동시에 존재한다. 생산성 및 능력에 따라 차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차이’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졸 신분인 경우 직장에서 차이가 있는 점을 인정한다”며 “이것을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로 볼 수 있을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차이는 여타 국가와 비교하여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OECD 교육지표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력별 임금 격차는 OECD 평균을 넘어섰다. 고졸 노동자의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임금은 149로 OECD 평균인 144보다 높다. 2014년, 2015년에 145였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학력별 임금 격차는 심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생산성 및 능력과 관계없이 단순히 고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기도 한다. 업무 숙련도가 높아져도 승진 및 임금 상승의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와 남부·중부·서부·남동·동서발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공기업에서의 대졸 직원은 차장 승진까지 평균 9년 5개월이 걸리는 반면 고졸 직원은 평균 20년 5개월이 걸린다. 2배가 넘는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는 사무직에 비해 고졸 출신이 많은 기술직의 승진 시험 선발예정인원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한전은 기술직 승진 시험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고 기술직군 선발 인원을 늘렸지만, 여전히 사무직군에 비해 부족하다. 김씨는 “학력별 호봉제에 따른 임금 차별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승진 속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르네 활동가는 “직장 내에서 대졸 신입사원에 비해 좋지 않은 대우를 받는 고졸 경력직들이 많다”며 “차별 때문에직장을 그만두고 대학 진학을 준비한 친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졸 직장 동료들의 선입견과 무시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의 ‘경기도 특성화고 졸업자 취업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가 겪은 부당 대우 중 1위를 차지한 것은 ‘무시와 차별 풍토’였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문제 학생이었을 것이라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고졸이라고 하면 미래 계획 없는 젊은이로 보는 직장 상사들이 있다”며 “고등학교 때 공부 안 했냐고 훈계하는 이들 때문에 종종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미용사로 일하는 위진서(21)씨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고졸이라고 소개하면 좋지 않게 생각할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고졸 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

고졸 노동자는 취업 과정뿐 아니라 취업 후 직장 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졸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펼치는 노력엔 어떤 것이 있을까.

지난 1월, 교육부에서는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자 비율 60% 달성’이라는 대대적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취업 전에는 직업계 고등학교의 학과를 미래 산업 및 지역전략산업과 관련 있는 학과로 개편하는 등 중등직업교육을 강화한다. 더불어 신산업분야, 지역 산업 전문가들이 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실무중심교육 위주로 교육과정을 개선한다. 취업 시에는 국가직 공무원 지역 인재 9급의 고졸 채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해 취업 지원을 강화한다. 또한 취업 후 고졸 청년들이 사회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고교취업연계장려금* 및 청년내일채움공제**의 가입을 확대한다.

일정 비율의 고졸 노동자를 채용하기 위한 공기업에서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매해 고졸 인턴을 채용하고 있다. 세무회계, 기업회계나 공인회계사, 세무사 자격증을 지닌 이들을 채용의 요건으로 본다. 또한 일반 행정부터 비축기지 관리직까지 고졸 노동자가 들어갈 수 있는 보직도 다양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학력에 제한이 없이 각 직급마다 요구되는 충족 조건만 채우면 채용에 응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능력만 검증된다면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각 정당에서는 펼치고 있는 고졸 청년 노동자를 위한 노력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2007년 정부 입법 이후로 폐기를 반복했던 법인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고졸, 여성, 장애인, 노인 등 사회의 차별과 무시의 대상이 되는 이들에게 직·간접적 차별을 철폐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또한 진보당(구 민중당)에서는 역대 정당 중 처음으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내걸었다.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의무적으로 가입되는 고용보험제를 노동 가능 연령에 해당하는 모든 국민에게 적용하자는 정책이다. 민중당 시절 이상규 전 상임대표는 “고졸, 알바생, 취준생, 50대 여성, 노인과 같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마련된 정책들이 사회에 미친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나, 모두 하나같이 고졸 노동자들이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학력이 주는 메시지가 큰 우리나라에선 고졸자가 성공을 거두면 ‘고졸 신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졸 이상의 학력자가 성공하면 ‘대졸 신화’라고 일컫지 않는 것처럼 이러한 표현은 표현 자체에서 저학력자가 성공한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고졸 청년이 설 자리가 없는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학력이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세상이 되길 소원한다.

*고교취업연계장려금: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에서 중소 및 중견기업에 취업하는 고교 3학년 학생(졸업예정자)에게 장려금 3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기업·정부가 공동으로 공제금을 적립해 중소 및 중견기업에서 2년 또는 3년간 근속한 청년에게 성과보상금 형태의 만기 공제금을 지급한다.

글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변지후 김서하 기자  wlgnhu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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