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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人/다] 우리의 이야기를 변화의 시작으로“우리에겐 새로운 상식이 필요하다”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를 만나다
  • 이현진 홍예진 기자
  • 승인 2020.06.07 20:28
  • 호수 1854
  • 댓글 0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변화가 필요해도 주목받지 못해 가라앉는 이야기들도 있다. ‘닷페이스(.face)’는 변화의 지점에 있는 장면들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미디어다. 우리신문사는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심리·10)를 만났다.

▶▶닷페이스(.face) 조소담 대표는 우리 사회에 드러나 있지 않은 부분을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Q. 뉴미디어 채널의 홍수 속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닷페이스만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닷페이스가 중점을 두는 주제 중 하나는 마이너리티(minority)다. 마이너리티는 주로 ‘소수’라고 번역된다. 그러나 우리는 마이너리티가 소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드러난 부분이 소수인 것뿐, 많은 사람의 이야기다. 그런 마이너리티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사람들이 새로움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 같다.

Q. 간호사, 보육교사부터 성소수자까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왔다. 닷페이스의 주제 선택 과정이 궁금하다.

A. 처음에는 팀원들의 관심사를 주제로 선택했다. 각자 관심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을 맡아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제는 영역을 더 넓혀 닷페이스의 주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사나 시의성 있는 주제에 집중한다. 닷페이스의 시의성은 일간지처럼 하루 이틀 사이의 문제를 다룬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선택한 주제가 지금 변화가 필요한 소재인지, 문제를 진단하고 현실적인 해결책도 제시할 수 있을지를 토대로 우리만의 시의성을 구축한다.

Q. 주제를 선택하는 방식도, 실제 발행된 콘텐츠의 결도 닷페이스를 단순히 ‘언론사’라는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A. 닷페이스의 활동은 저널리즘보다는 ‘액티비즘(activism)*’에 가깝다. 한 주제를 깊이 들여다보면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하지만 닷페이스는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해결책까지 제시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는 카메라 뒤에만 머무르지 않고, 직접 행동한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뭉칠 수 있게 노력한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개진하는 단체가 있다면 그곳에 이목과 자원을 몰아주는 것도 그 일환이다.

Q. 닷페이스에는 ‘변화의 지점(dot)’을 ‘마주한다(face)’라는 의미가 있다. 실제로 닷페이스의 콘텐츠에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

A. 지난 2016년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했을 때 성소수자 부모들의 프리허그 영상 ‘엄마는 널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단다’를 만들었다. 자막이 없는데도 해외사용자들이 많이 시청했다. 이후 따로 제작한 영어자막 영상은 500만 뷰를 달성했다. 어느 날 미국에 계신 분이 그 영상을 보고 ‘한인성소수자부모회’를 만들겠다고 연락해왔다. 실제로 모임이 만들어졌고 회원들이 함께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에 행진하는 등의 활동을 하더라.

또, 소방관들의 현실을 전달하고자 제작한 ‘동료를 떠나보낸 35년 차 소방관의 기도 I 할 말 많은 소방관’ 영상도 기억에 남는다. 소방관 관련 교육 단체에서 이 영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영상에서 인터뷰한 정은애 소방관이 TV프로그램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등에 초청받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Q. 이처럼 닷페이스의 활동 이후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목격할 때 어떤 감정을 느꼈나.

A. 닷페이스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닷페이스에서 ‘n번방’ 시리즈를 기획한 적이 있다. 이후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것은 닷페이스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요구해온 변화가 담긴 법안이다. 이처럼 변화는 아주 많은 사람이 긴 시간 노력한 결과다. 그렇기에 우리로 인해 무언가 바뀌었다는 의미에서의 보람은 없다. 조금이나마 변화에 보탬이 됐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Q.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A. 일전에 간호사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콘텐츠 제작비를 위해 ‘간호사, LIFE’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80%가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으며 이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펀딩 참가자들이 직접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들을 위한 펀딩이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의 경우 피해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꾸준한 지원을 받기 어렵다.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지원금을 모으기 위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Q. 대학생 시절에도 분주하게 활동했다고 들었다.

A. 학교 밖에서만 생활한 것 같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아 졸업도 겨우 했다. 동기들이 ‘한량’이라는 별명으로 나를 부르기도 했다. 지나가다 보면 항상 내가 한량처럼 책을 얼굴에 덮고는 벤치에 누워있다고. 그래도 대학생이라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대학생이니까, 라는 핑계를 대며 졸업을 유예하고 팀블로그 ‘미스핏츠(misfits)’나 미디어 플랫폼 ‘비트니스(vvitness)’를 기획하기도 했다. 재미있었다.

Q. 정형적인 길을 밟지 않고 창업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언론사 입사를 바랐던 적도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눈앞에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시험을 준비하고 숙달된 무언가가 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성격이 급해서 단숨에 패기 있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과거 활동했던 미스핏츠는 팀원들이 자유롭게 각자의 이야기를 게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팀블로그였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무엇이든 그냥 하면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래서 창업도 큰 걱정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Q. 대학교 졸업 직후인 2016년에 닷페이스를 창업했다. 한 기업을 이끄는 리더로서 처음 사회에 발을 디딘 것이다. 고충은 없었나.

A.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을 구축하는 일에 서툴렀다. 혼자 일을 추진하는 것은 익숙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낯설었다. 다른 사람에게 체계적으로 일감을 주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려웠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 하는 일도 이어졌다. 실패를 용서해야 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힘겨웠다.

Q. 지금은 어떤 리더가 되기를 지향하는지 궁금하다.

A. 먼저, 다른 사람의 잠재력을 발현해줄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 앞으로 잘 키워가고 싶은 나의 강점 중 하나다. 팀원들이 닷페이스와 함께하는 동안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둘째로 닷페이스를 지키는 리더가 되고 싶다.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닷페이스가 추구하는 가치도 지키고, 수익성도 지키며 성장해가고 싶다.

마지막은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리더다. 닷페이스의 팀원들이 외면받아서는 안 될 가치들을 추구하며 일한다는 점에서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가끔은 세상에 환멸감을 느끼고, 절망에 잠길 때도 있지만 종내에는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다.

Q. 도전을 두렵게 느끼는 독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

A. 그냥 하면 된다. 무언가를 하는 순간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어떤 자격을 얻어야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게 아니다. 닷페이스도 집안이 부유하다거나 안정성이 보장돼있다거나 하는 배경 없이 시작했다. 아주 대단한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블로그에 글을 게재하는 등 작은 것이라도 계속하다 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액티비즘(activism): 사회·정치적 변화를 일으킬 목적으로 움직이는 행동 원리를 의미한다.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성소수자의 달인 6월을 의미한다.

글 이현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이현진 홍예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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