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줄어든 신촌거리의 상인들이 호소하는 고통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사태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비대면 강의의 연장으로 주 고객층인 대학생이 줄어들면서 신촌‧연희동 지역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여파가 신촌으로 확산하며 일반 유동인구마저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촌 프랑스거리음악 축제’를 비롯한 대형 축제 10건도 모두 취소되면서, 신촌의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 연세로에는 임대 문의 플래카드가 즐비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신촌 상권의 위기를 초래했다.

 

 

코로나19에 비대면 강의…
상인들은 직격탄

 

지난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신촌동의 상점 매출 감소액은 1천억 원 이상으로, 서울시 전체 행정동 중 세 번째로 높다. 신촌·연희동 일대에는 매출 급감은 물론 폐업 수준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 입은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업종별로 타격을 입은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명백한 경기침체에 들어선 분위기였다.

대학생 손님이 주 고객층인 식당‧주점‧PC방 등의 경우, 그 피해가 가장 두드러졌다. 서문 근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형민(63)씨는 “자취하는 대학생이 줄어 매출이 급락했다”며 “회복세를 보이던 차에 클럽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나며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80%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대학생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주점을 운영하는 임천재(49)씨는 “2월 말부터 가득 찼던 예약이 전부 취소됐다”며 “2학기도 비대면 강의로 진행될 경우 폐업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버틸 만하다는 배달 병행 사업장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배달 매출이 잠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사태 장기화에 따라 요식업 배달 주문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서문 인근에서 배달·포장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권(49)씨는 “배달 전문 업체는 호황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매출 감소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주 고객층인 자취생들이 비대면 강의로 신촌 지역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촌 지역에서 막창집을 운영하는 오주환(39)씨 역시 “기존에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자취생들 배달 주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버티기’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연희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상인들은 권리금을 낮춰서라도 가게를 그만두고 싶어한다”면서도 “그러나 가게를 내놓는다고 해서 새로운 임차인을 곧바로 구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들 버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작년 10월 확장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많이 힘들다”며 “배달 주문을 한 건이라도 더 받기 위해 새벽 운영 시간을 늘렸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떠난 자리…
자취, 하숙 산업도 울상

 

사태가 장기화하며 임대업도 휘청이고 있다. 특히 하숙집, 고시원, 쉐어하우스와 같은 공유 거주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주 거주자가 학생이고 계약 기간이 짧다는 특징 때문이다. 서문 인근에서 약 30년째 하숙집을 운영한 이남수(80)씨는 “하숙생 전원이 연세대 학생이었다”며 “원래는 학기 중에 방이 가득 차는데, 지금은 10개 중 4개가 비어있다”고 말했다. 공유 거주지는 계약 기간이 한 달 단위 등으로 짧아서 학생 감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남문 인근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1월엔 거주비율이 50%로 떨어지더니 3월 이후 20~30%까지 내려갔다”며 “여름방학 이후까지도 사태가 지속하면 폐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로 학기 단위로 계약을 맺는 자취방 형태 임대업의 경우 아직까지는 코로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기 시작 전에 집을 계약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안유라(QRM‧18)씨는 “올해 시작한 자취방의 계약이 방학 중까지라 신촌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코로나19사태 발발 시기가 이미 학생들의 거주지 계약이 마무리 된 시점이었다”며 “주로 4월경 기숙사 거주를 포기한 학생들이 집을 구하던 경우가 사라진 점을 제외하면 아직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서문 인근의 부동산을 운영하는 C씨는 “계약 건수는 소폭 감소했으나, 시세 변동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면 강의 체제가 언제 끝날지 불투명해지며 이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A씨는 “지금은 겨우 버티고 있지만 2학기까지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면 그 후의 여파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 대책에 상인들, “체감 못 해”

 

이에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자영업자 살리기에 나섰다. 서울시는 ‘자영업자 생존자금’(아래 생존자금) 지급을 통해 인건비와 임대료 등 자영업자들의 고정 지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청 대상은 지난 2019년 연매출 2억 원 미만의 사업자이며, 올해 2월 29일 기준으로 만 6개월 이상 운영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이 중 유흥업소, 도박·향락 등 불건전 업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 대상 자영업자들이 생존자금을 신청하면 심사 후 2개월간 70만 원씩 지급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신청 자격 ▲지원 형태 등의 이유로 생존자금 정책에 의문을 표한다. 신청 자격이 단순히 전년 매출 2억 원 미만으로 규정되다 보니 가게별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촌에서 1인 요리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매출이 높더라도 가게별로 영업이익은 천차만별이기에 형편이 어려워도 지원금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40만 원에 불과한 일회성 현금 지급은 가게 유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임씨는 “생존자금만으로는 임대료도 제대로 납부하기 힘들다”며 “세금이나 공과금 등을 반년 정도라도 유예해주는 것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분담하자고 제안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에 입주한 자영업자들의 임대료를 대폭 인하하고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하면 인하분의 절반을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해 준다는 계획이다. 서대문구에서 운영하는 박스퀘어에 입주한 상인 E씨는 “4개월분의 월세가 면제됐다”고 말했다. 서문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호(44)씨 역시 “우리 가게의 경우 임대인이 임대료 50%를 인하해준 덕분에 가게 운영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착한 임대인 운동 역시 경기침체 상황에서 임대인들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제도라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D씨는 “다수의 신촌 골목상권 임대인은 임대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 경우는 임대인들도 임대료 인하 여력이 적다”고 말했다. 심지어 착한 임대인 운동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신촌에서 포차를 운영하고 있는 F씨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두 달간 조금 낮춰줬지만, 최근 재계약에서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도 인상된 임대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임대인이 임대료 인하로 세금 혜택을 받았지만, 이후 임대료를 인상해 인하한 임대료를 모두 회수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및 온라인‧비대면 강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인근 자영업자들에게는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선다. 대다수의 상인들은 오프라인 개강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의 경제피해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불안한 예측만이 오가는 가운데 상인들은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글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정여현 기자
jadey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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