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갈등 해결로의 첫 단추, 세대 간 공감으로 꿰자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두근거리는 마음은 아파도 이젠 그대를 몰라요

1987년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은 30여 년이 지나 아이유의 노래로 리메이크돼 우리의 마음을 잔잔히 적신다. 세대를 초월한 명곡은 나이를 불문한 공감을 형성하며 정서적 유대를 가능케 했다. 그렇다면 세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음악을 통한 공감이 과연 해결의 실마리로 나아갈 수 있을까?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아래 슈가맨)은 그 답을 제시한다.

 

세대 간 갈등
대화가 필요해


한국 사회의 고속 성장은 사회의 균열을 야기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대 갈등이다. 극심한 빈곤에서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기성세대와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저성장경제를 경험한 젊은 세대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김순희 교수는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의 개선 방향」 연구에서 ▲압축적 경제성장 ▲교육 수준의 급상승 ▲민주화 ▲정보화 등 급속한 사회변동이 세대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서로를 이해하기에 그들은 너무나 다른 사회적 양상을 겪어왔다.

세대 갈등은 서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통해 심화한다.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사회적 입지가 기성세대에 비해 좁다고 인식한다. 지난 2018년 입소스가 진행한 인식조사에서 ‘나이 든 사람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질문에 한국인의 38%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29개국 중 8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런 인식 속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은 커진다. 「이데일리」가 2019년 진행한 ‘2030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25~34세 남녀 800명 중 70.5%가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 문제를 이용만 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질문에 동의했다.

반면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인식하는 방향은 사뭇 다르다. 그들은 젊은 세대를 ‘부모에게 의존적이며 책임감 없는 존재’로 인식한다. 2000년대 이후 부상한 ‘캥거루족’ 이슈가 이를 보여준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돼 독립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부모에 의존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경제가 침체되고 집값이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를 두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의존적이고 무책임하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세대 간 부정적 인식이 심화될수록 이를 해소할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세대 간 갈등 해결을 위해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만들어줄 이야기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토대는 서로에 대한 공감이다. 세대 간 서로 다른 경험과 특성을 존중하고 동시대인으로서 공감하는 과정이 선행돼야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슈가맨은 세대 공감으로 소통의 토대를 만든다.

 

세대 간 공감
‘뉴트로’로!


옛 가수의 히트곡을 재조명해 세대 공감을 꾀하는 슈가맨. 지난 2015년 8월 19일 처음 방송된 후 열화와 같은 성원에 어느덧 시즌 3까지 방영됐다. 과연 슈가맨의 어떤 면이 세대 간 공감을 가능케 했을까. 그 단서를 ‘레트로(retro)’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레트로’는 기성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어느덧 대중문화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레트로 트렌드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슈가맨은 기성세대의 정서를 확실히 파고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슈가맨’은 한때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짧은 전성기를 남겼지만 지금은 사라진 가수를 의미한다. 프로그램은 이들을 소환해 40~50대의 마음 어딘가에 ‘슈가’처럼 남아있는 추억을 불러온다. ‘좋았던 옛날’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40~50대는 그 시절의 음악을 향유하고 이에 몰입함으로써 과거로 회귀하는 경험을 얻는다.

놀랍게도 레트로는 단순히 기성세대의 향수를 불러오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소환된 슈가맨에 열광했다. 90년대에 활동했던 가수 양준일씨는 슈가맨 프로그램에 등장한 후 10~20대 사이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양씨의 과거 활동 영상들은 500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 봐도 세련되고 멋있다’,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30년 전 노래임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댓글 또한 상당수 달린다. 지난 2월 슈가맨에 출연했던 그룹 ‘씨야’ 또한 방송 직후 음원차트에 진입해 일주일 이상 머무르는 쾌거를 누렸다. 이러한 레트로의 부상은 10~20대에 집중됐던 대중음악 수용자 층을 30~50대까지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레트로가 잠깐의 유행이 아닌 지속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20~30년 전의 낡은 문화는 젊은 세대를 포함한 모두가 아울러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했다. 우리는 이를 ‘레트로(retro)’와 ‘새로움(new)’을 결합한 ‘뉴트로(new-tro)’라고 부른다. 젊은 세대가 과거의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것을 접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오래된 문화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와 맞아떨어진다. 기성세대는 추억을 향유하고, 젊은 세대는 그들의 추억에 새로움을 더하면서 뉴트로는 세대 간의 벽을 허물었다.

 

세대 갈등의 봉합
그 단초는 슈가맨

 

뉴트로를 음악에 접목한 슈가맨은 특유의 진행방식으로 공감을 확장한다. 이를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공감의 3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프란스 드 발은 『공감의 시대』에서 ▲정서적 전염 ▲경험의 융합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공감으로 나아가는 세 단계라고 제시했다. 슈가맨 프로그램은 이에 따라 세대 간 공감을 확장해나간다.

우선 정서적 전염 단계는 상대에 대한 정보를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모으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슈가맨은 10~40대로 이뤄진 방청객에게 음악의 일부를 들려주고 이를 알 경우 즉시 버저를 누르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자리에 결집한 각 세대는 음악이 흘러나옴에 따라 서로에 대한 정보를 즉각 수집한다. 구역 별로 켜지는 버저의 숫자, 표정, 행동 등의 즉각적 반응은 서로의 차이를 인지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박윤수(54)씨는 “슈가맨을 보면서 각 세대가 향유하는 음악이 이렇게 다르면서도 같을 수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음악을 함께 듣는 과정은 다른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정서 전염으로 이어진다. 이는 음악 고유의 교감 기능에서 기인한다. 음악은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혹은 듣는 사람들끼리의 교감을 형성하는 기능이 있다. 이는 심리적으로 작용해 사람들 사이에 공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음악 인류학자 메리암(A.P.Merriam)은 “음악은 사람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행사한다”며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에 기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슈가맨은 이러한 음악의 기능을 활용한다. 각 세대는 음악을 함께 향유하며 같은 정서를 공유해나간다.

정서적 전염으로 형성된 공감은 서로의 경험을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심화한다. 슈가맨은 단지 옛 가수를 소환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매회 현세대 가수들이 옛 가수의 음악을 재해석한 무대가 이어진다. 오래된 문화가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하는 순간, 즉 뉴트로다. 뉴트로를 표방하는 슈가맨의 무대에서 기성세대의 경험과 젊은 세대의 경험이 융합된다. 그리움의 정서와 새로움의 정서가 어우러져 서로에 대한 더 깊은 공감을 가능케 한다. 김향숙(52)씨는 “호피폴라라는 밴드가 이소은의 「서방님」을 재해석한 무대를 봤다”며 “현세대 가수가 부르니 새로운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 또한 뉴트로에 열광했다. 남희주(23)씨는 “예전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던 옛 음악이 친숙하게 느껴졌다”며 “나와 같은 무대를 즐기고 열광하는 기성세대들이 더이상 이질적이게만 느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공유된 경험은 서로에 대한 공감을 확장해 비로소 역지사지로 나아간다. 그리운 옛 가수의 노래와 이를 재해석한 새로운 노래를 향유하며 사람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 음악이 주는 흥겨운 분위기 속, 각 세대 간에 두껍게 쌓여 있던 거부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슈가맨 속 현장에서는 세대 구분 없이 모두가 음악만을 즐긴다. 비로소 이 시점에서 허물없는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사 본문 중 '이에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김선기 연구원은 “개개인이 거친 성장환경이 개인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반영된다”며 “세대 간 차이로 인한 이해의 충돌은 갈등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  '김 연구원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정치적 주체보다는 시혜의 대상으로 소환되는 경우가 잦다”며 “이에 오늘날의 청년을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국가나 부모 등에 기생하는 존재로 보는 부정적 고정관념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는 부분이 취재원의 의도와 다르게 인용됐음을 확인하고 삭제합니다.

 

 

글 박채연 기자
bodo_cy526@yonsei.ac.kr

<자료사진 슈가맨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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