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포퓰리즘의 결과다

최세용 (정외·18)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9살 어린아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고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의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됐고, 이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로 이어졌다. 두 건의 법률은 2019년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해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우리는 이를 ‘민식이법’이라고 부른다. 본인은 이후 논의될 주제인 민식이법을 ‘개정안’으로 바꿔 부르고자 한다.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의 이름이 법에 붙어 고유명사로 기능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해당 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였으나, 개정안이 지닌 심각한 문제점들로 인해 무수히 많은 이들에게 부정적 어휘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바다. 아이의 이름과 법을 결부시키지 않기 위해 이 글에서만이라도 해당 용어를 ‘개정안’으로 대체해 논의하고자 한다.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그것이다. 먼저 도로교통법에서 12조 4항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 또는 시장 등은 제3항을 위반하는 행위 등의 단속을 위하여 어린이 보호구역의 도로 중에서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곳에 우선적으로 제4조의2에 따른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를 설치하여야 한다’ 및 12조 5항 ‘시장 등은 제1항에 따라 지정한 어린이 보호구역에 어린이의 안전을 위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시설 또는 장비를 우선적으로 설치하거나 관할 도로관리청에 해당 시설 또는 장비의 설치를 요청하여야 한다’가 신설됐다. 둘째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제5조의13이 추가됐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 포함)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리고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주변 교통체계를 강화하고 높아진 처벌수위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상당한 형평적 모순 역시 지니고 있다. 개정안은 규정속도 30km를 초과하거나 운전상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에 운전자를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운전자 가중처벌과 관련된 법 중 하나인 ‘윤창호법’의 일부분을 살펴보면, 음주운전으로 피해자가 사망 시 운전자는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음주운전에 이런 처벌조항을 두는 건 고의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과실범을 처벌하는 법안인데도, 윤창호법과 같은 수위로 처벌한다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심각하게 어긋난다. 실제로 개정안 시행 일주일 만에 개정 청원이 29만을 돌파했으며, 스쿨존을 피하려는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해 네비게이션에는 스쿨존 우회 기능도 생겼다. 학교라는 시설이 점점 기피시설이 돼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 단순히 법을 잘못 만든 국회의원 탓인가? 본인은 이 말도 안 되는 개정안이 포퓰리즘의 결과라 생각한다. 많은 수의 국민들이 법의 개정을 맹목적으로 원했고, 이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은 개정안을 내놓았다. 법의 개정을 촉구한 사람, 법을 제정한 사람, 이를 그저 지켜본 사람 모두 반성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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