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북적이는 학원가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대학생들은 입학 직후부터 학점, 대외활동 등 각종 스펙을 쌓기 바쁘다. 취업대란 속에서 스펙을 쌓고자 하는 대학생을 위한 사교육이 탄생했다.

 

 

좁아지는 취업문
불안한 취준생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다. 기업이 대학생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스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D산업 인사관계자 A씨는 “신입사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있다”며 “이 능력은 스펙을 통해 드러나는데 기본적으로 학점, 공인영어점수, 그리고 직무에 적합한 자격증 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취업경쟁은 치열하다. 취업 포털 ‘사람인’에서 지난 2019년 하반기 채용 기업 1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 채용 경쟁률은 평균 26대 1에 달했다. 이는 한 대기업 채용 사례에서도 극적으로 드러난다. 2019년 삼성그룹 신입 공채 직무적성검사에 10만 명이 넘게 지원했다. 삼성공채는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삼성고시’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대학교 이현지(CTM·18)씨는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만 둘러봐도 대기업 입사는 바늘구멍이라는 말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취업준비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씨는 “취업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고 토로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에서 지난 1월 구직자 7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체 구직자 중 91.6%가 ‘취업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이 중 3분의 1이 불안을 느끼는 이유로 ‘자신의 스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를 꼽았다.

불안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최근 전기기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취업준비생 임종수(27)씨는 “취업을 위해 스펙은 필수인 시대”라며 “취업 부담을 덜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사교육은 지금…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학생들은 스펙을 위해 취업 사교육으로 향한다. 지난 2018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사교육 현황 및 첫 일자리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 1만 2천797명 중 71.4%가 자격증, 어학연수 등 스펙 쌓기를 목적으로 하는 취업 사교육을 받은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씨는 “사교육 없이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인터넷 강의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인어학시험 점수도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 전기회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B(23)씨는 “공인영어성적을 빨리 취득하기 위해 지난 5월 토익학원을 등록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어학 교육그룹 YBM의 매출은 1천267억 원에 달한다. 공인어학점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어학원은 대학생들로 가득하다.

어학연수도 스펙의 일종으로 사용된다. A씨는 “개인의 어학연수 경험도 채용할 때 스펙으로 본다”며 “해외 경험이나 교환학생을 다녀온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학연수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성적이 필요하다. 취업을 위해서는 어학연수라는 스펙이 필요하고, 어학연수를 위해서는 어학성적을 갖춰야 한다. 스펙을 만들기 위한 스펙도 생겨난 것이다.

오로지 취업을 위한 사교육, 취업 컨설팅도 인기다. 취업컨설팅을 통해 대학생들은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인적성 검사, 면접시험 등의 과정을 대비할 수 있다. 정태준 취업컨설턴트는 “빠른 취업을 위해 고액의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면접,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는 대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스펙 경쟁 줄이려는 노력
또 다른 사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이에 정부와 기업은 스펙 중심의 채용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다양한 기업에서 ‘탈스펙’ 채용제도를 도입했다. 일례로 롯데는 ‘SPEC 태클’ 전형을 통해 1년에 2회, 인력 수요가 있는 직무에 대해 블라인드 전형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지난 2019년 상반기에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16개의 계열사가 참여했다. 롯데지주 홍보팀 이경수 책임은 “면접장에서 소속 학교를 표시하거나 스펙을 언급해 탈락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일부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국가직무능력표준(아래 NCS)과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도입했다. 스펙이 아니라 직무수행능력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NCS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정씨는 “NCS도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 만큼 시험대비를 위한 사교육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NCS 또한 시험이기 때문에 이를 준비해주는 사교육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매일경제」에 의하면 지난 2017년 서울·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학 64곳 중 25곳은 블라인드 채용 확대를 고려해 공기업 준비반·NCS 특강·면접 대비반을 신설·강화했다. 이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육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학원 강사와 같은 외부 인력을 동원해 취업대비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때문에 사교육과 다를 바 없다. 한편 NCS가 도입된 이후 해커스 공기업, 에어클라스 등 각종 취업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도 NCS 대비 강좌가 신설됐다. 스펙 위주 채용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또 다른 사교육을 낳은 셈이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지난 2019년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성인 968명을 대상으로 취업 시장에서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조사한 결과 ‘과도한 스펙 쌓기’가 52.7%로 1위를 차지했다. 대학생들은 스스로 스펙 쌓기가 지나치다는 것을 인지한다. 하지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그들의 발걸음은 학원가를 향한다. 그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멈추는 날은 올 수 있을까.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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